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시작한 만년필 취미, 그 먹물적 매력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필기도구는 볼펜입니다. 더 나아가면 샤프, 사인펜, 연필 정도가 있겠네요. 여기서 조금 더 가면 만년필이 있습니다. 요즘 같은 최첨단 시대에 만년필 쓰는 사람이 있냐 반문하시겠지만, 생각보다 그러한 사람이 꽤나 많습니다. 저도 그중 하나고요, 앞으로 쓸 만년필 일지를 시작하게 된 배경과 저만 알고 있기에는 아쉬운 만년필의 매력 몇 가지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podbbang(팟빵)을 아시나요?
영상정보가 넘실대는 현재, 소리로만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가 있습니다. 라디오와 방식이 같은데요, 팟빵에 "월말 김어준"이라는 채널이 있습니다. 딴지그룹 김어준 총수가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 1시간 동안 특정 주체에 대해 수다(?)를 떠는 채널입니다.
정치적 견해는 뒤로 하고, 여러 전문가 중 "박종진 소장"이라는 분이 등장합니다. 어느 만년필 관련 인터뷰를 보아도 항상 "만년필연구소 박종진 소장"으로 귀결된다는 그분인데, "월말 김어준"의 유튜브 맛보기로 우연찮게 빨려 들어갔습니다.
제가 처음 접한 에피소드는
"김어준 만년필 입문기 : 2. 만년필 CSI"
입니다.
빈티지 만년필에 관심 있으시면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yAm_VcjDoIk?si=Nqh3_1sdua8-YIrr
월말 김어준의 만년필 컨텐츠 대부분은 김어준 총수가 만년필 취미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박종진 소장과 나누는 이야기며, 입문 과정에서 겪고 느끼는 내용을 박종진 소장과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최근 컨텐츠는 김어준x박종진 만년필인 '베개'에 대한 이야기인데, 다른 편들은 만년필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제가 처음 접한 컨텐츠는 빈티지 만년필을 팔고사는 중고시장에서 겪게 되는 국가별 판매자의 특징과 중고 만년필을 보는 순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만년필을 쓰다 보면 결국 빈티지의 세계로 가게 되는데, 빈티지 만년필을 살 수 있는 글로벌 창구인 ebay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위의 에피소드를 다 듣고 유튜브에 있는 다른 에피소드도 찾아보기 시작합니다. 다 듣고 나니 팟빵에 있는 에피소드 약 20편을 다 듣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이 올라왔고, 결국 9,900원/월을 결제(월말 김어준 월구독금액이며, 결제하면 모든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습니다.)하게 됩니다. 물론 지금은 전 에피소드 1회독은 마친 상태이며 2회독 예정에 있습니다. ㅎㅎ
월말 김어준의 만년필 이야기는 2021년 12월부터 띄엄띄엄 진행되다, 2023년 1월부터 매달 이어지게 됩니다. 2024년 8월 현재 기준 25편의 만년필 이야기가 올라가 있으며, 관련 내용은 아래 인덱스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bhDTgwW1RRt9IOereBFpEBYQm9q9H_KY1NWnBxwz7UE/edit?gid=0#gid=0
유튜브에는 맛보기 정도의 내용이 올라와 있는데, 하나하나 듣다 보니 유료결제 후 모든 에피소드를 다 듣게 되었네요, 아래는 2024년 7월 자 월말 김어준 링크입니다.
https://www.podbbang.com/magazines/1778990?ucode=L-ehGSWHbB
월말 김어준의 만년필 이야기를 듣기 전 만년필은 "불편한 필기도구" 이상의 생각은 없었는데, 지금은 새로운 세계에 개안(?)을 한 느낌이 들 정도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만년필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다를 수 있으나, 저는 '꽤 많이' 빠지게 되었습니다.
빠지다 못해
이러한 글까지 쓰는 것을 보면요,
허허
워낙 제가 브랜드와 쇼핑, 소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그런지, 그전까지 모르던 세상을 알게 된 것만 같은, 새로운 분야에 폭! 빠지게 되었습니다.
사람마다 취미에 빠지는 많은 요소(재미, 멋, 용도, 스토리, 보여주기, 교감 등등)와 해당 취미만의 매력이 있을 텐데, 제가 생각하기에 만년필의 매력은 아래 5가지 정도 됩니다.
만년필의 5가지 매력!
