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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09. 2022

70. 분노의 근원

요즘은 어디서든 자주 보게 되는 것이 사람들의 분노인 것 같습니다. 뉴스에서는 분노를 참지 못해 사람을 해코지 했다는 기사가 연일 터져 나오고 주변에서도 이야기 도중 화를 참지 못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분노는 상대가 나를 무시했다고 생각했을 때 터져 나오는 감정입니다. 상대방이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미 그런 경험을 당해본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부당하다는 것, 그런 부당함이 나의 자존감을 해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는 어쩌면 세상의 차별이나 세상 속에 만연해 있는 보이지 않은 신분제 등으로 괴로워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 고위공직자가 서슴없이 말하는 ‘민중은 개, 돼지’라는 표현이 잘못됐다고 아무리 떠들어도 세상이 이미 그렇게 권력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구분된다는 것을 그는 아마 알고 있는 사람일 겁니다.


헌법에 보장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은 그 의미가 사라진지 오래고 아직도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되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많이 보게 됩니다. 이런 사회적 구조가 지속되는 한 분노는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분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내 생각이 무조건 옳고 너의 생각은 무조건 틀리다는 것이 바탕이 된 이 분노는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한 무분별한 확신에서 비롯됩니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생각은 많은 지식과 경험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코끼리를 처음 본 사람이 앞에서 본 모습과 옆에서 본 모습, 뒤에서 본 모습을 각기 다르게 표현해도 그것은 결국 코끼리를 말하고 있음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코끼리에 대한 지식도 있어야 하고 코끼리를 만났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어쩌면 나와 다른 생각을 더 귀 담아 들어야 합니다. 그러니 상대가 틀렸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내 생각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겠지요.


아직 살아갈만한 세상이구나 하는 것을 믿게끔 만드는 분노도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과 생명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분노,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이 사회를 조금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분노입니다. 이런 분노들은 아직도 많은 억압을 받으며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이 위태로운 상황을 맞딱뜨리게 되지만 인간을 억압하는 사회제도, 부자에게 치중해 있는 법, 사회적 약자들을 무시하는 권력자들, 불평등한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런 분노를 보고 있자면 모두가 외면하는 거기에 ‘사람이 있다’는 외침을 듣는 것 같아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더 이상 분노하지 않고, 분노가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차별이나 불평등을 겪지 않고,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어 노력하면 된다는 것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다름과 틀림을 구별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세상은 과연 올 수 있을까요. 그런 세상을 위해 우리는 지금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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