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공동체로 이사 가기, 새로운 정착
먼저 오늘공동체에 합류한 친구들의 주선으로 오늘 공동체 대표님과 상담을 하게 되었다. 오늘공동체는 우동사나 애즈원 공동체를 탐방하며 '공동체란 무엇인가'에 대해 활발히 활동하던 곳이었다. SBS 스페셜 다큐멘터리에 단독으로 소개되기도 하여, 내게는 '이제 뜨는 사회적 경제 조직'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부동산 법 개정으로 법인 소유 주택들의 세금 부담이 급증했던 때가 있었다. 탈세를 막으려는 정책이 우리 같은 주거 공동체에게는 직격탄이 되었다. 재정적으로 취약했던 우동사가 당황하고 있을 때, 오늘공동체 대표님이 먼저 우동사 대표에게 연락해 도움을 자처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전해 들었다. (안타깝게도 우동사는 이런 사소한 미담조차 구성원 전체와 공유되지 않고 몇몇 핵심 인물들만 아는 폐쇄적인 구조가 되어 있었다.)
오늘공동체는 교회에서 시작해 공동체로 발전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교회 사람들이니 결속력이 좋겠지'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엄청난 치열함과 학습이 바탕이 된 곳이었다. 그래서 우동사에도 오고 애즈원도 가고 한국 공동체 네트워크 활동에도 열심히 나가고 공동체에 늘 열려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교회에서 공동체가 된 것이 나중에야 그것이 신앙인인 구성원들에게도 큰 도전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당시의 나는 "신앙심이 있었으니까 리더도 잘 따르고 돈도 잘 내나 보다"라며 다소 냉소적으로 판단했었다.
이곳은 리더와의 멘토링과 라포(Rapport) 형성을 중요시했다. 그러다보니 일대일 상담 시간이 굉장히 중요했다. 내가 오늘 공동체에 왔을 무렵에는 공동체 생활에 회의를 느끼거나 관계에 지친 사람들,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상처 입은 이들이 점차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넥스트젠, 비전화 공방, 우동사 등등 서로 아는 얼굴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상처 받은 사람의 피난처 같은 인상을 받았다.
나는 우동사와 볼음도, 협동조합 카페에 대한 애착 때문에 떠나오는 것을 너무 힘들어 했다. "이렇게 하면 다시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내게, 대표님은 몇 달간 깊이 공감해 주셨다. 그리고 충분한 신뢰가 쌓이자 뼈 있는 조언을 건네셨다. "내가 거기를 만들었다는 이만큼 했다는 이유로 놓지 못하면, 결국 그것이 공동체를 망치는 길로 이끕니다. 내가 세웠어도 내가 버릴 수 있어야 해요. 이곳 사람들도 제가 이상해졌는데 계속 따른다면, 여기 또한 망하는 길로 가는 겁니다."
그렇게 나는 6개월간 우동사와 오늘공동체를 오가며 상담과 오늘공동체에서 열리는 모임에 참여했다. 김장, 개인 모임, 영화 모임 등등...모임 나가서 잘 놀다가도 혼자 있으면 주륵주륵 눈물을 흘렸다. 우울증으로 정신과 상담도 받고 있었고 항우울제 약도 먹고 있었다. 그 시기는 온통 눈물뿐이었다. '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고통, 10년의 노력이 허무하게 사라진 것 같은 상실감, 그리고 억울함과 분노. 그 텅 빈 시간을 나는 오늘공동체 사람들에게 의지해 보냈다. 사람들을 잘 모르는 나를 그냥 턱, 받아주었다. 어딜 가나 내 얘기를 듣고 공감하고 모든 모임이 오픈되어 어디든 갈 수 있었다.
내가 회복되면서 우동사에 남아있던 친구들에게도 이곳을 소개했다. 경제적 문제로 오랜 기간 고립되어 무기력해진 친구를 대표님과 연결했더니, 그날 바로 일자리와 거처가 해결되었다. 우동사에서 나오라고 오늘 공동체 근처 집을 알아보게 하셨다.
우동사에서는 "자립해야지", "왜 일을 안 하냐"며 개인의 탓으로 돌렸던 문제들이었다. 그의 무기력까지. 그러나 오늘 공동체 시스템 안에서 문제가 해결되고 친구가 생기를 되찾는 모습을 보며 나는 깨달았다. 우동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었다는 것을. 나도 얼마나 어리석고 오만한지를.
그렇게 나는 오늘공동체로 이사를 왔고, 오늘 공동체의 공동체 학교 1년과정에 입학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