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ellaㅡ별꽃 Nov 09. 2019

백두대간 남진 2구간ㅡ긴 접속구간에 질리고

함께 걷는다는 건.,

언     제 : 2017.6. 10~11(무박)

누 구 랑 : 경기하나 명품17기

어 디 를 : 마등령

접속구간: 용대리-백담사-마등령(약14.5km)

  는   :투명한 햇살

주관 대장 : 베타엑스

                                                      


                                     

삶이란 生과 死의 경계가 종이 한 장 차이하지만 쩌면 경계의 구분 없이 死의 세계는 우리 일상 안에 자리를 틀고 있는 건 아닐까. 다소 모호하기도 했던 혼란스러운 시간들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문득 산행기를 쓰려니 걸어온 길들이 생각이 나지도 않을뿐더러 이따금 찾아오는 정체 불분명한  회의감에  끄적이반복다.


 백두대간 두 구간 친정 엄니를 모시고 두 아들과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대뜸 달려간 우도의 바다와 하늘은 너무도 파랬고, 바람을 재운 햇살은 구름 속까지 차고 들었다.


천천히 걷고, 먹고, 마시며 은유의 시선으로 자연에 취해 주리라. 하지만......

뒷덜미를 잡아채듯 불편한  무엇. 생시의 기억이 아닌 유의 시간 안에서 경계했던  장면이 무심함 속에 반복되고 있다. 뇌 한쪽 어딘가에 보풀이 걸린 듯하다.


3일 전. 꿈에 나타난 시어머님은 먼 길 떠나야 한다며  여비를 달라졌다.  서두르는 시어머니,  生의 경계를 넘어선 死의 세계엔 또 한 분의  시어머니가  계셨다. 生의 세계에 선 시어머님이 부리나케 死의 세계에  서 있는 시어머님 여비를 건네는 꿈이었다. 지몽이었을까?

결국 찜찜함을 이기지 못해 전화를 드렸는데 소녀처럼 맑고 고운 목소리에 안심했었다.


"엄마! 우도 너무 예뻐요. 우리 여기서 한 이틀 자고 가요."


두 아들의 말에 그러마 했다. 남편의 전화, 안하다.


"엄마  방금 돌아가셨어."


그렇게 死는 生의 곁에 더부살이처럼 붙어 지내다 불쑥 판을 뒤집은 것이다.


산행기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 변명처럼 너절하게 늘어놓는 사설이지만  허무한 삶에 대한 반증이라면 합당할까.

오늘 무박 출정을 앞에 두고 피로와 싸우며 굳이 산행기를 쓰는 이유는 나 스스로에 대한 일종의 강박증 인지도 모르겠다. 숙제를 다하지 못한  불편함보단  이게 나을 테니까.



 밤 11시 20분에 범계역에서 행들과 만나 수원에서 전체 대원과 합류한다


칠흑빛  어둠 속으로 질주하는 버스, 잔잔하게 코 고는 소리, 소곤대는 소리밤은 침묵한다. 칠정 휴게소엔  찬바람이 기웃거린다.  비탐방 구간이라 산림청 직원들의 출두가 있을 예정이다. 예감이 좋지 않다. 들머리를 마등령 방향이 아닌 용대리에서 백담사 가는 방향으로 전환한다. 남진이 아닌 북진의 형태다.


휴식 년을 가져야 하는 산맥을 밟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등산 인구가 많아지면서 우리나라 산맥이 몸살을 앓고 있고 그 몸살을 앓게 하는 이 중  한 사람도 나인 것이다.


나이가 드는지 이따금 잘 체하고  방전 듯 무기력해질 때가 종종 있다. 근래 심하게 앓았던 감기 여파로 딱따구리 한 마리가 머리를 사방으로 쪼아댄다.

산행 시작전 식은땀이 흐른다. 길어질 접속구간에 대한 부담감을 이미  버스에서 알아버려서일까. 첫새벽 달을 머리에 인다. 광을 낸 유리구슬처럼 달은 빛난다.


 대원들 지나간 자리를 바람이 쫓는다. 용대리에서 백담사까지  7.5km.  끝을 내어 줄 것 같지 않 시멘트길. 툴툴거리는 소리.


"몇 시예요?"

"백담사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침묵하는 새벽을 잡는다. 거리와 시간을 확인하는 횟수가 잦아진다. 이미 은 식은땀에 기진한데 '탈출'이란 욕망 전차처럼 달려든다.


