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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의미부여

의미와 경계

나는 모든 순간과 사물과 사람에 의미를 부여한다. 평생 한 번밖에 경험하지 못할 순간은 그만큼 의미가 클 것이기에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라 상 받을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안 가는 사람이 더 많다는 대학 입학식도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했다. 경험의 빈틈이 생기는 것이 싫었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는 그것이 심화된다. 나와 관계한 모든 이들을 하나의 척도로 정도에 따라 나누고 규정짓는 것이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생일 선물이 그렇다. 생일 선물에는 선물을 줄 사람과 주지 않을 사람을 나눌 명확한 기준이 나에게 필요하고, 그 기준이 성립되더라도 다시 그 속에서 나라는 중심에서부터 출발한 직선상에 나와 가까운 순서대로 그들을 배치하여 그 가까운 정도를 거리에 따라 설명해 낼 수 있는 타당한 척도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생일 선물은 내가 느끼는 상대방에 대한 친밀도, 상대방이 나에 대해 느끼는 친밀도, 금액에 따른 의미, 선물에 대한 상대방의 선호도, 작년에 나에게 주었던 선물 등 그 모든 것이 기준이 될 수 있기에 나는 그냥 선물하기를 모두에게 포기했다. 그래서 내 생일날 인사 혹은 선물을 챙겨주는 이들에게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전하곤 한다.


그만큼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행동이 쉽지 않은 것이 나의 어려움이다. 내가 업으로 삼고 있는 모든 경험들은 대부분 개체의 의미의 총합이 전체만의 의미를 이루는 일들이다. 브랜드, 영화, 영상, 콘텐츠, 디자인, 엔터테인먼트 등 이 모두가 의미와 의미, 이유와 이유가 모여 다름도, 다름이 사이의 비슷함도 곧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 영역들이다. 픽셀 하나하나가 각 좌표에 위치할 이유가 있어야만 완벽한 의미의 이미지가 될 수 있고, 여러 프레임이 연속할 때 그것이 영상이라 말할 수 있다. 이유가 없이 1초에 24프레임의 영상을 12프레임으로 줄여버린다면 전달하고자 하는 전체의 메시지는 희석되고야 만다. 곡과 앨범, 앨범의 디자인과 트랙의 순서, 의상과 무대, 그 모든 구성이 촘촘하게 의미를 가질수록 아티스트의 정체성 또한 명확해진다. 물론 통일성은 지루함을 유발하고, 차이는 괴리를 이끌어 낼 것이기에 그 균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개체의 밀도가 높으면서도 다양해야만 전체의 최대를 구현할 수 있다. 개체의 전체, 통일성과 차이, 소란함 속에서 모두를 고요하게 만들 수 있는 공통의 주파수를 설정할 때 비로소 재미와 안정, 성취를 느낀다. ADHD의 그나마의 장점(?)이자 특징이 보통에 비해 비교적 높은 창의성이라던데, 적어도 나에게서는 이런 이유에서 발현되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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