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곰 사냥을 떠나자》
요즘 부쩍 옹알이가 늘었습니다. 눈을 맞추고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다가도, 이내 ‘어, 오, 우’로 구성된 모음 노래를 시작합니다. 연신 입을 오므리며 들려주는 그 신비로운 소리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태초의 이야기 같습니다.
아이의 가락에 맞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울림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전해집니다. 그 경건한 진동은 마치 “옴(Om)” 소리를 내며 진언 수행을 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합니다. 이렇게 아이의 목소리로 집안이 리드미컬하게 채워지는 날이면, 마이클 로젠의 그림책 **《곰 사냥을 떠나자》**가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이 그림책은 온 가족이 곰을 잡으러 모험을 떠나는 신나는 이야기입니다. 충성스러운 검정 개도 빠질 수 없지요. 가족은 “사각 서걱” 긴 풀밭을 헤치고, “덤벙 텀벙” 차가운 강물을 헤엄쳐 나아갑니다.
모험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처벅 철벅” 끈적이는 진흙탕을 밟고, “바스락 부시럭” 커다랗고 컴컴한 숲을 뚫고 지나, “휭 휘잉” 매서운 눈보라를 온몸으로 맞으며 전진합니다. 드디어 닿은 동굴 속, “살금살금” 발을 내디딘 그곳에서 가족은 외칩니다.
“으악, 곰이잖아!”
깜짝 놀란 가족은 왔던 길을 전력질주해 돌아옵니다. 동굴을 빠져나와 눈보라를 헤치고, 숲을 뚫고, 진흙탕을 밟고, 강물을 헤엄치고, 풀밭을 가로질러 마침내 집 안 이불 밑으로 쏙 숨어버립니다. 아마 다시는 곰을 잡으러 가지 않겠지요.
결국 겁이 나 이불 속으로 도망쳤지만, 함께 길을 나섰던 그 리듬감만큼은 가족의 몸에 선명히 남았을 것입니다. 설령 목표를 이루지 못했더라도, 발을 맞추어 나아갔던 그 흥겨운 박동은 서로의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는 무늬를 새깁니다.
이제 막 옹알이를 시작한 아이의 배 위로 손가락 걸음마를 걸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네봅니다.
“이로운, 우리도 곰 잡으러 가자. 사각 서걱, 사각 서걱. 덤벙 텀벙, 덤벙 텀벙.”
아이는 자라고, 삶을 다시 읽습니다.
[함께 읽은 그림책] 《곰 사냥을 떠나자》 | 마이클 로젠(글), 헬린 옥슨버리(그림) | 시공주니어
글 | 서정연 아이가 자라는 찰나를 지켜보며, 그림책 속에서 삶의 물결을 발견하고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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