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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10. 2022

164. 초심 初心

직장 새내기 시절,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은 참 많았습니다. 나로 인해 조직의 변화도 꾀하고 싶고 이 조직에서 반드시 중요한 사람이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있었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 잔소리만 하는 상사처럼 되지는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루하루 지나면서 직장은 그저 밥벌이 수단이 되고, 근무시간은 더디기만 합니다. 그리고 일명 ‘갑’의 위치에 올라가면 예전 상사의 모습과 현재 자신의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연애를 처음 시작할 때는 가슴이 두근거렸고, 일분이라도 빨리 보고 싶었습니다. 사랑받기 보다는 사랑을 주고 싶었고, 행여 상대방이 아프기라도 할까 노심초사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기다림은 사라지고 사랑은 주기보다 받는 것에 더 익숙해집니다. 때로는 사랑 그 자체보다는 타인과 비교하며 더 많이 받지 못하는 것에 속상해 하기도 합니다.     

처음 부모가 되었을 때 부부는 울고 있는 아기를 바라보며 무럭무럭 건강하게만 자라달라고 말합니다. 아프지 않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는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해 합니다. 그러나 아이가 커가면서 부모는 아이에게 점점 바라는 것이 많아집니다.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데도 공부를 잘했으면, 남들보다 뛰어났으면 하는 욕심이 얹히게 됩니다.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할 때 간직했던 마음을 ‘초심’이라고 합니다. 직업을 처음 가졌을 때의 마음, 연애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 부모가 처음 되었을 때의 마음, 꿈을 이루기 전 책상 앞에 목표를 써 붙이면서 가졌던 마음 등 우리가 처음 가졌던 초심들은 참 많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그 생활에 익숙해지면서부터 익숙한 것은 함부로 해도 된다는 것으로 바뀌기 시작하고 바라는 것은 점점 더 많아집니다. 이미 도달한 목표는 더 이상 가슴을 뛰게 하지 않으니 눈을 돌려 새로운 것을 찾기도 합니다. 일상이 되어버린 하루하루는 더 이상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그저 흐르는 시간에 자신을 맡겨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초심을 지키겠다’는 말을 즐겨 씁니다. 그래서 선거철이 되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도 바로 ‘초심’을 지키겠다는 말입니다. 그것은 ‘초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을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줍니다.     

민의에 귀를 기울이고, 좋은 제도를 많이 만들고, 이 사회를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던 정치 도전자들은 귀를 열고 듣는 시간을 많이 갖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막상 정치라는 권력을 잡고난 뒤에는 그런 모습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흔합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민의 위에 얹히게 되고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는 여유는 사라집니다. 바로 ‘권력’이라는 것이 초심을 잃게 만드는 원인인 셈이지요.     

마음은 자신의 안에 들어 있음에도 그 마음을 지키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서 초심을 지키기란 자신 안에 숨어 있는 마음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있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입니다. 조금이라도 감시가 게으르면 마음은 그야말로 마음대로 형체를 바꾸는 아메바처럼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요. 우리도 한번쯤은 멈춰 서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이 일을 시작할 때 처음 먹었던 마음, 그 마음은 무엇이었는지 곰곰히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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