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색깔이 무엇이든, 함께 물들어 줄게

#10. 《제각기 자기 색깔》

by 서정연


우리는 그렇게 식구가 된다.


앵무새는 초록색, 금붕어는 빨간색. 우리 집 고양이 보름이는 크림색, 또양이는 치즈색입니다. 세상의 모든 동물에게는 저마다의 고유한 색깔이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에 따라 몸 색깔이 변하는 카멜레온은 늘 슬펐지요.


"나에게는 왜 나만의 색깔이 없을까?"


자기만의 색을 찾고 싶어 방황하는 카멜레온의 모습은 우리 인간의 삶과 참 닮아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 평생을 여행하고, 때로는 나를 잃어버린 것 같아 길을 잃기도 하니까요.


온 힘을 다해 자기를 증명하는 시간


이제 막 세상에 적응 중인 아이는 어떨까요. 아이는 지금 이 순간 자기가 누구인지 증명이라도 하듯 온 힘을 다해 몸을 흔듭니다. 배가 고프면 얼굴이 싯뻘개지도록 울음을 터뜨리지요. '젖 먹던 힘까지 다한다'는 말이 이토록 생생하게 다가온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온 힘을 다해 우는 힘찬 생명력이 경이로워, 우는 것밖에 모르는 아이가 대견해서 나는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맙니다. 그 울음은 아이가 세상에 내비치는 가장 강렬하고 분명한 '자신의 색깔'이기 때문입니다.



함께 물들어가는 기쁨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 **《제각기 자기 색깔》** 카멜레온은 지혜로운 친구를 만나 깨닫습니다. 나만의 색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건, 함께 발맞춰 걸어갈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사실을요. 초록색 잎 위에서는 둘이 같이 초록색이 되고, 보라색 꽃 위에서는 둘이 같이 보라색이 됩니다.


"혼자서 자기만의 색깔을 가질 수는 없지만, 누군가와 함께라면 늘 같은 색이 될 수 있어."


《제각기 자기 색깔》 한 장면



우리도 그렇습니다. 서로 다른 색으로 만났지만, 매일 눈을 맞추고 숨을 나누며 조금씩 닮아갑니다. 갓 태어난 아이의 얼굴에서 부모의 낯선 표정이 보이고, 그 부모의 모습에서 다시 나의 어린 시절이 겹쳐집니다.


함께하며 닮아가는 것. 우리는 그것을 **'식구(食口)'**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너의 색깔이 무엇이든, 우리가 늘 곁에서 함께 물들어 줄게. 이로운, 우리 곁에 와주어서 정말 고마워.”



아이는 자라고, 삶을 다시 읽습니다.



[함께 읽은 그림책] 《제각기 자기 색깔》 | 레오 리오니 (글/그림) | 김영무 (옮김) | 분도출판사


글 | 서정연 아이가 자라는 찰나를 곁에서 지켜보며, 그림책 속에서 삶의 물결을 발견하고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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