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짓는 둥지

까치 부부

by 여지나

카페 창가에 앉아 글을 쓰고 있었다.


통유리창 너머로 늘어진 가로수 중 가장 겨울나무다운 아주 키가 큰 나무. 그 나무의 맨꼭대기보다 조금 아래, 꽤 커다란 새 둥지가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까치 한 마리가 기다란 나뭇가지를 물고 와 둥지 주변을 종종걸음으로 뛰 돌며 가지를 끼울 곳을 찾았다. 1분 정도 되었을까. 빈 곳을 찾았는지 적당한 곳에 끼우고 다시 주변을 돌며 둥지를 다듬는 듯 보였다. 또 한 마리의 까치가 나무 아래를 거닐더니 도로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그리곤 금세 기다린 나뭇가지를 물고 와 둥지에 찾아왔다. 두 마리가 같이 짓는 둥지인 듯했다.


구글에 검색해 보니 까치는 12월에서 3월 사이 약 한 달 이상에 걸쳐 튼튼하고 높은 나무 위에 집을 짓는다고 한다. 나뭇가지뿐만 아니라 흙, 풀, 깃털을 사용하며 태풍에도 견딜 수 있게 짓는다고 하니 참 대단하다. 과학관 TV라는 유튜브에서 소개하는 내용에 따르면 사이사이 진흙을 발라 틈새를 메우고, 풀이나 깃털 따위로 내부를 꾸민다고 한다. 아직 건축이 한창인 셈이다. 산란기를 앞두고 부부가 함께 둥지를 짓는다니, 검정과 하양 깃털로 덮인 몸에 양 푸른 깃털까지도 사랑스럽게 보인다.


산란기에 잘못 만나면 공격성이 커서 위험하기도 하다지만, 인간이 까치동네에 자꾸 뭘 짓고 사니 별 수 없는 일이다. 6차선 도로 가의 가로수라 괜히 걱정도 된다.


두 부부 중 한 마리는 다시 주변을 낮게, 다른 한 마리는 높게 날아다니며 부지런히 적당한 나뭇가지를 찾고 있다. 키 작은 나무에서 얇은 나뭇가지를 골라 더 높은 가로등 위로 짧게 날아오른다. 그리고는 둥지가 있는 키 큰 나무로 향하는 걸 보면 나뭇가지를 문 채로 한 번에 높이 날기는 어려운가 싶다.


남편과 내가 만든 둥지도 쉽지는 않았다. 나뭇가지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고, 안쪽에 풀 같은 걸로 꾸미기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누구에게 받을 것도 마땅치 않았다. 산란기에는 나 역시 까치 이상으로 예민했고 지금 생각해 보면 남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게으름 피우는 일 없이, 푸른 날개를 바쁘게 파닥이는 두 마리가 어른처럼 보였다.


너희도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우리보다 이미 더 멋지게 해나가고 있으니까. 까치한테는 어떤 온도가 가장 적당한지 모르겠지만, 까치한테 제일 좋은 겨울의 온도가 이어지길, 봄에도 딱 좋은 날들이 계속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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