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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09. 2022

56. 세상을 바꾸는 힘

또 다시 정치의 계절입니다. 여기저기 현수막이 나붙고 국회의원 후보들은 모두 자신이 제일 적합한 인물이라 내세웁니다. 너도나도 자신이 국회에 들어가야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외치니 정치에 염증을 느끼거나 이도저도 잘 모르는 국민들은 누구를 뽑아야 하나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그러니 그저 자신이 신봉했던 당을 보고 뽑거나 이름이나 얼굴이 낯익은 인물을 선심 쓰듯 ‘찍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이 나와 내 가족에게 재앙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은 생각 못한 채 말이지요.


몇 해 전인가, 정치인들의 많은 공약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공약이 있었습니다. 바로 대학생 반값 등록금 공약이었지요. 모든 부모들은 반가워했고 정말 그렇게 된다면 막내까지도 대학에 보낼 수 있겠구나 내심 고마워 그 공약 하나에 마음이 움직인 국민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결국 그 공약은 단 한 번의 해명도 없이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습니다. 국민들은 허탈했지만 정작 공약을 내건 정치인은 당당했습니다.


정치는 권력을 잡는 일이니 정치인이 실현불가능해도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공약을 내세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릅니다. 그러니 그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꼼꼼하게 따지는 것은 바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몫이고 그것을 못한 국민들은 결국 제 발등을 스스로 찍는 결과를 얻는 것이지요. 우리가 조금 더 신중했다면 그 사람이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인지 됨됨이를 따져 묻고 그 공약을 성사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있는지를 반드시 따져보았어야 합니다. 그것이 내 아이의 희망찬 내일을 생각하는 부모 된 자의 도리이고 내 늙은 부모의 편안한 노후를 생각하는 자식 된 자의 도리이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정치하면서 싸우는 인간들 보기 싫다고, 젊은 사람이 무슨 투표를 하느냐고, 그날은 놀러나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이 나라를 지금 이 모양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우리는 깊이 새겨야 합니다. 나라가 왜 이 모양이냐며 한번이라도 한탄한 사람들이라면 그런 나라를 한탄하기 이전에 내가 먼저 투표라는 실천으로 보여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목숨을 무참히 앗아간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고,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한 노동자의 눈물을 막고, 서민들의 고통을 막아내는 최선의 방법이 될 테니까요.


정치인이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것은 국민이 그들에게 만만하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의 입에 발린 말처럼 정말로 국민이 엄중했다면 자신이 한 약속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른 척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만일 우리 주변에 그런 정치인이 있다면 그들에게 국민의 힘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살기 좋고 사람이 존중받는 변화된 세상은 대통령이나 정치인이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내가 바꾸는 것입니다. 당이나 학연, 지연 등이 아니라 그 사람의 됨됨이를 잘 살펴보고 제대로 된 인물에 투표하는 것은 이 나라를 바꾸는 첫 걸음입니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정작 투표를 하러 가는 일에 망설이고 있을 ‘나’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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