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ellaㅡ별꽃 Sep 05. 2019

어머! 아파트 한 채 드릴 뻔했어요!

일상의 벨트를 조금 느슨하게 푼다고...(photo by 황성자)

"아이고 덜렁이!"


산행 채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허둥대는 나에게 누군가 던진 한마디. 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며 웃음이 터졌고, 나를 틀에 가두었던 견고한 성벽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자유로움 민트향처럼 후욱 폐부 속으로 파고들었다. 나를 제대로 파악 누군가의 직격탄이다.


어릴 때부터 차분하고 꼼꼼하고 완벽하다는 리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그다지 좋은 소리도 나쁜 소리도 아니었지만, 때론 그 말들이 나를 정형화된 틀 속에 가두곤 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사람이 너무 완벽하면 매력이 없다, 치고 들어갈 틈도 조금 보이

 살아야 사람답다 등 외적으로 풍기는 이미지가 주는 편견에서 난 벗어나지 못했다. 

 란 사람에 대해 미리 답을 정해 놓으니 그 틀을 깨기 쉽지도 않거니와 좁혀지지 않는 간극느껴야 했다.


"자기는 우거지탕 이런 거 안 먹지? 해장을 해야 하는데... 자기는 뭐 먹고 사니? 밥을 먹기는 하니?"

은 사무실에 근무했던 친구가 던진 말에 실소가 터졌다.  보신탕 빼고 어지간한 건 다 먹으니까 너 좋아하는 거 먹자며 시장 뒷골목 해장국집을 찾았다.  그녀는 선짓국을 시켜 먹는 나를 보고ㅡ 좀 과장하면 ㅡ기절할 듯 놀랐다.


정작 음식을 가리는 건 친구였다. 중성적 이이지의 그녀도 생김과 많이 달랐다. 후로 친구의 멘트 달라졌다.


 '얘는 도회적으로 생겼는데 식성과 성격은 완전 시골 여자고, 자기는 남자같이 생겼는데 가리는 게 많다'라고

덜렁이 사건 이후로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늘 누군가를 챙겨야 할 것만  암묵적 책임감의 무게  절반쯤 줄어든 것 같았다.


아니  언제부터인가 되레 주변에서 나를 챙기고 있었다. 가끔 실수도 하는 어설프고 서툰 내 모습이 귀엽다는(??ㅎ) 사람도 있으니, 생김 그대로를 보여주는 건 생각보다 꽤 괜찮은 일이었다. 니 어쩌면 나는 원래 내 모습을 드러냈지만 편견이란 시선에 가려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일상으로까지 연결된  그  철두철미의 조여진  벨트를 느슨하게  풀어 보니, 오히려 인간관계에 풍미가 더해졌고  관계의 유연함이 보태진 것이다. 하지만 일을 할 때의 내 모습은 정말 다르다. 몰입과 집중의 시간이다.

"여보!  당신이 이것 좀 해봐요." ㅡ주인

"이게 카드 맞나? 카드가 좀 이상하게 생겼어요."ㅡ주인 아내

"왜요~좀 전에도 그 카드로 결제했는데......"ㅡ나


여자의 눈초리가 이상하다.


"어머! 어머!  그 카드 얼른 주세요. 하마터면 아파트 한 채 드릴 뻔했요. ㅎㅎ"


점심값으로 난 아파트 현관 키를  건넨 거였다.


"아이고 덜렁이"


'그럼 그렇지' 기막혀하는 일행과 주인 부부, 그리고 난  마주 보며 폭소가 터졌다.


휴~~ 천만다행이다. 아파트 한 채 날릴뻔했다.^^



.



작가의 이전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레시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