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각도만큼 깊어가는 사랑

#05.《사과와 나비》

by 서정연


트림을 시키느라 아이의 심장과 내 심장을 맞대고 곧추세우면, 두 사람의 심장이 콩닥콩닥 맞부딪힙니다.


주위는 더없이 고요하고 두 심장이 부딪히는 소리만 증폭되어 들립니다. 그 규칙적인 박동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내 가슴마저 사뭇 설레어 옵니다. 갓 태어난 생명의 에너지가 내 몸으로 전이되는 신비로운 순간입니다.


아직 고개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이로운. 하지만 엎어두면 낑낑대며 입을 꼭 다물고 고개를 들려고 온 힘을 다해 애를 씁니다. 파들거리는 그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찌나 대견하고 장한지요.




《사과와 나비》한 장면



‘이로운, 너도 참 애쓰며 사는구나.’


아이의 작은 분투를 보며 이엘라 마리와 엔조 마리의 그림책 **《사과와 나비》**를 떠올립니다. 글자 하나 없이 그림으로만 이어지는 이 책은, 사과 속의 작은 애벌레가 자기만의 고치를 만들고 끝내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는 생명의 순환을 정직하게 보여줍니다.


사과 껍질이라는 단단한 벽을 뚫고 세상 밖으로 나와, 제 몸에서 실을 뽑아 인내의 시간을 견디고, 마침내 나비가 되어 꽃과 나무를 잇는 그 경이로운 과정. 그것은 어쩌면 지금 고개를 들기 위해 온 근육을 쓰고 있는 아이의 모습과 참 닮아 있습니다.


세상은, 아이도 나비도 우리도, 각자의 무게를 견디며 고개를 드는 연습을 하는 곳인가 봅니다.


“이로운, 오늘 조금 더 높이 고개를 든 만큼 네 눈에 비친 세상은 더 넓어졌겠지? 네 고개가 들리는 각도만큼, 우리 사랑도 깊어만 간단다.”


《사과와 나비》한 장면



오늘도 수고했어, 우리 나비.



아이는 자라고, 삶을 다시 읽습니다.



[함께 읽은 그림책] 《사과와 나비》 | 이엘라 마리, 엔조 마리(그림) | 시공주니어


글 | 서정연 아이가 자라는 찰나를 지켜보며, 그림책 속에서 삶의 물결을 발견하고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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