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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09. 2022

109. 소중한 것

예전에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살아가는 동안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예를 들면 돈이나 좋은 차, 좋은 집 같은 것들 말입니다.     


돈이 없으면 먹고 싶은 것도 먹지 못하고, 사고 싶은 것들도 사지 못하니, 어쩌면 위에 나열한 것 중 잃고 난 후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돈이 사라지면 좋은 차와 좋은 집도 사라집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없으면 죽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여전히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사고 싶은 것을 사지 못해 불편함을 느끼고, 자가용이 없어 버스를 타야하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걸어야 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시작해야 하지만 말입니다.   

 

반면 대단치 않다고 여겼던 것들이 실제로는 중요하다는 것을 점점 더 많이 깨닫게 됩니다. 예를 들면 건강이나 가족, 친구와의 우정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이것들은 곁에 있을 때는 별것 아닌 것처럼 느끼기도 합니다. 언제나 곁에 있을 거라 생각하고 조금쯤 멀어진다 해도 언제든 다시 붙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요. 건강만 해도 그렇습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조금씩 잃어가는 것이 건강이고 보면 젊은데 설마 무슨 문제가 생기겠느냐는 안이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가족은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친구와의 우정 역시 늘 이해해줄 거라는 믿음도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그것들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참 외롭게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외로움은 돈이나 명예, 좋은 차, 좋은 집이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은 돈이 생기면 다시 살 수도 있지만 건강이나 가족, 친구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다시 살 수 없고 반드시 마음과 정성, 노력이 있어야 곁에 둘 수 있습니다. 잠시 소홀히 하는 순간 그것들은 영영 내 곁을 떠날 수도 있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자주 잊고 지냅니다. 돈 보다는 그 돈으로 함께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차보다는 그 차에 함께 타고 놀러갈 수 있는 가족이, 집보다는 집 옆에 살고 있는 이웃이, 남들이 대단하다고 추켜세우는 명예보다는 내 건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늘 잃어버리고 나서야 알게 되니까요.     

한 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젊어서는 정치 이야기나 다른 사람의 연애이야기를 하며 밤이 새는 줄 몰랐는데 며칠 전 친구와 만난 자리에서는 그런 이야기들은 이내 시들해졌고 어떻게 잘 늙어갈 수 있을까에 대해서만 밤이 새는 줄 모르고 이야기했다고 말입니다. 시인은 아마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정말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미 알게 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중한 것들은 노력으로만 지켜진다는 것도 말입니다.    

 

소중한 것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식견이 부족한 탓입니다. 그러나 만일 발견하고 난 뒤에도 지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무지입니다. 모든 소중한 것에는 날개가 달려있어 언제든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무지한 상태에서는 결코 느끼지도 깨닫지도 못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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