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는 세상의 많은 것들을 변하게 했고 여전히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로 잠입 중이다.
팬데믹 현상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자연스레 사람들을 집안으로 정착(?)시키고 고의든 타의든 가족과 함께지내야 하는 가족중심적 시간을 요구한다. 가족끼리도 자세히 알지 못하고 눈여겨보지 못했던 면들을 새삼 들여다보는, 어쩌면 바라던 시간임과 동시에 부담스러운 시간이기도 하다.
Twin cafe 옥상
언텍트 사회(untact service)라는 조금은 낯선 문화가 불쑥 전면에 등장한다. 광범위한 입장에서 단순하게 정리해 비대면 사회라 일컬어보자.그러다 보니한산한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온라인 매장은 바빠지고,24시간 배송이 가능한 우리나라 택배기사들의 업무는 가중되고 있다. 전 세계 물류시스템 1위 국가라는 위상이 새삼 실감 나고 있는 중이다.
명동거리(2020.5.23)
해마다 한두 번쯤 나가던 해외여행 일정은 기약 없이 밀려났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대면 일상을 지내야 하다 보니 고객들을 기다리는 마음도 기약이 없어지는 걸까 순간 불안감이 엄습한다.
물론 이틈에 호황을 누리는 업종도 분명히 있다. 나와 너만의 일이 아니라 크게 보면 나랏일이기에, 무너지는 소상공인들의 현주소에 덜컹덜컹 가슴에 돌덩이가 내려앉는다.
수십 년 만에 명동거리를 걸었다. 드문드문 빗장이 걸린 상가의 검은 창문 등걸에 내걸린 '폐점'이란 붉은 글씨가 서늘하게 다가온다.
세상의 수레바퀴는 아무리 잘나고 뛰어나도 혼자 돌릴 수 없다.
누군가만 특별하게 집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같은 입장이라 큰 위로가 된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외출해 카페에서 커피라도 마셔야 비로소 사람답게 지낸 것 같다던 지인도 집콕에 길들여지니 만사가 귀찮단다.
아들이 사 준 자전거
평상시에 아이들과 친구처럼 밀접하게 지내는 나는 특별히 더 서로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하다. 더구나 두 아이 다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있고, 모든 작업이 집안에서 이루어지니 더욱 살가울 수밖에 없다. 되레 너무 친숙해 불편함을 초래할까 서로의 시간을 존중한다, 즉 같은 공간 다른 일상이다.
정적인 생활과 동적인 생활을 동시에 즐기는 나는, 정적인 면에 치우치다 보면 약간의 우울감이 찾아오기도 하는데 그럴 땐 바로 산을 오르거나 천변을 걷는다. 주말을 나누어 등산을 하고 그로 인해 얻은 에너지를 안고 나만의 퀘렌시아(Querencia)를 찾아 떠난다.
근간의 지인들 SNS를 보면 각자도생 하는 모습을 많이 발견한다.지금 시대를 내성적인 사람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누군가 말했듯,이참에 디지털 미디어 디톡스를 선언하고 아예 은둔해버린 지인도 있다.
결혼 이후 난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김치를 담근 것 같다. 열무김치, 배추 포기김치, 파김치, 부추김치, 오이물김치, 총각김치, 깻잎김치, 갓김치, 깍두기, 각종 장아찌류 등등.
담그는 횟수가 많아지다 보니 창의적 레시피가 순간 섬광처럼 번뜩여 참지 못하고, 퇴근길에 양손 가득 김치재료를 들고 밤새 퉁탕거리기도 한다.이 시대의 거리두기로 가족과 더 밀접해졌고, 더불어 건강을 생각하다 보니 김치 담그는 것과 음식 만드는 것을 더 즐기게 된 것이다.
한강 가는 길
어버이날을 핑계 삼아 아들이 사준 자전거를 타고 한강까지 질주하는 슬기로운 주말생활이 추가되었다. 기약 없는 해외여행 대신 발길이 드문 우리나라의 숨겨진 비경을 찾아 떠나는 여행도시작했다.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아름다운 내 나라 내 땅, 펜데믹으로 발길이 줄어든 탓인지 자연은 거침없이 자신을 드러낸다.
이토록 청정하고 자유로운 이 땅에 태어났음을 새삼 감사하며 지내는 요즘이다.
도심의 하늘
같은 사물이나 자연도 어떤 형태의 마음인지,또는 바라보는 위치나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느낌은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도보로 걸을 때, 등산을 할 때, 자전거를 탈 때, 눈높이 시선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사물이나 자연의 느낌도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유난히 많은 것들이 서로 다르게 보이고 엇갈리는 시대이다.
내 자식이, 내손주가 살아가야 할 미래, 내 나라 내 땅에서 마음껏 꿈을 펼치고, 일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깨달으며, 무한한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가 지켜주어야 할 것들이 참많아졌다.
다소 혼란스럽지만 이 시대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를 냉철하게 들여다본다면 마음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