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그 즐거움을 잊고 지낸다. 카페 구석진 자리에 앉아 온전히 나만의 시간에 빠져 있다 보면 세상의 번뇌쯤이야...... 다.
반려견 별이를 데려왔다. 떠나보낸여울이를 생각하고 너무 쉽게 결정을 한 걸까. 친정엄마가 살림을 도와주실 때는 모든 것을 엄마가 해주셔서 내 몫은 그저 작고 앙증맞은 아이를 예뻐하는 게 다였다. 그래서 반려견 케어가 쉽다고 착각했나 보다.
하루 일과 중 서너 시간은 온전히 별이에게 쏟는 시간이다. 덩치가 자꾸 커지니 소변도 펑펑, 대변도 푸짐하게 싸니 당혹스럽다.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 못 해 온종일 집안을 뛰어다니며 프리랜서로 일하는 막내에게 적잖은 스트레스를 주는 모양이다.
퇴근 후 영화 보고 글 쓰고 그림 그리며 보내던 시간이 별이랑 놀아주는 시간으로 대체되고, 툭하면 떠나던 여행도 제동이 걸렸다.
삶이란 하나가 충족되면 하나를 내어주게마련인가보다. 늘 통통 튀듯 바쁘고 활발한 나를 보면 절로 에너지를 얻는다는 말 대신 어디 아프냐는 말을 듣는 요즘.
예스24 이미지 캡쳐
나의 브런치 글을 정주행 하시는 구독자 분이 계셨다. 글을 읽던 중 내 두 번째 수필집 '단하루의마중'을 주문하셨는데 첫 번째 수필집 '아버지의꽃지게'는 품절이라기에 소장본을 보내드렸다. 글을 쓴 사람에겐 한분이라도 더 읽고 공감해 준다면 그보다 큰 기쁨은 없을 테니까.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수많은 작가들이 정보를 쏟아내고 자신의 이야기를 써나간다. 글은 누군가에게 읽히기도 하지만 쓰는 본인은 글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접사 해 내고 성찰의 계기로 삼기도 한다.
또 누군가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기도 하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연을 맺고 서로를 보듬으며 상생하는 일을 기꺼이 자청한다.
수필집을 내고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정말 고맙다'였고 덕분에 눈물 콧물 쏟아내고 나니 아픔이 치유가 되었다는 말이다. 친한 친구는 원수처럼 지내던 언니에게 먼저 다가가 오랜 기간 묵은 앙금을 털어내고 화해했다고도 했다.
책을 읽은 지인이나 독자분들이 고맙다며 들기름을 보내고 미역과 까만 콩을 보내주신 분도 있다. 도토리가루를 보내신 분도 있고 그림을 그려 보내신 분 등 출간 후 참 많은 것을 깨닫고 얻었다. 평생 술을 사시겠다는 분도 계신데(하하) 술은 정중히 사양했다.
지금도 가뭄에 콩 나듯 후기를 카톡으로 보내오는 독자분들 덕분에 게으른 나는 세 번째 에세이를 써야 할 동력을 얻고 있다.
여타저타무미건조함이 지속되는 날,커피 쿠폰이 시공을 초월해 내 곁으로 날아왔다.
수필집을 받은 구독자 분이 보내주신 선물이다.
야심한 시각임에도 평소 좋아하는 예쁜 드레스를 차려입고 유럽여행 때 사 온 알록달록한 에코백을 메고 아들이 사준 아이패드와 아이팟을 챙긴다.
현관문을 밀고 아파트 언덕을 내려 길 건너 새로 생긴 스벅을 향해 걷는다. 밤바람에 나풀대는 원피스 자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