① 100년이 넘는 만년필 역사에 따른 풍부한 이야기(그렇다고 너무 길지도 않아 접근하기 수월한)
- 브랜드의 흥망성쇠를 가져다준 시대적 배경과 브랜드의 전략으로 읽는 사람+대중+기업전략에 대한 이해
- 만년필과 함께하는 역사의 중요 장면(Signing ceremony*)에 대한 재해석
- 외관과 작동 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그 역사를 이해해 가는 "연구대상(?)"으로서의 매력
② 손에 들어오는 아담한 물성과 아름다움
- 우리가 구입하고 접할 수 있는 물건 중(펜과 같이) 가장 손쉽고 가깝게 느낄 수 있어 친숙한 용도라는 장점
- 눈으로 촉과 몸통의 비례, 구성, 재질의 아름다움을 살펴보고 느낄 수 있다는 점
- 손으로 만질 수 있어 촉감이 느껴지고 필감에 따른 예민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점
- 항상 지닐 수 있는 물건이자 나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
③ 문자를 쓰는 도구라는 용도
- 손과 머리의 연장(Tool 아닌 Extension)이라는 도구로써의 매력
- "글"이라는 용도에 사용되는 먹물적(?) 매력
④ 아날로그적 + 기계적 매력
- 작은 변화(ex. 닙의 크기, 약간의 단차 등)에 따른 변화무쌍함과 그에 따른 필감이라는 피드백
- 아날로그는 곧 귀찮음과 직결될 수도 있으나, 거기에 오는 번거로움(?)의 매력
- 작동 방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만년필의 내외부를 통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감각(물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다릅니다. ㅎㅎ)
⑤ 금속, 고분자화합물(ex. 플라스틱) 가공·제조 기술의 이해(그렇다고 너무 어렵지 않고 쉽게 이해되는)
- 금 또는 쇠로 만드는 만년필 촉, 범 플라스틱 계열로 만들어지는 만년필의 몸통의 재질 변화 과정으로 이해되는 공학적 매력(황화합물로 시작한 고분자화합물(만년필계에서는 에보나이트라고 쓰죠)은 플라스틱의 시작이며, 산업의 변화에 따라 플라스틱은 다양한 방향으로 사용되게 됩니다.)
-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제조 과정(유튜브에 보면 만년필 촉과 몸통 제조 과정이 20분 내외로 쉽게 설명됩니다. 그러나 만년필 닙을 자체 생산하는 회사가 몇 안 되는 것을 보면,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ㅎㅎ)
* Signing ceremony 란 ?
저도 만년필을 쓰게 되면서 알게 된 내용인데, 서구권에서는 중요 법안이나 조약, 정책문서에 서명을 할 때 세리머니를 하는 역사가 있다고 합니다. 법안의 경우 해당 법안 작성과 통과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서명에 사용한 펜을 나눠준다고 하네요. 만년필계+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사이닝 세리머니는 1945년 9월 2일 도쿄만에 정박한 미국의 전함 미주리호에서 있었던 맥아더 장군의 사이닝 세리머니가 있습니다. 종전과 일본의 항복이 공식화된 역사의 중요한 장면이며, 맥아더 장군이 서명시 사용한 만년필이 유명한 파카의 듀오폴드라고 합니다.
https://www.nationalww2museum.org/war/articles/japanese-surrender-tokyo-bay-september-2-1945
아래 좌측 사진은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오바마케어 법안의 사이닝 세리머니(법안에 서명을 함으로써 효력 발생), 우측 사진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MOU 서명식입니다. MOU 서명식도 사이닝 세리머니라고 할 수 있어서 예시로 넣어봤습니다.
만년필을 필기도구로써, 화구로써, 수집품으로써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제가 생각하는 만년필 취미의 매력은 위에서 말씀드린 5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보다 솔직한 한 줄 정리는,
번거로움의 먹물적 매력
이 아닌가 합니다.
깊은 마음에서 들리는 솔직한 저만의 소리를 들어봤을 때, "번거로움의 매력"과 "먹물적 매력" 두 가지로 정리되었습니다.
