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간다움

인간? 인간형로봇? -1-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中에서

by 산들바람

아래의 질문에

대답한 자는 인간일까요? 인간형로봇일까요?


그렇담,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1. 당신은 생일에 송아지 가죽 지갑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 송아지 가죽 지갑은 고가의 고급스러운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귀한 선물을 준 사람의 성의에 고맙겠지요. 또한, 지갑을 선물할 땐, 돈 들어오는 일이 많은 부자가 되라는 의미에서 현찰을 함께 넣어줍니다. 받아 든 지갑을 조심스럽게 열어 봤을 때, 오만원권, 만 원권의 현금이 들어있다면 역시! 하고 선물한 사람의 센스에 감탄할 것 같습니다.



2. 만일 당신이 어린 아들을 두었는데, 그 아이가 갖고 있던 나비 표본을 당신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심지어 살충통까지도요.


>> 아들의 여름방학 숙제가 곤충 표본을 만드는 거라면 나비를 채집하는 데 뭐라도 도움 줄 수 있을까 궁리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 어린 시절 잠자리나 나비, 메뚜기나 매미를 잡아 놀던 시절이 떠올라 잠깐 동심의 세계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비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오가는 신비한 곤충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찜찜한 마음 들 것 같습니다.



3. 당신은 앉아서 TV를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당신의 손목 위에 말벌 한 마리가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합니다.


>> 초등학교 2학년 때, 공중에서 날아다니는 말벌을 파리채로 때려잡은 적이 있습니다. 크고 사나워 보이는 말벌을 잡았다며 의기양양한 저를 보고 말벌에 쏘이면 죽을 수도 있다는 엄마의 말에 겁이 났더랬습니다. 그 후로 벌이 달려들면 무서웠지만, 가만히 있으면 쏘지 않는다는 말에 기대어 벌이 떠나기를 잠잠이 기다렸고 다행히도 지금껏 벌에 쏘인 적은 없습니다. 그나저나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정신없이 살다 보니 벌과 대면했던 적이 언제였나 기억이 잘 나지 않아 입안이 껄끄럽습니다.



4. 당신은 잡지를 읽던 중에 두 면에 걸쳐 나와 있는 여성의 컬러 누드 사진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당신의 남편은 그 사진을 좋아합니다. 누드모델은 커다랗고 아름다운 곰 가죽 깔개 위에 엎드려 있습니다.


>> 누드 사진이 있을 법한 잡지를 읽지 않을뿐더러, 남편이 어떤 생각으로 제가 보는 앞에서 그 잡지를 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여성을 성 상품화한 잡지를 좋아하는 모습은 혐오스러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 만화나 게임, 섹시 컨셉의 가수, sns에 공유된 여러 동영상 등 여성을 상품화하는 매체가 워낙 많다 보니 남편만 탓할 순 없어 자괴감을 느낄 것 같습니다.



5. 당신은 전쟁 전의, 옛날에 나온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주인공과 일행은 배가 고파져 해산물 식당에 들어갑니다. 그중 한 사람이 바닷가재를 시켰는데, 요리사가 이들이 보는 앞에서 끓는 물에 바닷가재를 풍덩 빠트립니다.


>> 바닷가 고급 레스토랑은커녕 노량진수산시장에서도 맛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주방장이 직접 요리하는 바닷가재는 얼마나 맛있을까, 기대하는 마음도 잠시. 김이 펄펄 나는 뜨거운 물에 빠져서 빨갛게 익어가는 바닷가재를 보며 어딘지 모를 슬픔을 느낄 것 같습니다. 잠시 입맛이 떨어질 것도 같지만, 먹방에서 익히 본대로 달지만 달지 않고, 짜지만 짜지 않고, 고소하고 쫄깃한 맛을 상상하면서, 일행이 시킨 음식인데 징그러운 표정을 짓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 자기합리화하며 찜찜한 마음을 털어낼 것 같습니다.




