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하는 여행, 찾아오는 감성

인생은 매 순간이 여행이다

by stellaㅡ별꽃
문산철공소 정문이 보인다

인스타에 올라온 사진 한 장에 반해 달려왔다. 기대와 달리 건조한 느낌의 거리는 '바스락' 소리내어 부서질 것만 같다.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비를 위로 삼아 걷는다. 이곳은 문산이다. 이십 대 때 친구들과 자주 왔던 곳인데 어디에도 익숙한 풍경은 없다.

창밖풍경 보는 걸 즐겨하는 별


반려견 별


주중엔 카페 가고 여행 떠나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반려견 별을 데려온 후부터 일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18년을 함께했던 앙증맞고 도도하고 숙녀 같았던 요크셔테리어 여울이와 180도 다른 성격의 비숑프리제 별. 덩치도 크지만 에너지가 넘치다 못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는 그분이 납실 땐 꼭 미친 게 아닐까 염려스러울 정도다.

이식증이 심해 이어폰 꼭지를 삼켜 3개월도 안된 아기를 두 번이나 마취해야 했다. 내시경으로 이물질 제거하는 과정에서 못 깨어날까 봐 가슴 졸이던 시간 넘기고

별은 두 번 다 무사히 깨어다.


내시경 한 번에 120만 원이라는 거금은 현실이었다. 훈련사를 불러야 할 정도로 입질 심했만 아이러니하게도 별이는 너무 착하고 천진난만한 게 문제라는 단을 받는다. 벌을 받으면 의기소침해지는 게 정상인데 벌 받을 때조차 즐거운 아이라니 허 참!! 게다가 머리까지 좋아 별이한테 되레 가족들이 훈련을 받는 것 같을 때도 있다. 훈련사도 병원 의사분들도 너무 착하고 귀엽다고 칭찬을 하는데 정작 에서 하는 행동은 [방구석 여포]에 가깝다.

돈걱정도 안 할 수가 없는 게 데려오는 비용과 병원비 훈련비를 합치니 두 달 만에 6백여만 원 꺄악!)): 식은땀 나는 비용이다.(앞으로도 주욱 알 수없다는 것도 사실 걱정이다. 려동물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족처럼 지낼 자신 없으면 시도조차 하면 안 된다. 섣부른 결정은 유기되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이유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애완견이 아닌 반려견, 반려동물임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20년 어쩌면 더 긴 시간을 함께할 아이이기에 교육을 통해 예절 바른 아이로 성장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 가족들과 한마음으로 훈련과 놀이를 통해 조금씩 예절도 알아가는 중이고 이식증도 사라졌다. *비숑 타임(비숑프리제가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 못 해 미친 듯 몇 시간씩 뛰어다니는데 어찌나 빠른지 총알이 '슝슝' 날아다니는 것 같다. 수시로 온다)만 빼면 별이의 애교에 커다란 웃음소리가 집안내에 울려 퍼진다.

그럼에도 반려견 육아에 지친 나는 달려왔다.


문산 철공소

문산철공소 내부

폐공장으로 만든 카페다. 내가 첫 손님이다. 그 옛날 쇠를 달구고 담금질하며 도구를 만들던 거친 흔적 위에 카페라는 문화를 입혀 탄생시킨 아담한 공간이다.


흰색 머그잔에 담겨온 케냐 aa, 한 모금 입에 가두어 혀로 입천장까지 바른 후 향을 음미하다 위장으로 '툭'던진다. 부드럽고 아늑한 향이 식도를 타고 올라온다. 경직되어 있던 세포들이 흐물 해지고 마음은 평온하다. 깊숙한 소파에 몸을 묻는다. 지쳤던 모양이다. 한 모금 남은 커피는 이미 식었고 그 커피를 탈탈 털어 마신 나는 헤이리로 향한다.


카메라타 내부

카메라타(CAMERATA)


건물 주변 자작나무의 회색 몸통은 더욱 선명해졌고 쏟아진 이팝나무 꽃들은 쌀알 같다. 아카시아 향은 그윽하고 빗소리는 경쾌하다. 비에 젖은 건물의 연회색 벽 중앙의 육중한 문을 당긴다. 묵직한 중저음 선율이 바닥을 튕기며 '콰과광 쾅쾅' 천지개벽하는 소리를 내다 조용히 사라진다.


젊은 연인들의 밀어와 달그락거리는 찻잔의 백색소음 섞인 재즈는 고혹적이고 농염하다. 눈을 감는다. 무언가 굉장히 따뜻하고 아늑한 곳에 편안히 기대어 쉬는 느낌이다.

손가락 끝이 자판으로 달려간다. 인생은 매 순간이 여행이다.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들은 도처에 널려있다. 내면의 소리에 집중해 귀를 기울이다 보면 몸과 마음이 원하는 것이 있다. 그 흐름을 타고 떠날 때 온전한 자신과 만나게 된다. 그것이 몸으로 떠나는 여행이던 감정을 채워나가는 여행이던 상관없다. 일단 몸을 현관 밖으로 밀어내 볼 일이다. 육체와 정신은 서로를 보완하는 충실한 친구이기에 한쪽이 행복하면 다른 한쪽은 저절로 채워짐을 나는 믿는다.



빗줄기는 굵어졌고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더욱 경쾌해졌다. 메라타 회색 벽도 비에 젖어 짙어졌다.


사진ㅡ별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