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불안감을 나눠 가질 필요 없는 이유

일은 나눌 수 있어도, 감정 처리는 각자의 몫이다

by 감정 쓰는 직장인

팀장 공백과 차석의 부담

매출 큰 오프라인 행사가 코 앞에 닥쳤을 때, 팀장 개인 사정으로 공백이 생겼다.
그로 인해 팀의 차석이 많은 역할을 떠안게 되었다.

그는 내게 주말인 행사 당일에 출근이 가능하냐 물었다.
처음엔 필요하다면 지원할 생각이었다.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는 차원이라고 이해했기 때문이다.


지원 요청의 이유

그런데 대화를 따로 해보니
팀장도, 대표도, 누구도 내 지원을 언급한 적은 없었다.
그가 내게 요청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팀장님 안 계시면 제가 멘탈이 많이 흔들려요.
그리고 그날 현장에서 대표님이 더 예민하게 반응하실까 봐 걱정돼요.

누구라도 한 명 더 있으면 혹시 좀 덜하실 것 같아서.”

업무의 몫과 감정의 몫

그가 두려워한 것은 업무가 아니라 대표의 기분이었다.
그 부분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감정을 내가 같이 감당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이미 나는 2주 연속 주말 근무를 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번 행사도 지원 인원은 충분히 확보되어 있었다.
즉, 내가 나서야 할 필요성과 합리적 이유는 없었다.


전 직장에서 번아웃에 시달렸던 경험이 떠올랐다.

당시 팀장은 본인이 느끼는 불안감을 팀원들에게 그대로 쏟아냈었다.

끝없이 자료를 수정하느라 매일 야근해야만 했다.
그때 상담에서 들었던 말이 있었다.

“누군가의 불안은 그 사람의 몫이다.
당신은 그 감정까지 대신 짊어질 필요가 없다.”


‘괜찮냐’고 묻지 않기로 했다

이번 상황도 비슷했다.
그래서 나는 끝까지
“가서 도와드릴까요?”라는 말을 일부러 하지 않았다.
그가 원한 것이 업무 지원이 아니라
자신의 불안을 함께 떠안아줄 누군가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만히 있었더니 지원 나가지 않는 걸로 상황은 정리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이 나를 지키는 방식일 때가 있다.

누군가의 불안 등 부정적 감정을 나눌지, 그대로 내버려 둘지는 내가 정하는 게 맞다.
이번에는 내 귀중한 주말과 에너지를 지키는 쪽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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