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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ㅡ별꽃 Jul 06. 2020

사라지는 시간 속 정지된 나

내 멋대로 감정을 휘두르다

Photo by stella-별꽃(공간 뒤편의 다른세상 )

2020년 7월 1일 오후. 서울역 광장 앞은 한산다.  우중충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무료급식을 위해 긴 줄을 서기 시작고 난  그 앞 작은 전시공간으로 몸을 숨긴다.


어둠침침한 공간에서 쏘아대는 빛을 따라 복잡 머릿속은 빙글빙글  춤을 춘다. '후욱' 분 냄새 짙은 향수 냄새가 순식간에 후각을 밀고 폐 안으로 침투한다.  

전시공간ㅡphoto by stella-별꽃

새끼손가락에 은색 장식용 기다란 손톱을 붙인 여인은  자꾸 그 손톱을 치올린다.  검붉은 립스틱을 칠한  네댓 명 여인들 옷차림이 하나같이  화려하다.


이따금 내면은 반대로 말을 다. 후회가 시작되었을 땐 이미 시간은 강을 건너버린 후다.


 코로나로 많은 것들이 바뀌어 버린 세상. 갑갑할 때면 즉흥적으로 티켓팅을 하고 훌쩍 이역만리 머나먼 곳으로 도망치던 시간은 좀비가 먹어버린 걸까.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 너무 편한 나머지 내 멋대로 감정을 휘두르다  스스로를 할퀴고,  상대에게 피치 못할 상처도 준다. 그다음엔 길고 어두운 터널 이어진다.

Photo by stella-별꽃


문득 빛이 새드는 공간  뒤편의 문을 발견했고, 굉음을 울리며 사라지는 기차 철로 위에 정지된 시간을 던져둔다.


2020년의 앞모습은 사라졌고 40년쯤 밀려난 시간의 테이블을 발견한다.  분칠 한 여인들이 남기고 간 와인이 플라스틱 잔에 담겨있고, 그 잔 붉은 립스틱 자국 선명하다.  


'기찻길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칙폭 칙칙폭폭 칙폭폭.,...'


누군가의 휘파람 소리가 가슴을 쓸고, 시간을 밀고 뒷문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테이블 위에 무언가 자꾸 두고 간다. 마스크 속 감추어진 표정은  어둡거나 무덤덤하거나  갑거나  귀찮음이 눈빛으로 투영된다.

Photo by stella-별꽃(아기 냥이들에게 먹이를 구해다 준 어미 냥이)

건너편에 낡은 데이블을 둘러싸고 앉아 막걸리를 마시는 유년의 아버지들을 본다. 그들 앞엔 지지대를 타고 올라간 오이가 주렁주렁 매달린 커다란 화분이 놓여, 누군가의  집은 놀랍게도 개발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수십 년 전 모습 그대로다.


한편에선 누가 버렸는지 모를  눈동자가  무척이나 깊고 슬픈 모성 깊은 어미 냥이발견한다.


울컥한 마음에 과자 부스러기를 던져다. 과자가 안전한지 혀를 대보고 냄새만  어미 냥이, 


두 아기 냥이에게 먹을 것을 다 내어주고 행여 누가 해코지라도 할까 가슴 졸이며 지켜고 있다.

Photo by stella-별꽃

기차도 시간 모두 사라지는데  혼자 그 자리에 꼼짝없이 서 있다. 하얀 잇속을 드러내  전거를 타고 신작로를 달려오는 우체부의 그림자가 기억났고,  현재와 유년의 기억이 겹치는 순간 굉음과 함께  또 다른 기차가 시간을 훑고 지나간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모두 사라진 자리, 기차겨둔  무거움만이 철로 위에 서성일뿐이다.

Photo by stella-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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