번거로움의 매력
만년필은 태생적으로 관리가 귀찮습니다. 잉크를 채워야 하고, 필압을 높지 않게 사용해야 하며, 떨어지면 닙이 휘어 큰일 나고, 구입가격이나 수리비도 비쌉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도구를 사용하다는 것은 그 번거로움에서 발생하는 절차와 과정이 재미있고 매력있다 느껴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잉크를 채울 때는 작은 기계장치를 사용하는 느낌과 손으로 무엇인가를 조절한다는 그 부분이 재미있으며, 필압을 높지 않게 사용하는 것은 손목의 부담을 덜어주어 쉽게 쉽게 글을 쓸 수 있고, 필체도 볼펜보다 개성있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떨어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은 물건을 소중히 다루는 저의 성격과 매우 부합하며, 구입가격이 비싼 것은 나를 나타내는 물건으로 만년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슬픈 이야기지만 소비는 결국 "나"의 확인이며, 소비의 결과물인 "물건"은 나의 이미지를 형성하게 됩니다. 어쩔 수 없는 사실이긴 하죠, 사용하는 사람이 많이 없는 "만년필"이라는 "물건"은 곧 "취향 있는" 사람, "특별한" 사람과 연결됩니다. 전자는 예술가, 후자는 정치인 내지 기업인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만년필을 많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죠, 이러한 이미지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만년필 사용을 추천합니다. ㅎㅎ
제가 만년필을 사용하는 이유인 "만년필이 좋아서"라는 것도 결국에는 이러한 부분이 들어있지 않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부분이 그렇게 크지는 않길 바라는 거죠.
아래는 제가 좋아하는 존경하는 박서보 화백의 몽블랑 만년필 사용에 대한 인터뷰인데, 가끔씩 돌려보게 되는 영상입니다. 지금은 작고하셨지만 박서보 화백의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와 관심은 그림에 국한되지 않았다고 생각되네요.
https://youtu.be/tBBC_T2gZSs?si=OTY2VPXHnptzS3LP
먹물적 매력
다음은 먹물적 매력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꽤나 이성과 지성이 필요한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의 힘은 많이 들어가지 않지만 정신의 힘은 많이 필요한 작업이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는 활동을 지적인 활동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지적활동의 결과물인 "책"을 보면 대개 해당 분야의 대가, 전문가가 글을 씁니다. 그래서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렵고 하기 어려운 활동으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덧붙여 어려운 활동이자 고귀한 활동으로 치부되기도 하죠, 이렇게 어려운 활동에 사용하는 도구인 필기도구는 예로부터 중요하게 생각되었고요.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글을 쓰는 도구를 문방사우로 칭하고 종이, 붓, 먹, 벼루를 숭상했기도 하죠.
만년필도 어쩌면 현대의 문방사우가 아닐까 합니다. '토지'를 쓰신 박경리 작가의 몽블랑 146은 국제도서전에 전시가 되기도 했죠, 집필에는 몽블랑 149를 즐겨 사용하셨다고 합니다.
(박경리 작가가 사용한 몽블랑 149에 대한 기사입니다.)
http://hkmd.kr/mobile/article.html?no=37744
몽블랑 매장에 들어가서 만년필을 시필하게 되면, 시필지에 "The art of writing"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글쓰기의 예술" 정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 몽블랑에는 글쓰기 문화 디렉터가 따로 있을 만큼, 글을 쓴다는 활동과 그 문화가 결국 작게는 만년필, 크게는 필기도구 전반과 연결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쓴다는 활동이 예술이 되고 이 예술을 펼칠 수 있는 도구인 '만년필', 이러한 만년필의 의미와 용도가 바로 만년필의 먹물적(?) 매력이 아닌가 합니다.(나무위키에 따르면 "먹물"은 지식인을 뜻하는 중의적 의미의 단어라고 하네요. ㅎㅎ)
(몽블랑 글쓰기 문화 디렉터의 인터뷰 영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iRug50RmIE
이 부분은 왜 이글과 이어지는 글을 쓰는가의 이유가 될 수 있겠네요.
1) 만년필 관련 정보의 목마름과 기록의 필요성
2024년 2월부터 6개월여간 꽤 많은 만년필을 써보고, 만년필 회사와 제품의 역사를 찾아보고, 작동방식을 공부하고, 관련 제품을 구입하고, ebay 빈티지 만년필 경매에 참여해 보며, 궁금한 잉크를 주입해 보고, 작동하지 않던 만년필을 수리해 보고, 펜샵의 점원과 안면을 틀 정도로 펜샵을 들락거리게 되었습니다.
