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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gile idea Apr 06. 2022

소년의 용기란

침묵의 모순



칠흑 같다는 표현이 알맞은 캄캄한 밤거리에 가로등 하나가 켜질 준비를 한다. 잘못 본 건 아닐까 하는 점에서 시작되어 주먹만 한 크기로 커지더니 나중에는 어둠을 은은히 비추는 불빛이 되었다.  그 은은함은 쓰레기통 안에 있는 작은 회색 종이 쪼가리들을 볼 수 있게 했고, 수확을 한지 시간이 좀 지난듯한 사과의 쭈글쭈글한 겉면이 드러나게 했다.  하지만 그 불빛이 오래가지 않으리라는 건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주황색과 흰색 중간 사이에 있는 오묘한 그 색깔이 사라졌다 생겼다를 반복하며 점점 주기가 짧아지고 있던 것이다. 



모두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가로등을 쳐다보고 있던 그때, 그곳에는 한 소년이 있었다. 빨간색 지붕 아래 사는 소년은 혼자서 묵묵히 결심을 했다. 거리에 나가 소중한 불빛의 생명을 되살리겠다고. 소년은 준비를 시작했다. 어떤 것이 필요할지, 어떻게 하면 될지. 만반의 준비를 마친 소년은 드디어 문 밖을 나섰다. 그리고 가로등이 있는 환하디 환한 동그란 테두리 안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이걸 보고 있던 마을 사람들은 소년을 응원했다. 물론 소리는 내지 않았다. 하나둘씩 자신의 집 창문에 모여 소년을 향해 있는 힘껏 응원했다. 



소년은 이 사실을 몰랐지만 지금 해야 하는 일이 자신의 의무임을 알았다. 그리고 가로등으로 다가가 조명부터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소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일까. 소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로등의 불빛이 생명을 다하고 말았다. 처음 은은하게 비추던 빛은 점차 희미해졌고 어느덧 불빛 인지도 모를 하나의 점으로 사그라들더니 다시 사람들에게 어둠을 돌려줬다. 



어둠이 몰려오자 소년은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둠으로 인해 자신의 집에 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소년은 사람들을 향해 소리쳐 봤지만 어둠 속에 갇힌 사람들은 아무도 길을 알려줄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사람들은 소년의 행방을 궁금해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모두가 수소문해봤지만 소년이 어디로 갔는지, 집에 잘 들어갔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행간에는 소년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얘기까지 들렸다.



소년은 과연 지금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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