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예방주사 무섭지 않아!》
아이가 BCG 예방접종을 하러 가는 날입니다.
흉터가 넓게 남는 도장 주사보다는, 자국이 조금 더 옅게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 어깨 위쪽에 놓는 피내접종, 일명 '불주사'를 맞히기로 했습니다. 차마 아이의 울음소리를 마주할 자신이 없던 엄마는, 떨리는 손으로 초보 아빠의 등을 떠밀어 진료실로 보냅니다.
영문도 모른 채 아빠 품에 안겨 있던 아이는, 여린 살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바늘 끝에 진료실이 떠나갈 듯 울음을 터뜨립니다. 서럽게 우는 아이를 보면 안쓰러워 마음이 짠하다가도, 작은 입을 한껏 벌리고 온 힘을 다해 우는 모습이 어찌 그리 예쁜지요.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고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예쁘다'지만, 아이가 내뿜는 날 것 그대로의 생명력은 참으로 경이롭기만 합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아이를 달래다 보니, 후카미 하루오의 그림책 **《예방주사 무섭지 않아!》** 속 거인 아저씨가 떠올랐습니다.
거인 아저씨의 지독한 '주사 공포증’
덩치가 산만한 거인 아저씨도 예방주사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집니다. 걱정 가득한 얼굴로 순서를 기다리며 "주사는 그저 모기에 살짝 물리는 정도일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죠. 하지만 정작 아저씨 차례가 되자 간호사는 책상 밑에서 아저씨 몸집만큼이나 커다란 주사기를 꺼냅니다.
깜짝 놀란 아저씨가 "왜 나만 이렇게 큰 주사기를 맞아야 하느냐"며 항의해보지만 소용없습니다. 결국 거인 아저씨는 줄행랑을 칩니다.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그리고 구경하던 사람들까지 모두 주사를 거부하는 거인을 쫓아가는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아저씨는 커다란 나무 속으로 숨어보지만, 눈치 없는 까마귀가 "까악까악" 소리를 내며 위치를 알려줍니다. 다리 난간 밑으로 도망쳐도 이번엔 원숭이가 아저씨의 은신처를 손가락질하죠. **"정말 나쁜 까마귀야!", "정말 나쁜 원숭이야!"**를 외치며 아저씨는 간신히 집에 돌아와 문을 꼭 걸어 잠급니다.
공포를 이겨내는 작고 소중한 용기
덩치 큰 거인 아저씨는 도망이라도 칠 수 있지만, 우리 아이는 꼼짝없이 붙들려 주사를 맞습니다. 주사를 놓는 선생님을 향해 "정말 나쁜 아저씨야!"라고 원망 섞인 말 한마디 할 줄 몰라 그저 서럽게 울 뿐입니다. 그래도 짧은 폭풍이 지나가고 다시 엄마 품에 안긴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평온한 얼굴로 잠이 듭니다. 무구한 얼굴을 보고 있으면, 아픔을 금세 털어내는 아이의 순수함에 되레 위로를 받습니다.
그림책 속 거인 아저씨도 결국엔 주사를 맞습니다. 무시무시하게 큰 주사기 대신, 아저씨만의 기발한 꾀를 내어 정말 모기에 물리는 것 같은 아주 작은 주사기로 말이죠.
아이에게 예방주사는 세상을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처음으로 마주하는 '착한 아픔'입니다. 지금은 서러운 울음으로 대항하지만, 거인 아저씨처럼 언젠가는 두려움을 웃으며 넘길 만큼 몸도 마음도 훌쩍 자라나겠지요.
“이로운, 많이 놀랐지? 하지만 네 몸은 조금 더 단단해졌단다. 네가 마주할 모든 아픔 앞에서, 우리가 늘 이 거인 아저씨처럼 기발한 용기를 불어넣어 줄게.”
아이는 자라고, 삶을 다시 읽습니다.
[함께 읽은 그림책] 《예방 접종 무섭지 않아!》 | 후카미 하루오 (글/그림) | 이영준 (옮김) | 한림출판사
글 | 서정연 아이가 자라는 찰나를 지켜보며, 그림책 속에서 삶의 물결을 발견하고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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