염불소리가 잦아지더니 불쑥 타난 백담사. 쿠션 좋은 침대에 자로 뻗고 싶다. 눈치 빠른 이정님 내 안색에 놀라 비타민을 건네준다.


바닥엔 복병처럼 버티고 있 커다란 돌 때문에 균형  잡기도 힘들고 무릎에 무리가 갈까  신경 쓰인다. 아찔 현기증과  앞으로 쏟아지는 별.

민폐가 까 걸음을 서두른다.  영시암을 지나 오세암에 이른다. 가 읽은 동화 가장 아름다웠던 정채봉 님의.'오세암'의 배경이 된 사찰이다. 상상과 먼 현실적인 모습이다.

백담사를 지나고도 6km 이상을 걸었다. 비틀대는 내게 술 취했냐 놀리던 삼수갑산님이 내 안색을 보고 놀라 배낭을 빼앗는다.  

예찬론자인 난 이 무슨 미련한 민폐인가 자괴감에 빠져든다.  손발이 차가워지고 얼굴에 핏기가 가시며 안색이 변하는 게 스스로도 느껴진다. 심장은 연신 화를 낸다.

마등령을 500여 미터 남겨두고 나무둥치에 쓰러지듯 몸을 던진다.  만사가 귀찮다.




삼수갑산님과 이정님의 살뜰한 보살핌 고맙고 미안하다. 이를 악물고 발걸음을 옮긴다. 내 몸 하나 걸치고 는데 몸 취객 형상이다. 넌더리 나는 접속구간이 끝나고 마등령에 이른다.


마등령에서 휴식을 취하는 선답자들과 만난다. 아리따운 젊은 부부가 얼음 동동 띄운 미숫가루를 건넨다. 그토록 괴롭히던 통증이 사라졌다. 두통도 사라졌다.  손발이 따뜻해졌다.


사방수려한 경관시선을 압도하고 피어오르는 산안개는 몽환적이다.

비경에 취해  시간을 잊었다. 굴곡 없는 능선 커다란 자갈걸리적거린다. 투명한 햇살을 안은 초록이 물결친다.


삼수갑산님의 안색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배낭의 무게팃일까. 힘겨워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물을 한통 버리라 해도 아까운 물을 왜 버리냐며 고집이다.




마등봉의 바람은 부드고 조망은 거침이 없다.  서두름을 멈춘다. 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 사람의 작은 발걸음위대함에 숙연해 진다.



마등봉을 지나 너덜지대를 만난다. 조각 난 바위들 제멋대로 누워있다. 돌 틈 시이를 잘못 디디면 크게 다치거나 크래바스같은 홀로 추락할 수 있다. 후들거리는 다리 대신 엉덩이로 기기 시작한다.

스틱을 현란하게 휘두르면 걷는 여자대원, 평지 걷듯 그 걸음 거침이 없다. 절절매는 남자 대원을 리딩 한다.





중간쯤 걷던 우리 앞을 스치기 시작하는 대원들. 민폐 안 끼치는 게 목표인발걸음을 서두른다. 물론 내가 아니면 선두에 설 일행들이지만.....,





내내 동행했던 이정님이 사라졌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아리따운 여인이라도 만난 걸까. 한기 일어선다. 

깜짝 놀라는 사람의 표정과 너무 닮은 이 나무!

그 옆에서 흉내를 내며 놀아도 이정님의 소식은 없다.





사방에 비경을 펼쳐두고 정신을 빼앗던 산은 너덜길을 내어준다. 굼벵이 모양 기어 내려가는 나 때문에 후미에게 또 길을 내어준다.

카메라 렌즈 안으로 보이는 대원, 실루엣에서 힘겨움이 느껴진다.  이정 님이다.



너덜길은 여기끝이 아니다. 가파른 바위에 매달린 밧줄을 잡는데.  저 바위 끝 너머는 천 길 낭떠러지다.


"예쁜 여자들이 바위를 올라갈 때는 스틱도 들어주고 그러라고 했지. 특히 예쁜 여자들은 더 챙겨 주고.  그렇게 교육을 시켜도 왜 실천을 안 하는지 몰라요."


절벽을 오르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카랑하다.


      ㅡ 2부가   이어질 예정입니다.ㅡ

작가의 이전글 백두대간 1구간(2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