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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ㅡ별꽃 Sep 30. 2019

이별을 서두르고 싶진 않아

호스피스 방향으로 선택하세요

"수액  필요 없어요. 아이한테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마음 아프시겠지만 호스피스 방향으로 전환하세요."

정직하고 병원비도 합리적이라는 블로그 리뷰를 보고 바꾼 동물병원 수의사의 첫마디는 냉철했다. 실낱같은 희망을 단숨에 부수어버렸다.  

말기신부전증 진단을 받은 반려견이 먹을 수 있는 사료나 간식은 제한이 너무 많고 안 되는 것 투성이었다. 사람으로 치면 전혀 조미되지 않은 저염식 식단에 맛있는 재료는 다 빼버린 음식 같은 거였다.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으니 몸속에서 암모니아 가스가 생기고 그 역한 냄새 때문에 음식을 거부하게 되는 것이다. 입맛 전혀 없는  아이에게 환자식 식단은 말도 안 되는 횡포 다.  




동물병원 진료비??

부르는 게 값인 듯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동물병원의 진료비는 늘 수납 전부터 긴장하게 했다.

어느 날 점액질 혈변 흐트러진 아이의 눈동자는 위급함을 알다. 급하게 24시 동물병원을 찾던 그날, 아이의 상태보다 의료수가 올리기에 혈안이 된 듯 사항과 비용을 나열하는 주치의. 원에 있는 기기는 다 돌리려는 듯 느껴지는 건 내가 예민한 걸까. 


간호사 손에 안긴 아이는 두툼한 장벽으로 가려진 세계로 사라졌다.  30여 분 후에 기진맥진해 나타난 아이의 검사 결과는 말기신부전증과 심장병, 고혈압 진단이었다. 검사비조로 130여만 원의 진료비가 청구었다.  불과 일주일 전 설사 때문에 같은 병원 다른 수의사상담했을 때 받은 사비 견적과 무려 세배 차이가 다. 초장부터 의구심에 싸이는 건 너무도 당연했다.


검사한 항목과 사진을 요구하니 갑자기 30만 원을 할인해 준다. 소변 잘 보는 아이에게 소변줄은 왜 끼우느냐 항의하니 그럼 13만 원을 빼주겠단다.  그렇게 하고도 첫날 검사비는 87만 원.  입원하지 않으면 아이의 생명을 장담 못한다기에 놀라서 입원시켰더니 입원비는 또 따로 28만 원.  대체 이놈의 동물병원 의료비 책정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니 답답하기만 하고. 하루에 25만 원~28만 원씩 매일 청구되는 병원비 등골이 서늘해졌다.


손바닥만 한 유리 병실에 갇혀 링거줄 하나와 레날이라는 습식사료에 의존한 채 숨 막히는 투병생활 시작되었고, 하루, 이틀... 닷새. 총명하기 이를 데 없는 아이에게 느닷없이 치매 진단이 내려졌다.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하니 혀 입에 대지도 않는 사료와,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가는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었다. 먹는 게 없으니 정신이  희미해지는 건 당연했다. 병원에서 굶어 죽으나, 집에서 사랑받으며 맛있는 것 실컷 먹다 편안하게 죽으나, 떠나는 건 마찬가지란 결론을 내린 난 야심한 밤에 아이의 퇴원을 강행했.


아. 참. 입원 후 다행히 설사는 멈추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후 총명했던 아이는 반쯤 넋이 나간 듯 허공을 보고 짖어댔고 발로 지탱하고 일어서는 일조차 버거워했다.

초조해진 마음에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반려견들을 케어하는 사례들을 미친 듯 수집하고 분석해 공통된  의견을 모아 자료를 만들었다.  


일단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이에게 기력을 찾아주는 게 급선무였다.

단호박과 당근, 브로콜리를 찌고, 데치고, 삶아서 잘게 부수어 간식을 만들.  유산균과 오메가 3 비스킷과 함께 믹서기에 갈아 강제 급식 시도했다.  


하루 종일 물에 담가 나트륨 성분을 제거한 황태를 고아 죽을 쑤어 주사기로 급여했다.

헛짖던 아이의 눈은 다시 초롱초롱 났고 , 새벽이면 나를 깨워주던 일과를 시작했다.


 막내아들은 매일 등에 100ml의 수액을 놓아주고 난 새벽에 30분 정도 더 일찍 일어나 간식을 만들어 강제 급여를 하고 약 먹이고 출근을 한다.  퇴근과 동시에 다시 저녁 간식을 만들어 먹이고 약과 영양제를 섞어 먹였다.

바람 앞의 촛불처럼 아슬아슬  명의 줄타기 하 여울이는 여러 번  생사의 고비를 넘다. 통원치료를 받으러 갈 때마다 인수치를 검사해야 한다며 20여만 원씩 청구되는 병원비,  한 달이 채 안되어서 400여만 원의 거금을 병원비로 지출하고 나니 치료비에 대한 걱정도 사실 많아졌다. 하루하루 지출은 구멍 난 양말 늘어지듯  커져만 가는데..,,, 


고민 끝에 양심적이라는 추천이 제법 되는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먼저 치료받았던 병원의 진료기록과 검사한 사진 등 모든 자료를 제출했지만, 다른 병원의 검사자료는 쓰지 않겠단다.  


같은 검사를  세 가지 기계로 매일 했고, 엑스레이를 5일 동안 매일 찍은 이유를 모르겠다는데 그 사실은 나도 몰랐었다. 약 처방 중 마약성분이 들어있었다는  소리에 뒤통수를  둔기로 얻어맞은 듯 충격과 배신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시 검사를 해야 하나 자괴감에 빠지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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