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야는 따분한 표정으로 현관 앞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학교 끝나자마자 집에 오라는 엄마 말에 아침부터 짜증이 났다.
호야는 파리채를 휘휘 저어 파리를 쫓았다.
얼린 열기와 조기, 마른 임연수와 가자미, 우럭 위에
자꾸만 파리가 꼬여 들었다.
잠깐이라도 방심하면 금세 하얀 가루약 같은 알을 생선에 슬어놓았다.
파리 군단을 물리치기 위해 더 강력한 무기가 필요했지만
호야가 가진 무기라곤 흐물거리는 파리채 하나가 다였다.
동생 짜야가 있었다면 덜 심심했을 텐데...
호야는 이때만큼은 짜야가 그리웠다.
좌판에 있는 생선 눈알 세기.
일 분 안에 어떤 생선에 파리가 더 꼬이는지 맞추기.
파리 더 많이 잡기! 등을 내기 하며 시간을 때웠을것이다.
그런데 짜야는 치사하게 제당 마당에 놀러갔다.
그물에 걸린 새끼 물고기를 바다에 풍덩하고 던져주는 아빠처럼
엄마는 짜야를 밖에 풀어주었다.
엄만 요 며칠 몸살이 나서 끙끙 앓고 있는 중이다.
엄마가 아플 땐 약도 소용이 없는 듯했다.
그냥, 며칠 푹 아파야 나았다.
호야는 알 수 없었다. 왜 아픈지, 그리고 왜 저절로 낫는지를.
아침마다 아빠가 해주는 질퍽한 밥을 맨 김에 싸
입안에 구겨 넣을 때면, 호야의 얼굴도 구겨졌다.
그땐 엄마가 해준 매운탕 한 숟가락이 먹고 싶었다.
“니 값이나 알고 여기 앉아 있나?”
대성호 선장 아줌마다.
호야는 할 말을 찾느라 주뼛거렸다.
“무조건 비싸게 받아라. 설마 애들한테 깎아달라곤 안하겠지.”
아줌마는 머리 위에 빨간 다라이를 이고 있었다.
그리고 전대로 불룩한 배를 가리고 있었는데
호야는 왠지 대성호 아줌마의 약점을 알게 된 것 같아 조금 웃겼다.
잠시 후, 꽃무늬 양산을 쓴 아줌마가 호야 앞에 섰다.
우리 반에서 제일 예쁜 수진이도 함께.
‘그냥 가세요. 으으~’
호야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파리채를 흔들었다.
“임연수 두 마리 얼마니? 꼬들하게 잘 말랐네.”
머릿속이 하얘졌다. 하필 임연수 가격이 헷갈렸다.
한 마리 오천 원인지, 두 마리 오천 원인지...
이럴 땐 엄마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왠지, 왠지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퉁퉁 부은 얼굴에 헝클어진 머리를 한 엄마가 현관에 나온다면
더 도망가고 싶을 것 같았다.
“오천원이요.”
“어머 왜 이렇게 싸?”
“엄마도 그렇게 팔았어요.”
호야는 얼버무리듯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검정 봉지를 뜯어 반으로 접은 임연수 두 마리를
가지런히 봉지에 넣었다.
날카로운 지느러미에 봉지가 찢어졌다.
수진이 엄마는 웃으며 축축한 비린내가 묻은 봉지를 받아들었다.
호야는 수진을 힐끔 봤다.
수진은 아가미를 실룩거리는 우럭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 집 냉장고에 지긋지긋하게 있는 생선인데...
호야는 문득 궁금해졌다.
다른 친구들은 생선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멋진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전시관을 생각할까?
아니면 주말에 아빠와 낚시가고 싶다고 생각할까?
그나저나
오늘도 이 동네 고양이들이 모두 도둑 누명을 써야 할 것 같다.
한 마리 오천 원인게, 하필 수진이 가고 나서 생각날게 뭐람.
엄마는, 아파도
계산은 정확한 사람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