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뇨. 혼자 자취하다 보니 고독사라는 말이 정말 실감 나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출퇴근 외에는 옆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아니 관심이 없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정말 외로워서 미쳐버릴 것 같아요. 큰엄마는 책도 내시고 전시회도 하시고...,. 행복할 때가 많으실 것 같아서요."
"행복해지려고 아니 행복한 게 무엇인지 찾으려고 아니지..,.ㅎㅎ"
갑자기 말더듬이처럼 난 확신에 찬 행복을 말하지 못했다,그럼 넌 남자 친구 사귀면 되지 않겠냐는 말을 하려다 삼킨다.
Photo by 황성자
"채연(가명)이는 언제가 행복한데?"
"저는 행복할 때가 없어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하는 그 말에 적잖이 충격이 전해졌다. 능력도 있는 데다 그 나이 때는 친구도 엄청 만나고, 할게 넘치는 시절일 텐데, 행복할 때가 없다니 슬픈 일인 것 같다고.
대답은 요즘엔 지치는 속도가 예전보다 빠른 것 같다고. 그래서 무언가 끊임없이 해야만 고독감과 우울감에서 벗어난다고. 또 그래서 학교 친구들보다는 비슷한 사고를 가지고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려 한다고. 그리고 끊임없이 어디론가 떠나려 한다고.고독사는 나이 든 사람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Photo by 황성자
물론 그 말이 이십 대를 대변하는 말은 아니겠지만 행복하지 않다는 말은 걸렸다.
"막내는 어떠니?"
갑자기 걱정스러움에 아들에게 질문을 던지니 특별히 행복한 것도 그렇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란다.
며칠 전 친구가 '너는 행복하지?' 라며 자신이 지금 행복하지 않음을 역으로 표현했다. 그녀 역시 조카와 마찬가지로 책도 내고, 산에도 다니고 등등 비슷한 잣대로 행복의 기준을 정해 버렸다. 남을 바라보는 표면적 시선은 비슷했다.
행복한가? 물론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내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꾸리는 레시피는 자신의 마음과 행동에 달려있다. 내 상태가 편안할 때는 엄청 쉬운 일이고 그렇지 않을 때는 배부른 말 같기도 하다.
네비게이션 없이 달리던 길ㅡ촬영 황성자
지금 행복하냐고 물어봐 줘!!
"엄마! 여울이는 엄마를 정말 사랑하는 거 같아요. 엄마 소리만 나면 여울이가 엄청 활발해져요. 여울이도 엄마가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알 거야."
얼마 전 신부전증으로 입원했던 반려견 여울이가 5일째 되던 날, 더 입원시켰다가는 아이가 미쳐버릴 것 같아 당장 퇴원을 요청해 집에서 케어해 주는 중이다.
석모도를 달리던 중 듬뒤로 보였던 일몰ㅡ촬영 황성자
신장에 좋은 음식으로 간식을 만들어 먹이고, 미음 끓여 먹이고, 시간 맞춰 약 먹이고, 안아주고,수액을 맞춰주면서 놀라울 정도로 원기를 회복했다. 염증 수치도 병원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떨어졌다.
퇴원 후 이삼일은 매일같이 정확히 새벽 5시 반이면 깨워주던 일도 못하고, 네발로 일어서는 것조차 그 아이에겐 버거운 일이 되었다. 오늘 아침 낑낑대며 문을 긁는 소리가 났고 난 용수철 튀듯 일어났다.
정말 행복했다.
photo by 황성자
지금 행복하냐 물으면 주저 없이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인간은 고독한 존재인가. 새삼스레 의문이 드는 요즘이다. 고독 속에 찰나의 스치는 행복을 경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