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였던 순간이 씨앗이 되어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지난 몇 주간 글을 쓰는 게 망설여졌다.(그래서 글 쓰는 날짜를 계속 놓쳤다) 우리동네사람들(우동사)에 대한 옛 추억을 꺼내다 보니 부끄러움이 앞섰고, '그때 그랬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운 순간들이 발목을 잡았다. 기록을 이어갈수록 함께했던 사람들을 욕하는 것 같기도 하고, 돌고 돌아 결국 나 자신을 욕하는 것 같아 괴로웠다. 좀 도망 가고 싶었다. 내가 왜 썼지 싶기도 했다.
오늘공동체에는 일 년에 한 번, '오늘공동체학교'를 듣는 이들의 인생 여정을 공유하는 시간이 있다. 휴대폰도 모두 수거한 채 하루 종일 오직 한 사람의 삶에만 온 신경을 집중한다. 과거 정토회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경험해 봤지만,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대다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풍경은 생경하면서도 신기했다. 대표님은 이 시간이 공동체를 이루는 본질적인 순간이라며 공동체 학교 듣기 전에도 나를 초대하셨고 엄청난 경험을 했었다.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이제 안다. 그렇게 2026년 1월과 2월 초에 세 번째 오공 캠프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번 캠프에서는 우동사를 거쳐온 두 친구의 인생 여정을 듣게 되었다. 놀라웠던 것은 그들이 우동사에서의 1년 남짓한 짧은 경험을 좋게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함께 사는 즐거움을 그때 알았기에 계속 그렇게 살고 싶어졌다는 고백이 가슴에 깊게 박혔다. 둘 다 그 얘기를 해서 너무 신기했다.
그 시절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구나. 우리가 함께 살기 위해 애썼던 시간들이 누군가의 삶에는 좋은 씨앗으로 심겼구나 싶어 마음이 이상했다. 상처만 남은 시간은 아니었나 보다.
우동사의 시작은 좋았을지라도 과정 중에는 서툰 점이 많았다. 친목에 치우쳐 갈등을 방치하기도 했고, '마음 가는 대로 살자'는 명목 하에 정말 아이들처럼 하고 싶은 대로만 살기도 했다. 카페를 열었다 닫았다 펍을 열었다 닫았다 사업을 하다 말다 누구는 들어오라 그러고 누구는 안 받는다 그러고. 정말 애들 놀이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좋은 시도는 그 중에 있었던 것이다. 우동사를 경험한 친구들이 다른 곳에서도 공동체적 삶을 지향하거나, 이렇게 오늘공동체에 모여 드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오늘공동체는 우동사 시절과 다르게 분명한 규칙이 있고, 자유 속에 엄격함이 있다. 엄청난 환대가 있지만, 그것은 단순히 마음이 우러나서 하는 행위가 아니다. 마음을 일부러 내서라도 해야 한다고 배우며 실천하는 곳이다. 그래야 마음 한구석에 환대의 정신이 자리 잡는다고 말한다. 그것이 진심 100%인지 고민하지 말라고도 한다.
"마음이 나면 해. 원치 않는데 억지로 하지는 마."라는 가치를 옳은 것이다, 인간적인 것이라고 믿고 살아온 이들에게 이곳의 '약속'과 '절제'는 분명 초반에 반항과 혼란을 불러온다. 하지만 인간은 선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기에 이성으로 환대하고, 이성으로 타인과 어떻게 살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이 곳에서 배우게 된다. 왜 함께 사는 것이 행복한지 이성적 관점에서 공부한다. 그렇게 사는 게 행복하지 않다면 다른 데로 가면 그뿐이다. 그 기반 위에서 나는 다시 한 해 한 해를 쌓아 올리고 있다.
우동사가 끝날 무렵,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배타성에 상처를 받았다. "나랑 친한 언니가 상처받으니 나는 내 언니를 지키겠다"며 날을 세우던 친구의 말이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다. 그 친구는 지금 행복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아마 그런 생각의 이면에는 '그 친구는 좀 안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미운 마음이 깔려 있을 것이다.
공동체이지만 '내 것, 내 사람, 내 새끼, 내 가족'이 등장하는 순간 공동체일 수 없다는 것을 살아가며 배운다. 마음은 자꾸 내 것을 챙기는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에, 오늘공동체는 그런 마음이 드는 순간을 경계하고 긴장하라고 가르친다.
지금도 나는 오늘공동체에 살면서 배우고, 깎이고, 긴장하며 또 새롭게 기쁜 날을 맞는다. 이곳은 교회에서 시작해 '은혜공동체'를 거쳐 지금의 '오늘공동체'가 되었다. 처음부터 공동체를 이루려고 만난 사람들이 아니라, 무엇이 행복할까 공부하며 변화하다 보니 이곳에 다다른 사람들. 그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기쁨이 크다. 앞으로의 시간이 또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