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갑질’ 한번 당해보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갑질은 어느새 이 사회에 만연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갑질도 없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하지만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이고 보면 그로부터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도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갑질은 상대방을 잘 모를 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권력남용 행위입니다. 상대방이 살아온 역사를 알고, 상대방에게도 귀한 가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상대방이 평생 일궈온 꿈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이 그 상대방을 향해 갑질을 행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한 사무실이나 회사에 근무한다고 해도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고, 그러다보니 점점 상대방에 대해 알 기회도 사라집니다. 경영자와 직원은 그저 돈만 주고받는 사이가 된지 오래고, 같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개인적인 일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깊이 있는 대화를 주고받으려 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혼술과 혼밥이 늘어나고, 나를 드러내는 것이 마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인 양 주저합니다. 도움을 받을 곳도, 도움을 줄 곳도 없어지는 셈이지요. 그러다보니 상대방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습이 전부고 그것이 그 사람의 전부인양 평가해버리기 쉽습니다.
이런 사회적 현상들을 보면서 새삼 다시 느끼게 되는 것이 바로 인문학의 필요성입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인간답게 살기 위함입니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관계’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는 것이지요. 인간은 어울려 살아야 하는 존재이고, 함께 살아야 하는 존재이니까요.
인문학人文學은 보통 역사, 문학, 철학을 꼽습니다. 인간이 무엇인지, 존재의 이유를 확인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는 그 사람의 과거를 말합니다. 과거를 알아야 그 사람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있다는 말입니다. 문학은 현재를 기록하는 학문입니다. 그만큼 현재 살아가는 모습도 우리의 존재이유를 말해주는 근거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철학이 인문학에 들어가는 이유는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우리의 존재이유를 증명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이나 행복, 가치 등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그것들이 우리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문학은 바로 그런 것들을 우리의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게 해주는 학문입니다. 우리가 인문학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비로소 한 인간에게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그 사람의 역사와 현재의 중요성, 그리고 그와의 관계 속에서 보이지 않는 가치까지도 깨닫게 되지 않을까요.
갑질이 만연해지는 이 사회를 보면서 점점 더 인문학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해결하는 열쇠 역시 바로 인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