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노래방 회식에 대한 단상
나는 회식을 아주 싫어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첫 직장에서 온갖 거지 같은 회식 문화를 겪어봤기 때문이고
둘째, 모든 회식 이후에 남는 게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문유석 판사의 글을 정말 좋아한다.
7년 전, 이 글을 처음 읽고 무릎을 탁 쳤다.
'아, 내가 잘못된 게 아니구나. 이상한 게 아니구나.'
그렇게 싫어하는 회식을,
현 직장으로 이직한 지 2개월 된 시점에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장소 공지가 올라온 순간부터 불길했다.
서울의 번화가, 노래방 시설이 딸린 술집의 한 층을 통으로 대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녁 5시에 회식 자리가 시작됐다.
대표는 전원이 한 곡씩 부를 거라며 마음속 선곡을 해두라고 했다.
그 말이 공포로 다가왔다.
음식은 기대 이하였고,
친목을 위한 자리라면서 대체 누구를 위한 자리인지 의문만 들었다.
나는 술 마시는 것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전두엽이 마비되는 행위,
아무런 영양가 없이 칼로리만 채우는 행위를
왜 굳이 시간과 돈 들여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정말 친한 사람과 함께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회식은 다르다.
회사 사람들은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
게다가 비슷한 직급끼리 모인 자리도 아니다.
‘우리 잘해보자’는 말 뿐이고 결국 일회성으로 끝난다.
외향형들에게는 신나는 자리일 수 있지만,
극 내향형인 나에게는 그저 버거운 시간일 뿐이다.
노래 역시 ‘사장이 시키는데 어딜 빼냐’는 분위기였다.
또 다른 업무의 연장.
이런 올드한 회식 문화가 여전히 이어지는 우리나라 직장문화가 답답하다.
그리고 그걸 개인이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이 더 답답하다.
멋모르는 신입사원 시절에는 회식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술 주는 대로 넙죽넙죽 다 받아 마셨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최소한의 성의만 보이면 된다는 게 이제는 모토처럼 굳어졌다.
나는 업무에 충실한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언제쯤, 회식이 진짜 자유로운 선택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