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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10. 2022

149. 우리는 정말 친한가요

누군가가 묻습니다. 당신과 친하게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 질문에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친하다는 것은 어떤 관계를 말하는 것일까, 또 그런 관계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하고 말입니다.     

환한 미소로 인사를 나눈다거나 함께 밥 한 끼를 먹는다고 해서 그들과 친하다고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때로는 소수의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하지만 그래도 선뜻 그들과 친하다고 말하기는 망설여집니다. 그렇다면 친하다는 것은 어떤 관계를 말하는 것일까요.     

살아가는 동안 모두 친하게 지내는 사람 한 둘 쯤은 있게 마련입니다. 그들도 처음에는 모두 낯선 사람들이었으나 지금은 즐거움을 나누기도 하고 슬픈 일이 있을 때는 위로를 받기도 하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반대 의견을 내보여도 불안하지 않고,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자고 말해도 이기적이라는 말을 듣지 않을 사람, 설령 누군가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내보여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사람, 유치하고 어린 감정을 그대로 보여도 나잇값 못한다고 손가락질 하지 않는 사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것은 바로 진솔한 ‘감정’의 교류가 있었다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교환하는 것이 참 어렵구나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됩니다. 기쁘면 기쁘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외로우면 외롭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을까요.     

얼마 전에는 누군가가 SNS에 ‘기쁨을 나누면 시샘을 낳고 아픔을 나누면 약점을 낳는다’는 글을 올렸는데 이 글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한동안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 말은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으니까요. 마음의 문을 닫아 건채 우리는 점점 더 두꺼운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점점 더 고독하게 합니다.     

우리가 쓴 가면의 두께가 두꺼워지는 것은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사회 속에서 경험한 아픔의 횟수가 많을 수록, 그리고 믿음에 대한 신뢰가 깨진 횟수가 많을 수록 더 두껍고 단단해지게 마련이니까요.     

현재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과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그곳에는 분명 상대방의 이야기에 오랫동안 귀를 기울였던 적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것은 진솔한 이야기였고 그 사람이 나의 말을 퍼뜨리지 않을 거라는 무조건적인 믿음과 내 얼굴에 썼던 가면을 용감하게 벗어 버렸던 한 시점이 있었습니다.     

서로의 진솔한 이야기로 인해 그가 하는 행동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그가 하는 말에 악의가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의 진솔함을 알게 되니 내 안의 진솔함도 보이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현재까지 그와 친하게 지내는 계기가 된 것이지요. 누군가와 친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진솔함과 용감함이 필요하다는 것, 어쩌면 그 첫번째는 오랫동안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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