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야 상황을 짐작한 나, 바보같이 조금만 침착했으면 다 알아들었을 이야기들이었다. 두 팔로 X자를 그리며 안된다고 소리친다.
" 빠르동 빠르동” 사과하는 그들.
상황을 정리해보면, 온천에 입장 후 첫 번째 질문은 여자 풀장을 원하냐 남녀 혼풀을 원하냐 물었던 거고(카운터에서 영어로 여자 풀장을 원한다고 분명 이야기했는데 다시 질문할 줄 몰랐다), 영어 할 줄 아냐 묻고 프랑스어로 질문했던 남자는모로코공영방송에 세계 각국의 남녀가 온천욕을 즐기는 모습을 내보내도 되느냐물었던 거다.탄탄한 몸매의 젊은 남자들이 다이빙하듯 입수하는 모습을 보며 돌아 나온다. 모로코 유명한 남자 배우들이라는데 그냥 방송을 탈걸 그랬나.ㅎ
해프닝은 거기서 끝나는 줄 알았다. 그 여자 따라오라더니 여자 풀장으로 데려다 주기에 이제야 제대로 되었구나 싶어 본격적으로 때를 밀 작정을 하는데,10분 정도 지나 다시 부른다.
그리곤 털북숭이 남자들이 바글거리는 온천에 힘껏 밀어 넣는다. 혹 나를 상무식 쟁이로 알고 치명적(?) 바디랭귀지를 쓴 걸까ㅎㅎ.
물레야꾸 마을 사람들(저 여인의 집에 초대를 받는다)
에라 모르겠다 내가 언제 다시 모로코 남자들과 온천욕을 같이할 기회가 올까 뻔뻔하게 풀장을 활보한다. 볼륨 없는 일자형 몸매의 동양 여자를원숭이 보듯흘긋거리며 곁눈질로 바라보는 그들은 인사를 건네며 의자도 끌어다 주는 친절을 베푼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기도 하고 내심 호기심도 동해 다시 탕으로 풍덩 입수해 놀다 당당한 척 걸어 나오는데 왠지 아쉬워하는 그들의 표정이 등으로 꽂힌다.
마사지를 해준다며 촌티 나는 정장을 입은 노인이 2층으로 데려다준다. 기본적인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지 안 하는 직원들과 소통이 안되니 난 우리말로 그들은 프랑스어로 대화하는데 다 된다.
정작 전신 마사지는 시작과 동시에 잠이 들어버려
제대로 한 건지 확인할 수도 없고 다만 미끌거리는 몸이 무언가 바르긴 했구나 알뿐이다.
마사지를 끝내고 나오는데 대포만 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일행들과 다시 마주쳤고 그들은 또 인사를 건네는데 어찌나 아쉬운 표정이던지.
내가 숨었던 벤자민나무
목욕도, 사우나도,마사지도 아닌 해프닝에 돈만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서버에게 사우나에서 있었던 일을 가볍게 웃자고 얘기했는데 갑자기 카운터로 가더니 죽자고 싸운다.
'왜 남자 여자 같이 있는 곳에 보냈냐, 여자들만 있는 풀장을 원했다.내가 분명히 말했다.'며 소리소리 지르는데 난 당황했고 직원들은 놀라허둥댄다.
"그만해. 나는 재미있어서 웃으라고 한 이야기야!!"
놀라서 말리는데 어머 이 서버 점점 더 큰소리를 친다. 무안하고 겁도 난 나는 밖으로 나와 벤자민 나무 뒤에 숨는데 한참 만에 나타나의기양양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