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보고 돌아본 내 모습

by 라이크치즈

정갈한 음식 솜씨, 예쁜 집, 잔잔한 음악, 차분한 말투


유튜브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충격을 받았다.

10여 년을 나 홀로 외롭게 홈트를 하던 중, 남편이 유튜브를 켜놓고 운동하면 덜 지루할 것이라고 권해주어서 몇 년 전 처음 유튜브를 접하게 되었다


처음엔 운동하는데 도움이 되는 채널을 찾아서 보기 시작하다가, 영어채널을 구독해서 보고, 나중에는 알고리즘으로 내게 추천된 주부들의 살림 브이로그를 보게 되었다.


식료품 재료를 천천히 손질하고 넓고 큰 도마에 채소를 가지런히 썰어서 깨끗한 주방에서 찌개를 끓이고 반찬을 만들고 밥을 하는 모습을 화면에서 보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화면 속에 엄마의 모습은 나와는 너무 다르게 우아한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화면 속에 단정한 엄마와 대비되는 나의 모습은 항상 후다닥이 일상인 번개맨의 모습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기지개를 켜면서 스트레칭하는 모습? 전혀 아니다.

눈을 뜨면 시계를 보면서 시간을 확인하고 벌떡 일어나서 주방으로 달리다시피 나옵니다.

얼른 쌀부터 씻어서 밥솥에 준비시켜놓고, 냄비에 육수를 내기 위해 물을 받아서 멸치와 새우 채소들을 넣어서 가스레인지를 틀어놓는다.


이런 행동은 머릿속에 계획이나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몸에 일의 순서 칩이 장착된것저럼 자동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이렇게 후다닥 해놓고 욕실로 들어가서 양치만 하고 세수도 하는 둥 마는 둥 나옵니다


다시 주방으로 와서 냉장고를 열고 야채들과 고기를 꺼내서 찌개부터 끓이기 시작합니다. 그다음에 밥솥을 가스레인지에 올리고 몇 가지 밑반찬과 김치를 새로 꺼내서 식탁을 우선 세팅합니다.

밥하고 찌개를 끓이고 반찬을 두 가지만 만들어도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마지막으로 가족들이 좋아하는 메인 요리 하나를 만들어서 식탁에 올리면서 동시에 "모두 나오세요."라고 소리치면서 이방 저 방을 뛰어다니면서 가족을 깨웁니다.


"굿모닝!" 이 말 한마디를 했나? 안 했나? 정신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숟가락 놓으면서 물 잔을 식탁에 올리면서 빠르게 식사합니다.

맛이 있는지? 간이 맞는지? 이젠 이런 말은 언제 주고받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네요.


각자 스케줄 따라 식사가 끝나는 순서대로 욕실로 가서 씻으면서 하루를 준비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기계적으로 일상생활을 위해서 빠르게 움직입니다.


저는 후식 과일도 따로 챙기지 않고 식사와 함께 식탁에 올려줍니다.


이렇게 아침식사시간은 우아한 모습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후다닥 언제 지나갔는지 매일매일이 그날이 그날같이 흘러갑니다.


이런 저에게 유튜브 속 엄마 모습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나도 저런 엄마랑 살고 싶다.' '나도 저런 와이프가 있으면 좋겠다.' 심지어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금까지 주부로써 엄마로서 바쁘게 살아온 내 모습이 갑자기 부끄러워지는 순간들이었습니다.

늘 정신없이 바쁜 '천천히'라는 모습을 찾을 수 없는 일상이었죠.


바쁜 아침식사 시간이 끝나고 가족들이 모두 나가고 나면,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어제 나온 빨래들을 세탁해서 빨래 널기까지 하고 나면,


컴퓨터를 켜서 저의 하루 일정을 체크하고, 아이들의 학교에 특별행사가 있는지? 알아보고 교육청 홈페이지도 들어가서 행사나 특별공지가 있는지 매일 출근도장을 찍습니다.


그리고 저는 강사라는 직업인으로서 2시 전에 수업을 시작해서 9시에 끝나기 때문에,

수업 중간에는 가족을 챙길 시간을 낼 수가 없어서 오전에 집안일을 끝내고 나면

아이들의 간식과 저녁식사 준비를 위해서 동네 작은 마트에 장을 보러 갑니다.

사실 오전에 나가야 그날 도착한 신선한 재료를 먼저 살 수가 있거든요.


돌아와서 역시나 후다닥 간식을 만들어서 식탁에 세팅해놓고 가족들의 저녁식사 준비한 것은 가스레인지 위에 그리고 그 옆 선반에 미리 준비해놓습니다.


가족 모두 귀가 시간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해놓아야 챙겨 먹을 수 있습니다.

저는 작은 아이의 귀가 시간에 맞춰서 수업 중 쉬는 시간을 정해놓고 작은 아이가 귀가하면 이야기도 나누면서 식사를 챙겨줍니다.


이 시간은 우리 아이와의 대화의 골든타임이기 때문에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시간이어서

이때는 후다닥 시간 속에서의 나름의 쉼 있는 시간입니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아래층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최대한 빨리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얼른 홈트를 시작합니다. 만약에 상담이라든지 다른 잔업무로 시간이 지체된 날은 기기 운동은 포기하고 맨몸 근력운동을 합니다.

홈트가 끝나자마자, 가족들이 치워는 놓았지만 다시 식탁을 닦고 정리하고 마지막 설거지와 집 정리를 마무리합니다.


재택근무하는 주부의 하루를 가족들 식사 준비하는 모습을 중심으로 말씀드려 보았습니다.

정말 유튜브 속 우아한 엄마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죠?


이런 후다닥 인 제모습은 지난 시간 동안 상황상 당연했던 모습으로 스스로 위로하면서도

이제 조금 천천히, 우아한 모습의 주부로 살아보고 싶은 로망이 샘솟는 요즘입니다.


저도 결혼해서 나의 가정을 꾸리고 살면 이런 모습으로 살고 싶다.라는 로망이 있었을 텐데 깜빡 잊고 지내온 세월이 20여 년이네요.


사실 이제 와서 느끼는 것이지 그간 내가 사는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돌아보거나 생각해볼 겨를도 없었습니다.

숲을 지나갈 때는 숲의 겉모습은 안 보이는 것이니까요.


요즘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덜 서두르려 하고 있습니다.

이젠 작은 숲 하나는 통과해서 나온 걸까요?

수업이 없는 주말에는 베이킹을 하면서 시간을 즐기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베이킹을 하다 보면 반죽을 숙성시키고 오븐을 예열하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은데, 이런 시간이 참 좋습니다. 완성되어서 나오는 빵이나 쿠키의 모양을 보면 너무나 신기하고 행복하기까지 합니다.


COVID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강제로 늘어나면서 나만의 힐링 방법을 찾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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