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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ㅡ별꽃 Jul 05. 2021

바람 불어 좋더이다


바람이 분다.

마당바위에 앉은 지금은

더 바랄 것이 없다.

강풍에 휘청이는 몸을

잠시 바위에 기댄다.


비예보에 첫새벽 산행을 나섰다.

모처럼 시계가 넓어

한강과 일산까지

조망이 터진다.


'사라락 사라락'

나뭇잎 뒤집는 소리는

벌써 가을을 닮았다.


"사당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죠?"

전문 산악인처럼 보이는 여자는

내게 묻는다.


"반대방향으로 가셔서 계단으로

내려가시면 되어요. 혼자 오셨어요?"


"그렇게 묻는 분도 혼자 오셨나 봐요.

사람이 제일 무서워요.  

다른 건 문제가 없는데. 산에라도 오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왔는데

바람이 참 좋네요."


두 여자는 마주 보며 웃는다.


"사는 거 별거 아니더라고요.

바람 부는 대로

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독백처럼 말을 흘린 여자는

반대편으로 걸어간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


바람에 펄럭이는  국기봉 태극기가

아름답다.


수십 번도 더 오른 산인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택한 덕분에

끝내주는 비경을 발견했고

바람 품어주는 그녀만의

명소를 장한다.

 

인생이란 그저 물 흐르는 대로

바람이 부는 대로 맡기

그만이다.


산은 늘 그 자리에 있고

난 그 산을 오른다.

산을 오르는 순간

언제나 내겐 옳다.


바람 불어 좋은 날이다.


#태극기 #우리나라 #일상이여행처럼 #성취감 #땀 #힐링타임 #카타르시스 #관악산 #삼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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