6. 당신은 산에 있는 오두막을 하나를 빌렸습니다. 그곳은 아직 녹음이 짙은 지역이었죠. 오두막은 오래되고 옹이 진 소나무로 만들어졌고, 그 안에는 커다란 벽난로가 있습니다. 벽에는 오래된 지도 한 장을 비롯해 커리어 앤드 아이브스의 석판화 몇 장이 걸려 있고, 벽난로 위에는 박제된 사슴 머리가 하나 걸려 있습니다. 뿔까지 발달한 것이 다 자란 수사슴입니다.


>> 짙은 녹음 가운데 옹이 진 소나무로 만든 오두막,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서 커다란 벽난로 속에서 타오르는 장작을 불멍하다가 이내 오래된 지도와 몇 장의 석판화를 감상하며 공간이 주는 분위기에 취하려 하는데 TV나 영화에서 보아 온 박제된 수사슴 머리를 발견하곤 오두막 주인은 부자일 거야, 부러워하며 박제된 수사슴 머리가 어떻게 생겼나 자세히 들여다볼 것 같습니다.




. 당신은 임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상대는 당신과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었죠. 그런데 그 남자가 당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았습니다. 당신은 낙태를 했고, 그리고...


>> 대학 시절, 자취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군대에서 휴가 나온 남친과 잠자리한 후 얼마 안 있어서 낙태했지요. 자취방에서 모로 누워 슬퍼하는 친구에게 미역국을 끓여줬습니다. 애 낳았을 때 산후조리 하듯이 낙태한 때도 똑같이 돌봐야 한다면서요. 괴로워하는 친구를 보며 나는 이런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겠다 다짐했습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위와 같은 일이 생길 거라고 가정한다면, 낙태의 과정에서 느낄 심한 죄책감과 싱글맘 밑에서 자라날 아이의 괴로움을 고려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을 만든 약혼자와 친한 친구를 저주하면서 종국에는 이런 상황이 오도록 자신을 돌보지 못한 나를 자책하면서 말이죠.



8. 당신은 어떤 남자와 데이트를 하고 있는데, 그가 당신을 자신의 아파트로 초대했습니다. 당신이 거기 있는 동안 남자는 당신에게 마실 것을 권합니다. 당신은 유리잔을 들고 서서 그 집 침실을 들여다봅니다. 투우 포스터로 벽이 멋지게 장식이 되어있는데, 당신은 그걸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망토를 걸친 투우사도 나오고, 그를 뿔로 들이받으려고 하는 황소도 나오는 식으로 그려지죠. 마지막에 가서는 항상 황소가 죽게 되지요.


>> TV에서 투우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칼과 창에 찔린 황소가 투우사에게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모습에 환호하는 관중을 보며 인간이란 참 잔인한 존재라며 고개를 내두르다 채널을 돌렸는데요. 남친의 취향이 저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거리를 둘 것 같습니다.




9. 당신은 TV에서 옛날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전쟁 전에 나온 영화죠. 영화에서는 한창 연회가 진행 중입니다. 손님들은 생굴을 맛보고 있지요. 주요리는 속에 쌀을 넣고 푹 삶은 개고기였습니다.


>> 대학 새내기 시절, 여럿이 모여 선술집에서 뒤풀이할 때, 짝사랑하던 선배가 석화는 이렇게 먹어야 한다며, 석화 위로 초장과 슬라이스한 마늘과 청양고추를 올린 다음 생굴을 숟가락으로 떠서 먹여 준 적이 있었습니다. 선술집의 분위기에 취한 것인지, 몇 개 안 되는 석화를 심지어 짝사랑하던 선배가 줘서인지, 아니면 술에 취했던 것인지, 생굴이 워낙 싱싱했는지는 몰라도 ‘생굴은 맛.있.는 음식이다'라는 느낌이 강렬하게 각인돼있습니다. 그 후로 요즘같이 쌀쌀한 계절이 돌아오면 생굴을 찾습니다. 세월이 흘러 예전 같은 맛은 안 나지만, 돼지 수육에 김장김치를 올리고 그 위에 생굴을 얹어 먹으면 호기심 많았던 대학 새내기 시절의 기억과 함께 참말로 맛있게 먹습니다.

그러나 영화 속 다음 장면처럼, 주요리가 개고기인 걸 알았다면 좀 전 맛있게 느껴진 생굴이 징그러워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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