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사 여행 이틀째, 늦은 아침도 해결하고 갯벌에 신고 들어갈 장화도 장만할 겸 가장 번화(?)하다는 시내로 들어섰다.
차에서 내리고 얼마 안 있어 우와~ 동공이 확장되고 콧구멍이 벌렁거렸다. 시골스러운 분위기를 찾아 얼마나 헤맸던가. 일정에 있었던 곳도, 일부러 찾아간 것도 아닌데, 사천시 서포면은 시간이 멈춰 버린 것 같은 시대극 세트장 같았다.
그리고 아스라이 떠오르던 기억,
한 참 키 클 나이였다.
페리카나 양념 통닭을 좋아하셨던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씩, 토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양념 통닭 한 마리, 후라이드 통닭 한 마리를 사 오셨다. 토요일 저녁, 아버지 발소리가 들리면 문이 열리기도 전에 뛰쳐나가 아부지 손에 들려있는 봉지를 낚아채고 "아빠, 최고!" 환호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그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철없는 우리 삼 남매, 누가 더 많이 먹나 눈치 보며 경쟁하지 않아도 될 만큼 넉넉한 풍경. 그 안에 있던 단발머리의 나. 통닭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았고 중학교 1학년 5번이었던 나는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 24번이 되었다.
90년대 초의 '페리카나'가 이런 모습이었지... 하다가 아! 식육점 오! 보건당 크! 세탁소
그러다 이상한 경험을 했다. 키가 다 큰 나는, 내 검지는 셔터만 누르고 서포면을 누비는 내 영혼은 단발머리 중학생인 것 같은 경험 말이다. 타임머신이 없는데도 과거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건 아주 묘한 경험이었다.
오늘 이 사진을 들춰보며 다시 시간여행을 한다.
먹고 싶은 것이 한창 많을 나이의 어린 자식들을 거둬 먹이는 아부지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때는 그저 아부지가 페리카나 양념 통닭을 아주 좋아하시는구나 생각했는데, 지금에 와보니 가족 모두가 한자리에 둘러앉아 통닭을 먹는 시간을 즐기셨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