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몽돌 위를
호야는 숨이 차도록 뛰었다.
호야의 발은 크고 작은 몽돌 위를 거침없이 내디뎌
마치 이 돌에서 저 돌로 점프 뛰기를 하는 듯했다.
호야는 몽돌 위를 뛰어 다닐 때 가장 신났다.
돌의 모양을 기억하는 듯
발이 저절로 움직여졌기 때문이다.
마치 하늘을 붕 하고 날아다니는 기분이었다.
반면 진수는 헥헥 거리며
중심도 못 잡고 무거운 몸을 비틀거렸다.
“호야, 그만 뛰자. 이만하면 준비운동 다했다.”
“니는 한 바퀴도 안 돌았잖아. 그라고 오늘 파도 세서 바다에 못 들어간다.”
“우리 형이 어제, 저 바위에 전복 세 마리 붙었다고 따오라 했는데.”
“바보야, 그게 아직도 있나?”
“아마 있을 걸?”
“니가 우예 아노?”
“내는 보인다. 저쪽, 저어쪽, 쩌어 뒤쪽에.”
호야는 뒷발을 들고 진수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봤다.
호야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니도 너거 형처럼 순 뻥쟁이다.”
“아이다. 그라믄 내가 가서 따오께. 니는 여기서 딱 기다리라.”
호야는 입을 삐죽거리며 몽돌 위에 털썩 앉았다.
진수는 작정한 듯 바다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파도가 철썩하고 진수 다리를 치자 무거운 몸이 휘청 거렸다.
바다 위에 몸을 둥둥 띄운 진수는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파도가 자꾸 진수를 막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뒤로 밀려오진 않았다.
우리반 씨름대장을 파도도 이기지 못하는 눈치였다.
코앞에 있는 바위를 진수는 거의 십 분이나 걸려 도착했다.
진수는 힘이 다 빠졌는지 바위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자꾸만 미끄러졌다.
그리고 급기야 호야 쪽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파도가 세서 아빠 그물도 못 건지고 지금 돌아온단다.
니 오늘 절대로 바다에 들어가면 안 된다.'
오늘 아침 엄마의 무서운 얼굴이 호야의 심장을 세게 두드리는 것 같았다.
그때 진수는 손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고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다급한 상황인 것 같았다.
호야는 그대로 물속에 뛰어들었다.
개구리처럼 힘차게 발을 내저었지만 파도에 휩쓸려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호야 쪽으로 큰 파도가 달려들었다.
호야는 몸을 높이 세워 파도를 탔다.
그러나 그 뒤로 더 큰 파도가 달려왔다.
호야를 덮친 파도는 꾸르륵 쾅하는 물소리와 함께
호야를 바닷속으로 밀어 넣었다.
한참 후 눈물 콧물 다 흘리며 겨우 물 위로 올라 온 호야 눈에
진수가 보이지 않았다.
“진수야! 야 빙신아, 김진수!”
호야는 미친 듯이 팔 다리를 내저었다.
제대로 수영을 배운 적 없는 호야는 그래도 개헤엄 치고는 빠른 편이었다.
이제는 어떤 파도도 호야를 덮칠 수 없었다.
겨우 바위에 도착한 호야는
물속에 들어가 진수를 찾았다.
그러나 진수는 없었다.
아마 저 먼 바다로 떠내려 간 것 같았다.
호야는 SOS를 치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바위 위로 기어 올라갔다.
팔꿈치와 무릎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
호야는 바다 상인들 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사람 빠졌니더. 진수가 빠졌어요.”
호야는 울고 불고 목소리가 쉬는 줄도 모르고 소리쳤다.
그때 뭔가가 호야의 발목에 착 하고 감기는 게 느껴졌다.
호야는 놀라 번쩍하고 뒤를 돌아 보았다.
오통통한 손가락이 호야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내 여 있다.”
기진맥진한 진수가 바위 뒤 뾰족 튀어 나온 곳을 간신히 붙잡고 있었다.
호야의 세배나 되는 몸매에
물까지 잔뜩 머금은 진수를
호야는 젖 먹던 힘까지 짜내 바위 위로 끌어 올렸다.
바위로 올라온 진수는 픽하고 쓰러졌다.
“엄마가 오늘 절대로 물에 들어가지 마라 했는데. 내 디졌다.”
호야는 울먹이며 말했다.
그 말에 진수가 흐흐흑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미안. 그라믄 이거 너거 엄마한테 주면 안되겠나? 그라믄 니 혼 안나겠나?”
진수는 누운 채로 바지 주머니에서
큰 돌멩이 같은 걸 꺼내 호야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든 호야는 깜짝 놀랐다.
전복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큰 왕전복!
호야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이거면 되지 싶다.”
호야의 눈에 해가 쨍하고 비쳤다.
그 사이 바위 앞으로 튜브 두 개가 날아왔다.
멀리서 주황색 모자를 쓴 아저씨가
호루라기를 불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