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 소감
안녕하세요. <미물일기>를 쓴 진고로호입니다. 지난가을은 제게 의욕이 가득한 계절이었습니다. 9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 공고가 뜨자 느낄 수 있었어요. 얼굴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수많은 브런치 작가분들 사이에서 복작이고도 쾌활한 에너지가 돌고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활력이 제 가슴 안에서도 살아났습니다.
10편의 응모 조건을 채우려면 한참 글을 더 써야 했지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작년부터 올해 봄까지 삶의 속도가 더뎠습니다.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날도 많았어요. 천천히 글을 쓰고 아주 가끔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이 답답했던 시기에 제가 했던 일이었습니다. 슬럼프의 정점을 찍고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며 원래의 리듬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던 차에 들려온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소식은 그래서 더 반가웠습니다. 글쓰기 친구와 그동안 미뤄왔던 각자의 프로젝트를 긴장감 있게 완성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매주 진도를 체크하며 글을 쓰고 고쳤어요. 브런치 세상의 흥겨운 글쓰기 축제에 초대받은 것 같았습니다.
즐거웠습니다. 마감이란 게 이렇게 즐거워도 되는 건가 생각했습니다. 10월 한 달 동안 글을 4편이나 완성했어요. 평소에는 글 하나를 완성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인데 응모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이 즐거워 평소보다 속도를 내어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힘들었습니다. 축제도 열심히 참여하면 힘이 많이 드는 거 아시죠? 글쓰기는 정신 및 육체의 노동이라 축제긴 축제인데 체육대회 같았습니다. 줄다리기도 하고 이인삼각 달리기도 하면서 축제에 흠뻑 빠져들어야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마감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긴 시간을 의자에 앉아있어야만 했습니다.
매일 아침 다이어리에 오늘의 할 일을 적고, 마감에 맞춰 열심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던 가을의 기억이 강렬합니다. 응모 마감일은 유난히 추웠는데요, 일요일, 아무도 없는 작업실에서 혼자 끙끙거리며 마지막 그림을 그렸습니다. 원래는 참새를 여덟 마리 그리려고 했는데 지친 나머지 다섯 마리까지 겨우 그려 넣고는 "이제 됐다!!!"를 외쳤습니다. 밤 9시가 넘어 응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 해냈다는 뿌듯함으로 몸은 피곤해도 정신만은 산뜻했던 그 밤이 이미 제게는 큰 성취였습니다.
부끄러워서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요, 브런치북 대상의 소식이 공표된 어제, 책상에 앉아 눈물을 조금 훌쩍였습니다. 결과는 상관없다며 글을 쓰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자신을 다독이면서도 너무 오래 아무것도 세상에 내놓은 것이 없어 가끔은 위축되곤 했습니다. 대상 수상이 정말 기뻤습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서 생활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어요. 이제껏 꿈을 향해 내딛는 걸음이 역류하는 물속을 걷듯 진전 없어 보였는데 저도 모르게 조금은 근육이 붙은 모양입니다. 앞으로는 뭍으로 나와 한 발씩 나아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미물일기는 예전부터 꼭 쓰고 싶었던 글이었는데 처음 연재를 시작할 때는 누가 이 작고 작은 것들에 관한 글에 관심을 가져 줄까 염려를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브런치라는 공간이 없었다면 꺼낼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이미 여러 번 드렸지만 아직도 더 많이 감사하고 싶은 브런치팀과 어크로스 관계자 여러분, 브런치를 통해 글을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과 글을 나누며 서로에게 멈추지 않고 계속 쓰는 힘이 되어주는 모든 브런치 작가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쓰고 싶은 문장과 그리고 싶은 장면을 제게 선사해주는 세상 위 살아 숨 쉬는 모든 미물에게 찬탄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