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학창시절 밤새워 문제를 풀다 절망했던 수학 문제가 인생을 사는 데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나, 밤새워 외우던 근의 공식이나 함수보다 초등학교 때 배운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가 살아가는 데는 더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를 키워 사람구실 하도록 만들어준 부모님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도 짐작하게 되었고,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세상에 정말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행복하고 영원할 것 같았던 순간들도 어느 순간 변할 수 있다는 것이나 일부 사람들이 우리를 향해 쉽게 내던지는 가슴 아픈 말들이 내 인생에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것, 죽을 만큼 힘들어서 도저히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일도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것도 이제는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해마다 최선을 다해 잎을 피워내는 나무들의 엄청난 생명력이나 바람을 따라 흔들리는 갈대가 오래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는 이유, 바닥에 거의 엎드려야 볼 수 있는 작은 야생화가 누가 보든 안보든 얼마나 성실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지를 보면서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강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옳다고 말하는 것이 전부 옳은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도, 상대방의 말이 모두 그른 것이 아니라는 것도, 겉으로 강하게 보이는 사람이 내면까지 강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것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우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대부분 성공이 아닌 실패의 경험들입니다. 지나간 일을 그리워하기보다는 현재 내 앞에 당도해 있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오늘 만난 사람들을 내일이면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만나 실없이 웃고 떠드는 순간들이 우리 인생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를 알게 된 것도 실패의 경험에서 얻게 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오래전 그때도 알았더라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풀리지 않는 수학문제를 푸느라 밤새워 절망하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그 나이에만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즐기지 않았을까요?
부모님과 조금 더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며 어깨라도 한 번 더 주물러 드리지 않았을까요? 가슴 아프게 이별한 후 괴로워하기보다는 시간의 치유에 마음을 맡기고 그 안에서 흐르는 감정의 변화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까요?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의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을 그 사람의 순수함을 믿으면서 오히려 내 마음이 조금 더 위로 받지 않았을까요? 지금 함께 하는 친구들과의 시간을 더 소중하게 즐기고 힘들 때는 더 자주 나무나 꽃들을 보면서 그들에게서 삶의 희망을 얻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만약 먼 미래에서 누군가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면 지금의 우리는 과연 어떤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다며 안타까워할까요. 지금 우리는 어떤 소중한 것을 잊은 채 살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