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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ㅡ별꽃 Jul 01. 2020

물레야꾸마을 아이들

너는 타고난 여행자 같다며

온천 밖은 찜통이다.  비탈진 언덕마을을 올라 주차장까지 갈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다. 눈어림으로 보는 길과 실제 걷는 길이 많이 달라서 순간 당황한다.  꼬이고 얽힌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막다른 골목 나오기 일쑤. 도통 가늠이 안 되는 길을 몇 번이나 헤맨 후에야 간신히 마을의 허리 정도 되는 곳지 갈 수 있었다. 그곳에서 병아리를 가지고 노는 골목의 아이들을 만난다.

악수를 청하던 아기

 아장아장 걷는 아기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한다. 피부가 도드라질 정도로  허여멀건 남자아이는 병아리를 어깨에 올려놓고 짝다리를 흔들며 손을 내민다.  귀엽지만 건방져 인다.  난 위험하다며 병아리를 받아 바닥에 내려주고 편안한 자세로 털썩 주저앉는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여러 명의 아이들 속 어울리지 못하는 , 심지어 허여멀건한 피부의 남자애 눈치를 기까지 한다.  난 부러 소년 이런저런 포즈로 사진을 찍어주고 막내아들이 사준 미니 포토 인화기로 즉석 인화를 해준다.

병아리를 받아든 소년

갑자기 아이들이 두 소년에게 친한 척을 고, 인화된 사진을 돌려보며 러운 티 낸다.


 다 같이 잘 놀면 너희들도 사진을 찍어 하 대뜸  병아리를 두 소년 중 한 아이에게 건네준다.  얼결에 병아리를 받아 든 소년은 놀라면서도 기뻐하는 모습이 역력다.


아이들과 나게 사진놀이에 빠져있는데
'봉주르' 인사를 건네는 두 여인, 푸른색 원피스와 붉은색 원피스를 입었다. 마음껏 영혼을 팔겠노라  포즈를 취하며 깔깔거리는 여인들은  쾌활했고 친절했다.

여인이 서 있는 곳은 그녀의 집 대문이다

파란 원피 여인은 차 한잔 하자며 집으로 들어오란다.  박한 집안 내부는 우리나라 변두리 마을의 민박집 느낌이 났다. 차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녹차와 민트차를 같이 우려낸 맛이랄까. 마시고 나니 속이 편안해진다.  답례로 여인들 사진 인화해준다. 뭐가 그리 좋은지 사진을 흔들며 깔거리는 여인들을 바라보던 나도 웃음이 터진다.  


여인은 내게 타고난 여행자 같다자신은 지나가는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을 여행처럼 즐긴단다.


언덕 위의 작은 마을에서 미니 포토 인화기는 소통의 힘 발휘한 거인 같았다. 볼에 거센 뽀뽀 세례를 퍼붓던 여인과 아이들이 한꺼번에 손을 흔들고, 지열이 만들어낸 아지랑 속으로  흐물흐물 사라지는 이별이다.


 '꼬르륵' 배고프다며 뱃속을 뒹구는 밥순이 아가씨의 성화, 양고기 유명하다는 식당으로 동하기 위해 차에 시동을 거는데 '쾅쾅쾅 쾅!' 다급하게 차를 두드리는 소리.

주차장

세상에! 더위를 피해 차 밑에 들어가 있던 늙은 개 한 마리가 엉금엉금 기어 나온다.  ’오 마이 갓! 크레이지!  크레이지 도그!' 벼락 치듯 소리치는 운전자,  '크레이지!'를 합창하는 사람들.  시동이 걸린 차는 매운 내연을 내뿜으며 신경질적으로 마을을 벗어난다.


#모로코 #모로코여행 #morocco #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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