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프레드릭》
품에서 잠든 아이를 조심스레 내려놓을라치면, 금세 혼자 있기 싫다며 보챕니다. 따스한 온기가 그립다고 칭얼거리는 아이를 다시 품에 안습니다. 초보 부모의 모자란 잠을 조금이라도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어떤 날은 한 시간, 또 어떤 날은 두 시간 남짓 아이를 안고 거실을 서성입니다.
두 심장이 맞닿아 파닥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이 작은 생명체가 뿜어내는 경이로움에 시공간마저 잊게 됩니다. 아이의 보드라운 살 내음을 맡으며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 **《프레드릭》**을 떠올립니다.
작은 들쥐들은 추운 겨울을 대비해 밤낮없이 일합니다. 옥수수와 열매, 밀과 짚을 부지런히 모으지요. 하지만 그 틈에서 프레드릭만은 동그마니 앉아 풀밭을 내려다볼 뿐입니다. 조는 것처럼 보이는 프레드릭에게 들쥐 동료들이 묻습니다.
"프레드릭, 너 지금 꿈꾸고 있는 거니?"
프레드릭은 짤막하게 대답합니다. 길고 잿빛인 겨울을 위해 햇살과 색깔, 그리고 이야기를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요.
겨울이 찾아오고 들쥐들이 모아둔 양식이 바닥나기 시작했을 때, 프레드릭은 비로소 자신이 모아온 보물들을 꺼내 놓습니다. 그가 들려주는 눈부신 햇살과 선명한 색깔의 이야기는 굶주림과 추위에 떨던 들쥐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데워주었습니다.
먹고 자는 일이 전부인 아이도, 어쩌면 지금 프레드릭처럼 파란 덩굴꽃과 노란 밀짚 속의 붉은 양귀비, 초록빛 딸기 덤불의 이야기를 마음 주머니에 차곡차곡 모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잠든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이가 모으고 있는 그 아름다운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합니다. 온종일 쫑알거리며 자신이 모은 보물단지를 하나씩 꺼내 보여줄 날이 머지않았겠지요.
겨우 재운 아이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귓가에 나직이 물어봅니다.
"이로운, 너 지금 뭐 하니?"
아이는 자라고, 삶을 다시 읽습니다.
[함께 읽은 그림책] 《프레드릭》 | 레오 리오니(글/그림) | 시공주니어
글 | 서정연 아이가 자라는 찰나를 지켜보며, 그림책 속에서 삶의 물결을 발견하고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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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예약 설정 오류로 8화가 먼저 배달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미리 마중 나온 8화에 라이킷 눌러주신 분들께 감사와 사과를 전하며, 순서대로 2화부터 다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