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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귀찮은 회원가입을 유도할까?

어차피 할인해줄거 다 해주면 덧나나?

by 멘아탄



회원가입, 너무나 귀찮은 일이다.



“회원가입하시면 할인해드려요~”

흔히 듣는 이 멘트, 분명 할인은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 소식이지만 항상 반갑지만은 않다.

장난질을 하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런 할인조건을 확인하려면 회원가입을 먼저 해야하는데, 힘들게 회원가입 해놓고 막상 할인받으려고 하면 '10만원 이상 구매시 10% 할인 (최대 5천원)', '최소 10만원 구매 시 할인', '한번에 최대 OO원 할인' 이라는 함정에 빠드리는 경우가 90% 이상이다. 아주 몹쓸 낚시꾼..


사실 기획하는 입장에서, 마케팅 하는 입장에서, (혹은 돈을 쓰는 회사 입장에서) 이런 지저분한 플레이가 전혀 이해 안되는건 아니다.

"(달랑) 2천원 할인해드려요."라고 솔직하게 써놓으면 아무도 낚시에 걸려들지 않을거니까 어떻게든 후킹해보려고 애를 쓰는거다.


회사는 바보가 아닌게, 머리를 쥐어짜냈고 결국 답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혜택을 최대한 크게 보이도록, 하지만 구라를 치지는 않는 수준의 마케팅 문구' 말이다.

법무팀과 열심히 머리를 맞대 면피서으로 만든 마법의 단어는 바로 '최대' 혜택 얼마얼마.


아래의 예시를 한번 살펴보자.

배달 앱의 '최대 3만원 할인' 쿠폰
→ 3천 원 쿠폰 10장을 제공하지만, 주문당 한 장만 사용 가능해 소비자는 매번 소액 할인만 가능함.

온라인 서점의 '최대 2만원 적립' 이벤트
→ 도서 장르별로 분산된 쿠폰을 제공해 한번 구매로 최대 할인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함.

화장품 브랜드의 '최대 10만원 쿠폰 패키지'
→ 개별 제품당 소액 쿠폰을 다수 발급해, 실제 결제 시 사용할 수 있는 할인액은 한정됨.

대형마트 앱의 '최대 5만원 장바구니 쿠폰'
→ 특정 카테고리 (ex. 주류)는 할인에서 제외되는 쿠폰을 제공해 실제로 모든 혜택을 받기는 어려움.


쿠폰 개수는 5개나 10개 쫙 뿌려놓았지만 실제론 한번에 혜택을 받을 순 없는 계륵같은 혜택. 그리고 그 할인금액들을 순수 합계로 계산한 '최대 OO원 할인'이라는 문구.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간 대표적인 면피성 마케팅 프레이즈가 됐다.




회원가입은 재방문을 위한 떡밥 혹은 밑밥


백번 양보해서 할인혜택이 정말로 좋았다 치자. 그런데 왜 그걸 하필 회원가입을 해야만 주겠다고 할까?


솔직히 회원가입해서 득될 것 없으니 유저 입장에선 노관심에 귀찮기만 하다. 비회원에게도 그냥 할인하면 될 텐데 굳이 가입을 요구하는 이유가 뭘까?


기업이 소비자에게 회원가입을 요구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딱 한 번 할인받고 떠나는 손님이 아니라, 계속 돌아오는 단골 고객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걸 마케팅에서는 전환 유도 비용(CPA, Cost Per Action)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면 게임 앱을 설치하고 포인트를 지급받는 방식과 같은 원리다. 즉, 특정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투자하는 비용이라는 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귀찮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


참고로 마케팅의 본질은 '광고'인데, 광고의 본질에 대해선 아래 글에서 설명한 바 있다.


'충분한 노출'을 끌어오려면 그만한 돈이 드는데, '회원가입 시 할인제공'은 단순히 '돈줄테니 들어오세요' 하는 모양새다. 마케터 입장에선 투입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직관적이고, 유저 입장에서도 후킹 안되기에 어려운 설계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 앱을 처음 설치하면 무료 음료 쿠폰을 주는 방식으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거나, 쿠팡이 첫 구매 회원에게 할인 쿠폰을 제공해 첫 거래를 성사시키는 전략이 대표적인데, 어려운 절차가 아닌 이상 유저 입장에선 이걸 굳이 안할 이유가 없는거다.



회원특별가 하면 정말 '특별한' 느낌이 드는가?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소비자 정보가 핵심이다


회원가입 방식을 보면, 오프라인 매장은 종이 신청서나 QR코드를 쓰고, 온라인에서는 이메일이나 SNS 계정으로 쉽게 가입할 수 있게 한다.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원하는 것은 똑같다. 바로 소비자의 개인 정보를 얻어내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마케팅을 하려는 거다.


오프라인의 경우, 의류 매장에서 멤버십 가입 시 추가 할인이나 적립 혜택을 제공하거나, 마트에서 결제 시 회원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방식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한다. 회원가입이 어렵다 판단되는 경우 카톡 플러스친구를 추가하면 그걸 회원가입으로 쳐주는(?) 경우도 있다.


온라인은 오프라인보다는 편한게, 어차피 핸드폰이나 PC를 사용중이었기 때문에 회원가입을 시키는 데 부하가 덜 든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플랫폼이 SNS 연동을 통해 가입을 간편화시켜놓았기 때문이다.