얻게 된 지식들이 생각보다 찾기 어렵고 경험(+구입)을 해야지만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정보의 목마름을 느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시작할 만년필 취미를 어렵지 않게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물론 만년필을 공부하고 싶을 때 찾아볼 수 있는 사이트는 많으나 그곳을 알게 되기까지 시간투자가 필요하더라고요, 해외 정보는 많으나 국내 정보는 많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만년필이 생각보다 좋은 취미라는 점(격한 활동이 아니라 다치지 않고, 일정 수준을 넘는 만년필을 구입하지 않는다면 많은 자본이 필요하지 않으며, 필사로 정신수양도 할 수 있고, 좋은 만년필의 경우 환금성도 나쁘지 않다는 점 등등 ㅎㅎ)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할만한 취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관련 자료를 정리하고, 만년필 관련 정보를 알게 된 과정들을 복기하여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사람들에 대한 기억의 기록
만년필 취미를 하며 신기하다면 신기하고 재미있다면 재밌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만년필 취미를 하다 보면 결국 중고거래를 하게 됩니다.(제가 네이버 중고나라를 이렇게 많이 들어가 볼 것이라고는 그전까지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제는 "만년필"키워드 알림을 걸어놓고 매일매일 중고나라에 올라오는 만년필을 보고 있습니다...).
중고거래를 하다 보면, 만년필 가격이 생각보다 높은 것이 많고 최근 사기도 기승이라 결국 직거래를 하게 됩니다. 또한 사진으로만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워 직거래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만년필 중고 직거래를 하다 보면 대개 만년필을 취미로 하는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한분 두분 만나다 보니 느낌적인 느낌이 선량(?)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뭐 다른 중고거래로 만난 분들이 안선량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느낌적인 느낌입니다 ㅎㅎ). 만년필에 대해 말하다 보면 서로 최근 쓰고 있는 만년필, 최근 구입한 만년필, 서로 추천할 만년필,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보 공유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1시간은 쉽게 가더라고요.
저의 삶 맥락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분들과 열띤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또 만년필 취미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다른 취미도 비슷하겠지만 서로 같은 취미를 한다는 점 만으로 많은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점, "취미"가 있다는 장점이자 "만년필 취미"의 장점일 수도 있겠네요.
지금껏 만나 뵌 분들을 생각해 보면,
① 직접 만년필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고 계시는 고수분
: 직접 수리하신 만년필을 구매했는데 이분 덕분에 닙이 딴딴한 빈티지 쉐퍼 만년필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② 해외 유학하다 허리디스크로 잠시 국내에 들어와 치료를 받고 있는 철학과 전공생
: 아주 상태 좋은 몽블랑 149를 저에게 파셨죠, 감사합니다. 그리고 철학과에서는 '무엇을 공부하는가?', '대학원을 간다면 철학과는 무엇을 공부하는가?'에 대한 저의 궁금함을 해소했습니다. 그분의 성장을 응원합니다.
③ 어머니와 함께 오신 만년필을 처음 시작하는 대학생
: 이분께는 라미 비스타 EF와 F 2자루를 함께 판매하였는데, 이것저것 챙겨드리면서 만년필 사용법을 알려드렸습니다. 그분 입장에선 꿀매죠 ㅎㅎ
④ 같은 동네에 살고 만년필 취미를 시작하시는 분
: 이분께는 세일러 프로기어슬림을 분양하였는데 거의 새 만년필이라 그분 입장에서 좋았을 것 같습니다.
⑤ 에어컨 안 나오는 지하철역 플랫폼에서 만나 만년필 이야기로만 40분을 나눴던 교수님
: 더워서 어지러울 정도였는데, 교수님의 국토종주 이야기와 만년필 구입기가 재미있었습니다. ㅎㅎ
⑥ 만년필 취미를 시작하면 언젠가 가입하게 되는 네이버 "문방삼우" 카페의 고인물이셨던 판매자분
: 제가 파카75 블랙래커 M을 구입하였는데, 들어있던 글입다 잉크가 좋아서 한병 구입했네요, 그리고 만년필의 생산연도와 분기가 제 생일이랑 같았던 기억까지..
등등등 많은 분들 만나게 되었습니다. 서로 모르는 내용은 알려주고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그 새로운 만남들이 그간 잠자고 있던 새로운 감각을 깨운 것 같습니다. 회사에 다니고, 아이를 키우고, 육아와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그 충족과정, 휘발될지언정 새로운 사람과 신나게 만년필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한분한분 이어지다 보니 이러한 이야기에 대한 흔적과 기록을 남기고도 싶었고요, 결국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휘발되고 기억에서도 사라질 것 같아, 어렵고 낯설지만 기록을 남겨보기로 하였습니다.
이상으로 만년필 일지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만년필 이야기와 일상에서 겪었던 이야기들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만년필 쓰는 아저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