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3가지
2019년도 3월 처음 대학을 입학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첫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안 있어서 일어일문학과 선배들에게서 많은 조언을 받았죠.
예를 들어서 시간표는 어떻게 짜는 게 좋고, 이 교수님의 수업을 많이 듣는 게 좋고, 일어일문학과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식으로 해야 하고 같은 조언들 말이죠. 그리고 그중에 있던 조언 중 하나가 일본 유학에 관련된 말이었습니다. 그 당시 들었던 가장 인상 깊었던 조언이 “일어일문학과에 와서 일본 유학을 가지 않으면 손해다”라는 말을 한 선배가 해주었습니다. 게다가 학과 교수님들도 이 말을 종종 했었죠.
그러다 보니 동기 친구들은 누구나 홀린 듯이 술 자리나 앞으로의 대학 생활 계획을 이야기할 때 일본 유학을 갈 거라고 말을 했죠. 지금 생각하면 일종의 가스 라이팅을 당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笑). 그게 딱히 나쁜 의도로 쓰이거나 피해를 주진 않았으니 문제는 없지만 말이죠. 그리고 정작 일본 유학을 간 사람은 그중에 10%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이걸 읽는 여러분은 그 친구들이 자기 말을 지키지 않고, 계획적이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꿈이나 야망이 없는 사람이라고도 생각할지도 모르죠. 물론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말이죠.
그런데 어찌 보면 그들의 선택은 당연한 결정입니다.
제 글을 읽는 분들은 일본 유학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는 이미 일본 유학을 가신 분도 있을 것이고, 갔다 온 분도 있을 테죠. 그리고 일본 유학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대학교 1학년 시절의 저 같은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일본 유학에 관심도 있고, 기회도 있지만 도대체 어떤 점이 좋고 가서 뭘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게 없죠. 그러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특히나 일본 유학의 경우, 손쉽게 찾아보기는 좀 어려운 정보인 편이기도 하죠.
오늘의 이야기는 “대학교 1학년 시절 제가 들었으면 좋았을 일본 유학을 가서 얻을 수 있는 3가지 것”이라는 주제로 글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미리 한 가지 주의사항을 드리자면, 일본 유학이라는 건 시간과 돈이 모두 많이 듭니다. 누군가에게는 1년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4년이기도 하죠. 누군가에게는 1000만 원이 필요하고, 누군가에게는 8000만 원이 필요합니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 이상의 시간과 돈이 들어갑니다. 사람의 상황과 환경마다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다르죠.
그러니 제가 말하는 내용이 여러분에게 모두 다 똑같이 적용될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일본 유학을 할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버는 게 더 좋은 스펙업이 될 수 있고, 인턴을 하거나 자격증을 따는 게 더 좋을 테니까요.
그렇기에 여러분은 스스로 잘 판단하셔야 합니다.
일본 유학이라는 과실은 달콤하고 여러분을 성장시켜주는 열매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치 없고 의미 없는 썩은 열매일지도 모르거든요. 하지만 어쨌든 보낸 시간만큼 성장한다는 사실을 보장해드릴 수 있습니다. 대신, 여러분의 현재의 상황에 맞게 더 좋을 과실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었던 것뿐이죠.
잡설이 길었군요.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유학이라는 게 사람마다 얻을 수 있는 게 다 다릅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상황에 따라서 다르죠. 그래서 정확하게 “당신은 이런 게 좋아질 수 있습니다.”라고 딱 집어서 말을 못 해줍니다. 그나마 스펙으로만 이야기하자면 자기소개서에 일본 유학을 1년 다녀왔다는 걸 적을 수 있죠. 그리고 일본에 취직을 노린다면 그런 부분을 어필할 수도 있고요. 만약 4년 동안 일본에서 유학을 하는 과정을 밟는다면, 그냥 일본에 취직하는 방식으로도 갈 수 있죠.
이처럼 일본 유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너무나 다양합니다. 그 사람이 일본 유학을 간 목적, 방법, 생각에 따라서 말이죠. 정말로 아무 생각이 없는데, 일본 유학을 단기로 1년 가고 싶다고 하면 자기소개서에 “일본 유학을 1년 다녀왔다”라는 문장과 일본 취직 때 그런 부분을 어필할 수 있는 것 정도겠죠. 거기에다가 “일본에서 하고픈 일들이나 할 수 있는 일들을 한다”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이런 부분은 뭐라 보편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가 없죠.
그렇다 보니 학과 선배들이나 교수님들도 저나 동기들에게 유학을 갔을 때의 장점을 명확하게 말하지 못하는 거고요.