회원가입 또는 카톡 플친 추가하면 주는 예시.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체 앱’의 존재 여부다. 앱이 있다면 소비자의 스마트폰에 직접 설치를 유도해서 푸시 알림으로 광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당연히 빠르고 효과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앱 하나를 만드는데 엄청난 시간과 돈, 인력이 투입된다는 거다.


앱이 없다면? 사전에 마케팅 전략을 제대로 짜지 않으면 자칫 반쪽짜리 마케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위에서 예시로 든 것처럼, 카카오친구를 추가하도록 하거나 자사몰의 회원가입을 유도할 순 있겠지만 고객을 담아둘 자기만의 울타리가 없는 셈이다.


자체 앱이 없어서 고객 데이터를 써드파티에 의존하게 되면 기업은 큰 리스크를 안게 된다. 예컨대,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변경으로 인해 광고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 사례,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로 인해 고객과 소통이 끊긴 경우, 문자 메시지 발송 비용이 계속해서 증가하면서 마케팅 비용을 통제하기 어려워진 사례만 봐도 회원에 대한 마케팅 주권이 외부에 있다는 것 자체가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고객정보를 직접 관리하지 않고 외부의 솔루션에 맡기는 건 장기적으로는 옳은 전략이 아니다.




결국 기업이 원하는 건 ‘단골 고객’


회원가입해야 혜택을 주는 목적은 단순히 한 번 할인해 주는 게 아니라,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 형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는 회원가입을 통해 지속적으로 혜택과 정보를 받고, 기업은 이를 통해 개인 맞춤형 마케팅을 펼치는 소위 win-win play.


이 관계가 유지되면 자연스럽게 고객은 브랜드를 신뢰하게 되고, 충성도 높은 단골 고객이 되어 다시 돌아온다. 즉, 회원가입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고객과 기업 간에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인 셈이다.


소비자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결국 기업은 계속 회원가입을 유도할 거다. 왜냐하면 기업은 고객이 가입한 그 순간부터가 진짜 마케팅의 시작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CPA 5천원을 들여 고객을 회원가입까지 유도했다면, 그 이후에 또다른 구매로 이어지게 만들어서 5천원 이상의 수익을 뽑아내야만 그 소비자에 대해 이익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래야 그 마케팅이 성공했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마케터라면 체리피킹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Cherry Picking. 체리를 따먹는다는 의미의 이 용어는 사실 '체리를'이 아니라, '체리만' 따먹는다. 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유저로선 현명한 행위였지만, 회사입장에선 골치 썩이는 그런 존재.


Cherry Picking. 체리피킹 : 체리를 딸 때 잘 익고 가장 좋은 열매만 골라 따는 것에서 유래된 용어. 경제/마케팅 분야에선 자기에게 유리한 조건이나 혜택만 골라서 취하고 나머지는 무시하는 행위로 해석하며, 특히 할인/프로모션 혜택만 받고 더이상 소비하지 않는 고객을 표현함.





유저와 기획자의 피말리는 머리싸움


위의 체리피킹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듯, 회원가입과 관련한 마케팅 전략은 결국 소비자와 기획자 사이의 치열한 심리전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싶겠지만, 소비자는 자기가 원하는 혜택만 받고 최대한 빨리 빠져나가려 하기 때문이다. 각 경제 플레이어가 '현명한 의사결정을 한다'고 전제한다면 당연한 결과다.


예를 들어, 1만 원 혜택을 제공하고 고객 A, B, C를 가입시켰다고 가정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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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회원가입과 마케팅 알림 수신까지 동의하고 꾸준히 재방문하며 객단가도 높은, 기획자 입장에서 아주 고마운 고객이다. 하지만 B는 가입과 동의는 했지만 재방문을 하지 않아 아쉬운 고객이고, C는 재방문도 안 하고 마케팅 알림 수신마저 거절한 최악의 고객이다.


A 고객은 앞으로 더 많은 소비를 통해 비용을 회수할 수 있지만, B와 C 고객은 기업 입장에선 결국 손해다. 특히 C 같은 경우 다시 접근할 기회조차 없기 때문에 이런 소비자를 체리피커(Cherry Picker)라 부른다. 기획자나 마케터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얄미운 케이스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장 현명한 소비를 한 셈이다.


체리피킹의 또다른 사례로는, OTT 서비스 무료체험 후 결제 전에 구독을 해지하는 사례, 첫 구매 할인 쿠폰만 사용하고 탈퇴하는 온라인 쇼핑몰 고객, 앱 설치 포인트만 받고 바로 삭제하는 모바일 게임 유저 등이 있다.


회원가입 시 혜택을 주는 것은 일종의 진입장벽이었으나, 그마저도 허무는 현명한(?) 소비자의 행태로 인해 앞으로 기업은 더 약아빠진 전략을 고안해 낼 것이다. 결국 마케팅에서 전환이란 건 이런 피 말리는 확률싸움이고, 기획자는 앞으로도 계속 이 싸움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본질을 기억하자.

광고든 마케팅이든 본질은 '트래픽'이고, 그건 노출과 클릭율로 결정된다는 사실을.

그리고 현명한(!) 유저들은 결코 실수로 클릭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클릭이든 구매든 이용자의 행동을 유도하고 구매까지 전환을 시키려면 '진심'이 전해져야 한다.

"회원가입만 해주시면 장난질 안하고 진짜 1만원 깎아드릴게요"와 같은 진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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