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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ㅡ별꽃 Nov 03. 2019

백두대간 1구간(2부)

바람 끝까지

 언   제 : 2017. 5. 28(일요일)


누구랑 : 경기하나 산악회 산우님들과 안양산죽회 4인방


어디를 : 미시령-신선봉-마산봉-진부령


날씨는 : 구름 많고 바람이 몹시 붐


주관대장:베타대장



내리막우려와 달리 초록빛 지붕을 펼쳐 든 흙길이다.

핑크색 유도지가 선명하다. 실력자 사인방중 느림보 나 때문에 발걸음이 더딘 것 같아 서두른다.

평평한 안부에 자리를 잡고 점심 식사 중인 선두그룹을 만난다. 시간은 12시 30분.

밥 먹고 가라는 인사에 조금  더 가서 먹겠다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점심 식사 후 오름이라도 나오면 그보다 끔찍할 때가 없기 때문이다.




점심 먹을 자리를 살피던 천지령 대장님. 바람은 세차고 햇살은 강하다. 일단 암봉에서 내려가기로 한다.  길이 만만치 않다.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휘청이고 저항하려는 몸은  새우처럼 구부러 진다.  바위와 내리막에 취약한 난 엉덩이를 바위에 밀착하고 쓸다시피 내려간다.


천지령 대장님의 보호를 받으며 가까스로 암벽을 내려선다.

미리 정했던 준비물을 펼친다. 밥 당번인 난 1회용 비닐봉지에 열무김치, 들기름, 고추장을 넣고 즉석 비빔밥을 만든다. 이정님표 홍어회 무침과 정렬님표 과일과 밤 막걸리, 삼수갑산님표 복분자 막걸리로 한상 차려낸다.


첫 출정식에 대한 감사와 무사 종주를 기원하는 건배가 이어진다. 지나는 산우들 불러 막걸리 한잔씩 곁들이고 풍성한 안주가 함께 하니 이것이야 말로 산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느긋하게 즐기던 만찬에  급해진 우리는 후다닥 짐을 챙긴다.

달린다. 민폐는 되지 말아야 한다.





골 아낙처럼 소박하고 수줍은 산목련이 만개했다. 희고 고운 빛깔의  꽃잎은 풀 먹여 빨래 줄에 널어 둔 광목천 같다.


산과 산이 마주 보며 경계를 이루는 이 곳, 지난 달만 해도 신선봉으로 향하는 길에 한자는 족히 되는 눈이 쌓여 있었다. 반대편 산자락얼레지 꽃 새싹이 봄의 향연에 들 있었다.  그 흔적은 사라지고 지금은 같은 계절을 품고 있다.



"이제 하산하면 되는 거야?"


누군가 던지는 실없는 농담을 뒤로하고 길을 재촉한다.

한 사람 두 사람 따라잡으니 일단 민폐는 아니다. 후미 대장도 만난다.



바위도 거뜬히 오른다.

신선봉을 향하는 길은 너덜지대다. 그냥 걷기도 힘든 길이건만 바람은 멈출 생각이 없다. 몇 번의 위험한 순간과 맞닥뜨린다. 여과 없이 내리쬐는 직사광선에 눈이 시리다.

매 순간 담고픈 욕심에 카메라를 치켜들다 하마터면 추락할 뻔한다.


폭우가 쏟아지던 낙남정맥 길에서 카메라를 꺼내 드는 순간, 몸을 제어할 그 무엇도 없고, 허리를 펴고 걸을 수도 없는 산죽 내리막 진흙 길에서 미끄러지며, 온몸에 생채기를 내고야  멈추었던 그날이 생각 나 가슴이 서늘해진다.


햇살은 사방을  투시한다. 저 멀리 검푸른 동해바다를 줌으로 당겨본다.  산자락을 여유 있게 굽어보는 고목은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의 기품을 간직하고 있다.

을 향해. 오른다,


"아이고 잘한다. 바위 잘 타네."


나 스스로를 응원한다. 정작 상봉에서는 세찬 바람에 카메라를 꺼내지도 못하니 아쉬움만 남는다.


우리 뒤에 후미 대원이 많으니 남은 막걸리를 마시며 쉬어 가기로 한다.  바람은 자꾸 우리 뒤를 쫓는다. 복닥거리는 속세의 일은 산행과 동시에 잊었다. 동해바다는 점점 몽실해지고 산꾼은 산에 취한다.


문득 정신을 가다듬으니 능선으로 좁혀오는 후미 대원들, 우린 재빠르게 일어난다.

엇!  바위 끝에 서 사진 찍을 포즈를 취하려던 정렬님휘청인다.. 휴.... 하마터면....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래 천국이 아니다.  길 낭떠러지다. 조심,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바람은 점점 더 거세지는 미시령 고갯마루 위를 달리는 차들이  보이기 시작  금방 끝날 줄 알았다. 대체 얼마나 걸었을까.  얼마나 남은 걸까. 시간은 오후 5시를 향해 가고 6시 전에 하산을 할 수 있을지 서둘러 보지만 걸음은 뜻대로 되질 않는다.

나를 대장이라며 앞세우는 일행들, 내가 선두를 걷다간 어 순간 설악산 자락 새가 되어 사라져 버릴지도 모를 일, 중간에 선다.


무엇에 단단히 화가 난 바람신은 누군가 한 사람 쓰러트릴 요량이었는지 양쪽 낭떠러지를 향해 미친 듯 몰아붙이다, 뒤로 잡아챘다, 앞으로 밀어 버리는 심술을 일삼는다.


한발 내딛기 여간 벅찬 게 아니다. 제법 몸이 단단한 나라 생각했는데 바람 앞에 속절없이 휘청이이니  배낭을 하나 더 짊어져 보라는 농담 같은 진담은 건네는 일행.


을 단단히 조였건만  모자는 사정없이 벗겨지고 머리는 산발이 된다.  꽁꽁 힘주어 스틱으로 지지하며 걸어 보지만, 바람은 쉽게 미시령을 내어 주지 않을 모양이다. 발밑으로 구르는 돌도 복병이다.


미시령을 목전에 두고 공사의 흔적으로 흉하게 일그러진 마지막 을  급하게 내려친다. 휴., 드디어 끝났다.  시간은 오후 5시 45분.






무탈하게 출정식을 마친 4인방 그리고 함께 한 산우들에게 수고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쌩초대장의 수고로 버스가 있는 곳까지 안전하게 도착한다.

주변 모텔주인의 배려로 여자 대원들은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호사를 누린다.



푸짐한 하신식에 놀란다. 산에서 채취 한 산나물로 즉석에서 산나물전을 부쳐내니 게눈 감추듯 한다,




그토록 소망하던 백두대간 첫 출정식은 이렇게 끝났다. 산마루에 걸쳤던 해는 이내 훌렁 재주를 넘는다. 귀가하는 버스 안은 코고는 소리가 달달하다.  노곤함이 꿈처럼 달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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