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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파몽 Nov 19. 2022

02. 절대적으로 좋은 조직문화가 있을까?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성공하는 회사들을 살펴보면 왠지 공통적인 특성을 공유하는 것 같다. 또 각 기업의 홈페이지에 그려놓거나 혹은 적어 놓은 가치체계를 살펴보면 또한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시대적 특성에 따라 유행처럼 서로 따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조직은 아직 찾지 못하였지만 마치 성공한 기업들끼리만 공유하는 국민 레시피가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는 학습과 경험을 통해서 A회사의 성공을 이끌었던 문화라고 해서 B회사의 성공을 반드시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어설픈 황새 따라하기로 우리가 얼마나 시달렸는지 다들 한번씩은 경험 했을 것이다. 따라서 기업문화 활동은 모방과 벤치마킹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 또한 잘 알고 있다. 사실 문화를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으로 분류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논하는 조직문화라는 것은 비교우위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는 힘은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동안 기업 운영의 모토가 되었던 문화가 더 이상 혁신과 지속성장에 추진력을 더해주지 못하고 있다면 구성원의 공유 가정에 대한 재고는 필요할 것이다.

 이처럼 바람직한 조직문화는 바이블과 같은 절대적 성질을 띠기보다는 상황마다 마주하게 되는 필요에 따라 상대적인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기업이 어떤 문화를 추구하고 주위 환경이 어떤 문화를 허용하는가에 따라서 바람직하거나 그렇지 못한 문화로 결정될 뿐이다.


 

일례로, 국내 제약회사 A사는 조직력을 강조하는 소위 가족적이라고 말하는 관계지향문화(Cameron  & Quinn, 경쟁가치모형 기준)를 바탕으로 사업을 영위하여 왔다. 그동안 국내 제약산업은 제품의 차별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점유율을 키워가기보다는 차별성이 약한 제품(소위 말하는 제네릭의약품)들을 가지고 각자의 영업력을 무기 삼아 서로 경쟁해왔다.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영업담당자들의 역량을 기대어 시장점유율을 높여 왔기에 좀 더 많은 지역을 담당할 수 있는 영업조직을 확보한 회사가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졌다. 따라서 빈번하고 많은 규모의 채용을 통해 영업조직의 크기를 키워 나갔고 영업조직 안에서 소위 말하는 기수문화가 형성이 되었다. 여기에서 파생되고 발전되어 관계지향적인 문화가 조직 내 자리 잡게 되었고 조직구조상 영업조직의 비율이 다른 조직에 비해 높다 보니 보니 이들의 문화는 곧 회사의 대세 문화가 되었다. 하지만 규제를 동반한 산업환경의 변화는 기존 관계지향적인 문화의 경쟁력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약가인하,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과 같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제약산업에 불어 닥쳤다. 수익성은 약화되었고 더 이상 인적자원의 양적인 확장을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은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이런 상황의 극복을 위해 A사는 글로벌 제약사 신약의 국내 판권을 선점하여 제품의 비교우위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자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을 글로벌 제약사에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으로 변화를 모색하게 되었다. 수익성 약화는 조직이 단기적인 수익성 지표에 좀 더 집중하게 만들었고, 글로벌 제약사의 판권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영업경쟁력에 대해 명시적인 지표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였기에 목표 달성을 위한 효율성을 점점 더 강조하게 되었다. R&D에 있어서도 장기적인 관점으로 현재까지 해결되지 못한 미충족 영역에 대한 끊임없는 시도를 장려하기보다는 시장에서 좀 더 빠르게 재무적 가치로 치환할 수 있는 연구과제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전략에 따른 변화들로 조직은 시장지향문화(Cameron &Quinn, 경쟁가치모형 기준)의 특징들이 두드러져 보이기 시작했다.  



 이처럼 바람직한 조직문화라는 것은 항구적인 영속성을 가진다기보다는 조직의 생존을 위해 환경 대응적 모습으로 그 타당성이 결정된다고 하겠다. 기업이 마주하는 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조직은 지속성장을 위한 전략적 방향성을 수정할 것이고, 여기에 결이 맞는 문화가 있는 것이다. 주변을 잠깐만 돌아보면 최근 주 52시간 근무시간제도로 인해 장시간 근로를 하는 것이 더 이상 미덕이 아닌 문화가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근면성실, 성실성 등의 단어로 포장하여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을 밀어 넣어 성과를 극대화하던 기업운영은 힘들게 되었다. 그동안 대한민국 성장의 중심에 있었던 인건비 효율 기반의 제조업 회사들은 사회적 인식의 변화, 인건비 부담의 증가 등으로 이제 부가가치를 창출할 다른 방안들을 모색할 필요가 있게 되었다. 이처럼 일터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규제가 변화하거나 수익구조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변화하게 되면 기업들은 새로운 생존전략을 강요받고 더불어 전략과의 시너지를 위해 조직문화도 궤를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게 된다.

 


<참조문헌>

1. Edgar. H. Schein(2006), 기업문화혁신전략, 일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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