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말 한 그릇 후루룩

보말 보말

by stellaㅡ별꽃
숙소 창가 전경

"엄마! 여기 숙소 참 좋네. 꼭 우리 집 같아."


"그러게. 애월 바다도 보이고 저건 양배추 밭인가~~ 밭도 참 예쁘다. 저 창으로 보이는 사계는 얼마나 예쁠까~~ 비가 와도 눈이 내려도 다 예쁠 것 같아."


"참 숙소 1층이 식당이던데~제주도민이 추천하는 맛집이래."


"아 그래?"


"검색하니까 나온다. 보말죽도 있는데."


일출을 볼까 기대감으로 새벽에 일어나 숙소를 말끔히 치우고 스트레칭을 한다. 아래층에 내려갔던 막내는 식당 문을 열었다며 아침 먹으러 멀리 가지 않아도 되니 좋단다.


달리는 차 안에서도, 카페에서도, 식사 중에도 작업하느라 바빴던 큰애 느지막이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1층에 식당이 있다는 말에 반색한다.

손님들의 메모

"아침식사 되나요 사장님?"


"그럼요. 편하신 자리에 앉으세요."


"저희 한치물회랑 보말칼국수 두 개 주세요."


"엇 엄마! 여기 타블로도 다녀갔나 봐. 씨름선수 이기수 씨도 있네."


통유리 너 에메랄드빛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식당 한켠을 차지한 우리는 왠지 모를 들뜸에 젖는다. 손님들이 남기고 간 메모가 기둥에 그림처럼 붙어있다.


"아들들이에요? 참 착하네 다 큰 아들들이 엄마랑 여행 다니고."


머릿수건을 곱게 쓴 사장님께 제주도민이 좋아하는 여행지를 물으니 '나 홀로 나무'와 '이시돌목장 가는 길' 그리고 '노꼬메오름'과 '새별오름'을 추천한다. 제주도에 살면서 시시각각 다른 습으로 변하는 제주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시간만 나면 달려가는 곳이란다.


특히나 노꼬메오름은 주변 안개가 서서히 걷힐 때 드러나는 자태가 저고리 앞섶을 두 손으로 꼬옥 여민 여인의 모습처럼 신비롭단다.


한치물회와 보말칼국수

몇 번의 군침을 삼킬 즈음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보말칼국수 국물 맛을 보던 셋은 동시에 감탄사를 쏟는다.


처음 제주를 방문한 사람들이 생경한 제주 토속음식을 먹고 두 번 다시 먹지 않는 일이 종종 있는데, 그만큼 첫선택이 중요하는 사장님 낯선 제주 음식이지만 여행객들이 오래도록 추억하고 싶은 맛을 유지하기 위해 늘 고민하고 연구하신단다.


한치물회 국 맛을 본 셋은 약속한 듯 밥을 말아 그릇을 싹싹 비운다. 과하지 않은 새콤함과 달콤함 과일향 일지 상큼함까지 더해진 국물은 속을 쓰윽 훑더니 트림까지 챙긴다.


보말로 만드는 요리를 설명해 주시는 사장님

보말을 하나하나 까고 톳을 갈아 넣고 미역을 넣어 끓다는 칼국수 국물은 진하고 고소하며 시원했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과 약간의 쌉싸래한 맛지 갖춘 국물을 후루룩 마시니 속도 따뜻해지고 보약 먹은 것처럼 흡족하다.


이미 위는 포만 상태였지만 남은 국물에 밥을 넣어 국자로 꾹꾹 누르고 저어 자글자글 끓니 죽이 된다. 입천장에 뜨거운 밥알이 달라붙을까 입을 새 주둥이 모양 오므려 호호 불며 김치 하나를 얼른 집어넣는다.


찾아오는 여행객들에게 제주스러움과 음식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겁다는 사장님, 얼굴은 마스크로 가렸지만 에선 행복함이 쏟아진다.


느린 여행 속 보말 보말 한 제주스러움을 챙긴 아침과 잔잔한 애월 바다 사이로 오랜만에 막내의 웃음소리가 스민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행복한 여행 하세요. 날씨가 참 좋네요."


막내야 아프지 마.

보말 죽 끓일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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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올려도 된다는 사장님 허락을 받고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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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일주서로 58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