그러나 제가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장점이 3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유학을 오시면 “혼자”입니다.
20살 초반의 나이에 독립해서 혼자 살아간다는 경험을 하게 되는 거죠. 그것도 외국에서 말이에요. 다른 나라에서 혼자서 살아간다는 건, 정말로 도움을 청할 때가 거의 없습니다. 가족도 주변에 없고, 친척이 외국에 산다면 가능하겠지만 보통 그런 경우는 잘 없죠. 그러니 단기 유학 1년이건, 4년 동안의 유학이건 혼자서 살아가며 주위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해결해야 합니다.
최근 기업이 채용하는 기준 중에서 “문제해결력”이라는 걸 중시한다고 채용담당관님께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성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입니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문제가 생기고 그걸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걸 해결해나가다 보면 반강제로 문제해결력이 성장합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은 자기소개서에 나오는 스펙으로는 전혀 알 수 없는 부분이죠. 막상 그 상황에 닥쳤을 때 드러나는 부분이니까요.
저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아래의 질문을 보고 잠깐 멈춰서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대학의 시간표를 짜는 당신, 갑자기 온 공지 메일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분명히 수강 정정은 학기 시작 후에도 고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공지 메일에는 내일까지 입학처로 오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 때문에 국제교류처와 학교 내 다른 부서에 문의해야 할 내용이 생겼습니다.
자, 여러분은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1. 그냥 어련히 알아서 되겠지. 내버려둔다.
2. 친구에게 물어서 같이 가본다
3. 혼자니까 직접 가서 물어보고, 그 자리에서 해결한다.
솔직히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이보다 더 많이 나올 겁니다.
그러나 대략 이 3가지로 생각해보는 걸로 하죠.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3번의 선택지를 골랐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라는 게 머리로는 3번이라는 걸 알아도 실제로는 1번이나 2번을 고른다는 겁니다. 막상 진짜로 위험해지고 그런 게 아니라면 1번이랑 2번을 고르질 않습니다. 그러다가 정말로 위험해지면 3번이라는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과감한 선택지를 고르죠. 어쩌다 보니 반강제적으로 문제해결력과 대담함이 강해진 겁니다!
자, 또 다른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위와 같이 똑같이 잠깐 멈춰서 고민해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현재 돈이 얼마 없는 유학생입니다. 앞으로의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노릇이죠. 그러나 주위의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시간을 보내려면 그 한 푼을 써야 합니다. 이렇게 궁핍한 상황에서 여러분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선택지를 고를 것인가요?
1. 절약을 시작하고, 요리를 하면서 한 푼이라도 아낀다.
2. 유학생도 할 수 있는 싼 값의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3. 유튜브나 틱톡으로 한방 역전을 노린다. 나는 100만 구독자 유튜버가 될 수 있는 놈이다.
4. 부족하다면 부모님에게 사정사정해서 조금이라도 송금받는다.
5. 친구에게 돈을 빌리고, 언젠가 갚는다고 하며 100년 후를 기약한다.
이건 앞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선택지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이 5가지 중에 하나를 골라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선택하셨다면, 아래로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여기서는 어떤 걸 고르셨던 잘 선택하셨습니다.
“엥 5번은 고르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요?”
괜찮습니다. 도덕적으로는 조금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 선택으로 인해서 당분간의 상황과 현실은 더 나아질 테니까요. 어쨌든 지금의 상황의 문제를 해결한 셈입니다. 이렇게 어쨌든 문제를 해결하면서 여러분은 스스로 선택지를 고르게 되고, 문제해결력을 키우게 됩니다.
이를 통해서 대담함이나 자기 나름의 세상을 헤쳐가는 방법도 만들어지게 되겠죠.
이 과정에서 여러분은 인간적으로 정말로 강해질 수 있게 됩니다.
저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인데, 제가 하기 싫은 일은 죽도록 안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본어 능력을 가르는 부분 중에서 가장 큰 “한자”를 정말 조금만 공부했습니다. 시험에 딱 합격할 수 있을 정도만큼 말이죠. 정말 필요하고 목표가 있다면 하지만, 한자는 아쉽게도 필요하지도 않고 목표도 없었습니다. 오늘 외운 한자가 앞으로 꼭 나오리라는 법도 없고,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걸 하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학과에서도 딱 A+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만 공부하는 편입니다. 어찌 보면 요령 좋게 공부하는 사람이지만, 실제로 끝에 가서는 그다지 남는 게 없는 사람이죠. 다시 말해서 저는 뭔갈 이루긴 하는데, 게으르고 대충하는 걸 좋아해서 실속은 그다지 없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꿈은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아서 다짐은 자주 합니다. 그렇지만 천성이 그런지라 자주 목표를 못하기 십상이죠.
