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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ㅡ별꽃 Oct 01. 2019

연분홍 꽃잎처럼 우리 곁에 온 아이

아이가 가장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

정맥을 통해 하루 500ml 이상 수액을 공급해야

그나마 효과가 있고, 등으로 주입하는 수액은 의미가 없다는 의사의 말.  하지만 이미 너무 약해져  수액 맞는 중  둥둥 구름이 되어버릴 수도 있단다.  


2kg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아이의 등에 주삿바늘이 들어갈 때마다 차마 마주 볼 수 없어 외면했었다.

수액이 필요 없다는  차라리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막내와 난 그 말을 100% 신뢰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갈등이 생겼다.  검사를 위해 병실로 들어갔던 아이가 지친 모습으로 나오고 우린 또 수십만 원의 병원비를 했다. 약을 처방받고 찜찜한 마음으로 병원 문을 나섰다.


일단 수액을 끊고  가락으로 물을 떠먹이고 다시 강제 급여 시도.  토하고, 설사하고, 똥 잘 누고, 한 이틀은 그럭저럭 버티더니 사흘쯤부터 누우면 하루 종일 일어나질 못했다.

똥을 눌 힘조차 없어 용을 쓰다 쓰러지기를 몇 번,




무엇이 진짜 아이에 대한 사랑일까...


"엄마!  안 되겠어. 여울이 수액 다시 놔야겠어요.  바꾼 병원은 수액은 안 판다니 먼저 병원으로 가요.  노폐물을 빼내야 한다며 수액이 의미가 없다는 말을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어요, "


나도 같은 생각이었는데 막내가 그 말을 먼저 꺼내 줘서 고마웠다. 여울이 케어에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지라 보호자로서 흔들리지 않는 중요한 포인트를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닌 게 아니라 여울이를 보자마자 대뜸 안고 검사를 해야 한다며 서두르는 의사에게, 이 아이 치료를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말기신부전증이라 검사 자체가 소용없고, 치료방법도 없다며 왜 의미 없는 고통을  주는 건지, 2~3일에 한 번씩 검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내게 검사 안 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는 황당한 답변.


입원 운운하기에 앞으로 입원은 절대 시키지 않겠다고, 어차피 오늘이 될지 내일이 될지 알 수 없다면 병원에서 가족도 모르게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고. 

'아버지의 꽃지게'ㅡ여울이의 단상편 삽화ㅡby 황성자

그 말에 깊이 공감하는 다른 한 명의 수의사,


"수많은 아이들을 진료하고, 입원시키고, 수술시키고, 떠나보내 봤지만 여울이처럼 가족들 사랑을 많이 받는 아이는  참 드문 것 같습니다.  다른 아이들 같았으면 벌써 하늘나라에 있을 텐데 여울이도 가족들도 의지가 상당히 강하십니다."


수의사의 목소리는 떨렸고 메었다. 본인이 15년 동안 키우던 아이도 입원 치료 중 아무도 모르게 좁은 유리 병실에서 숨을 거두었다며 입원 은 비추천이란다.


"엄마 고마워요. 형이랑도 수액을 놓아야겠다고 얘기하면서 엄마가 반대하면 어쩌지.... 걱정했거든."


그렇게 다시 아이의 작은 등 수액 바늘이 꽂히고 신장에 도움이 된다는 재료들로  간식을 만들어 강제 급여를 시도했다.

하루, 이틀, 사흘..,. 일주일.....


"왕!!!"

첫새벽도 놀라 달아날 정도로 우렁찬 아이의 고함이 집안에 울려 퍼졌고, 가족들은 동시에 총알처럼 거실로 뛰쳐나왔다.


"여울아 고마워. 우리 여울이... 여울아.."

"똥도 동그랗고 단단하게 너무 귀엽게 네."


일어서지도 못하던 아이가 거실을 활보하고 산책 나가자 졸라서 낮엔 동네도 한 바퀴 돌았단다.

프리랜서로 집에서 사무실을 차려 일하는 막내와,  

 매일 여울이의 상태를 카톡으로 주고받고 변의 상태를 사진으로 남겼다. 이젠 변 색깔만 봐도 여울이 건강 상태나 문제 알 것 같았.


을 먹지 않으려 발버둥 치던 아이가  숟가락을 물리려는데  혀로 약을 깨끗하게 핥아먹었다.

힝! 감동이야.


"엄마 약은 이제 제가  스스로 먹을게요. 고마워요."


조금은 힘들고 슬퍼 보이는 표정은 그렇게 말하는 듯 보였다. 여울이 케어를 하는 동안  그 아이의 다양한 감정 표정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수액 바늘이 등에 꽂히면 아이는 숨죽이고 엎드려 수액이 다 들어가길 기다린다.  마치 가족들이 자신을 살리려 애태우는 마음을 알아차린 것처럼.

수액이 다 들어가고 나면 눈가는 촉촉해져 있고 '끄응' 신음과 함께 긴 수면에 빠져든다.


가락이나 주사기로 제 급여를 하는 게 싫었는지 며칠 전부터  숟가락을 들면  먼저 입을 벌린다.

정은 맛없어 죽을 지경만 사랑이란 감정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요 며칠은 똥도 동글동글 야무지고 귀엽게 누고 토하지도 않았다. 우리 가족은 서로에게 감동했고, 고마워했고, 유대감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여울이 떠났죠?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그 정도면

정말 엄청 잘 키우신 겁니다. 여울이는 행복한 아이예요."


"아뇨 선생님~저 약 지으려고 전화드린 건데..."


여울이의 상태를 본 수의사는 진정 놀라는 표정이었다. 이제 와서 치료방법을 옳다 그르다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치료의 기준이 의사마다 다른 것이라고 믿고 싶다.  호스피스를 권하던, 입원을 권하던 선택은 가족의 몫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이가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방법을 고민하고 결정는 것이 각에 머무르게 된다.


요 며칠은 기름기 없는 소고기를 갈아서 잘게 다진 당근과 습식 레날을 섞어, 동글동글하게 뭉쳐서 영양제와 함께 먹이고 있다.  

정말 오래간만에 스스로의 힘으로 먹으며 의지를 불태우는 요즘,  설령 소고기를 먹인 것 때문에 아이가 조금 더 일찍 떠난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원 없이 먹었던 날들은, 아무것도 먹지 못해 비들 비들 야위어가던 날들에 비하면, 완연않아아이에겐 작은 봄날이었을 테니까.


기뻐도, 슬퍼도, 지쳐도, 늘 우리 곁에 머무르며 그 감정을 함께 나누는 아이. 그러고 보니  반려건 여울이,, 아니 우리 가족 여울이는 늘 그 자리에서  한치의 흔들림. 없이 한결같은 온기를 나누어 주었고, 투병 중인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이다. 난 가끔 아이를 보면서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을 한다.

연분홍 꽃잎 날리듯 우리 곁에 와준 아이. 그 아이가 가족들에게 준 것은  어마어마하게 따뜻하고 깊은 위로였다.

선재길 풍경ㅡ이 길을 여울이랑 걷고 싶었다ㅡphoto by 황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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