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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크 Feb 22. 2019

공동체의 거실 식탁

우린 알고 보면 거실 공동체다

셰어하우스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은 알고보면 거실이다. 거실 분위기에 따라 집 분위기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살던 302호는 거실 분위가 조용하고 누가 큰 소리를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서로가 조금씩 눈치를 봤던 것같다. 예의를 지키고 나쁜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다보니 기운을 써서 자기만의 방이 다들 중요했다.


그 다음에 살았던 오공하우스는 다들 거실 테이블에 몰려나와있었다. 그 날 하루는 어땠는지 회사에 누가 짜증난다던지 얘기들을 하느라 늘 와글와글했다. 그리고 점점 일을 관두더니 다들 협동조합 카페에서 기웃대기 시작했다.


그 모든 것의 중심은 거실이었다. 셰어하우스를 산다고 하면 각자의 방과 프라이버시가 얼마나 보장되는지 가장 질문을 많이 듣는데 막상 살아보니 중요한 건 서로 곁을 내주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가였다. 백수가 많은 집이 가장 화기애애하고 남들이 놀러가고 싶어하고 얘기하러 들으러 가고 싶어하는 집이었고 회사원이 가장 많은 집이 가장 소외되었다. 마을의 흐름, 서로 마음을 살피는 분위기, 어떻게 살고 싶은가 질문해가는 사람들이 중요해졌다.


지금은 사람이 적은 청연이 살고 있는데 이야기 모임을 자주 하고 집 사람들끼리 거실 테이블에 앉아 얘기를 자주 한다. 그 시간이 가장 좋고 왜 같이 사냐고 묻는다면 그 시간이, 서로의 안녕을 진지하게 물어보고 알아가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라고 답할 것같다. 가족보다 더 든든한 가족같은 관계. 하지만 부담이나 의무감이 없는 관계.


내가 셰어하우스를 설계한다면(우리는 궁극적으로 땅을 사서 집을 짓고 싶다) 거실을 크고 따뜻하게 그릴 거같다.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장소, 우리의 살롱과 같은 곳이니까.


지금 이 글도 거실에 앉아서 얘기하다가 쓰느라 세 시간 전에 시작했는데 겨우 끝마칠 수 있었다. 오늘 이야기는 나의 불안, 선택할 때 잘하고 싶어서 더 외면하게 되는 마음에 대해서 서로의 이야기를  꺼내서 하느라 길어졌다.


우리들은 거실 공동체. 이 시간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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