하지만, 이런 저도 일본에 사니 강제적으로 한자가 늘었습니다.
예전에는 귀찮아서 보지 않았던 일본 책이 지금은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죠. 물론, 다 한 번에 아는 건 아니지만 일본어 원서를 읽다 보니 한자를 읽는 능력이 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업에서 일본어를 하고, 일상생활의 대부분이 일본어이니 어쩔 수 없이 늘게 되죠. 친구들도 일본인이다 보니 일본어로 대화하니까 회화도 자연스럽게 연습하게 됩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정말 당연한 이야깁니다.
일본에 가서 살게 되니까 주변이 전부 일본어입니다. 그러니 일본어 실력이 늘지 않는 게 이상하죠. 그렇기에 저 같은 사람에게는 일본 유학을 추천합니다. 저같이 한자를 외우기 싫어서 계속 도망치고, 더 재밌는 방식이라거나 강제적으로 실력을 늘게 하고 싶다면 유학만큼 좋은 게 없죠. 물론, 처음에는 안 하면 정말 못 살아가겠구나라는 공포로 시작하지만, 그 공포가 일본어 능력을 키우는 원동력이 됩니다.
여기 와서 충격받으면 받으실수록 일본어 실력은 크게 상승하는 점프대가 될 겁니다!
부디 저와 같은 지옥을 맛보시길 바랍니다. 하하
사실 오늘의 핵심은 이 내용입니다.
이 부분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 달라서, 제가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밖에 말을 못 드리겠네요. 현재 제 친구들의 인종이 정말 다양한데 일본인부터 시작해서 대만인, 베트남인, 브라질인, 인도네시아인, 싱가포르인, 프랑스인 등 정말 여러 나라 친구들을 사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본인만 만나서 이야기하고 이 사람들의 사고관만 알아봐도 엄청나게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인종이 가장 난해한가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가장 먼저 일본인을 대답할 테니까요.
일단 나라가 다르면 이 사람들의 성격이나 행동하는 문화, 느낌이 각자 다 다릅니다.
특히, 말하는 뉘앙스나 언어에 담긴 의미조차 한국과 조금씩 다르죠. 그래서 말을 하다 보면 오해하는 경우가 자주 생기곤 합니다. 서로 외국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니, 어느 정도 폭넓게 이해하고 받아주긴 합니다. 그렇지만 서로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죠.
아니, 솔직히 말해서 서로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것도 당연한 이야긴게, 끽해야 몇 달도 안 만난 사이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저 사람을 안다고 이야기할 수가 있을까요? 한국에서도 그런 일은 불가능합니다. 거기다가 살아온 장소도 20년 가까이 다른 사람에다가 보고 자란 것이 아예 다를 텐데, 한국인에게도 할 수 없는 걸 외국인에게 한다는 건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죠.
그렇다 보니 여기는 “그냥 그렇구나”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교과서에서는 미국인이 리액션이 좋고, 프랑스인이 자기 나라 문화의 자긍심이 있고, 대만인이 군대를 4개월 간 간다는 이야기를 가르쳐 주지 않고, 인도네시아 친구는 칭찬을 싫어하고, 일본인은 “상처 주기도 싫고 받기도 싫은 민족”이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그냥 보고서 느끼고 알아가야 하죠. 그리고 그 느낀 게 전부입니다.
느낀 게 비록 정답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들도 존재하는구나”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 그것만으로도 여러분의 세계관은 넓어집니다.
지금 제가 하는 이야기가 어떤 말인지 이해를 못 하시더라도 말이에요.
다시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일본 유학은 여러분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 안 될지도 모릅니다.
무책임한 소리지만, 정말로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 다르거든요.
또, 제가 느낀 점을 여러분이 느끼고 배울 수 있으리라는 법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저보다 더 좋은 걸 배울지도 모르고, 아무것도 배우지도 못하고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에게는 유학이 더없이 소중한 경험이 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시간을 낭비하기만 한 경험이 되기도 하니까요. 일본 유학을 다녀와서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는 걸 보면 꼭 좋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전 한 가지 확신하는 게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직접 생각해서 고른 일본 유학이라면 분명 가치가 있으리라는 걸 말이죠.
왜냐고요?
그야 여러분은 일본 유학을 스스로 결정해서 간 용기 있고 대단한 결심을 한 사람들이니까요.
저처럼 어떤 거라도 얻어서 돌아올 게 안 봐도 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