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 대표가 직원들을 무능하게 만드는 과정

지시는 모호하고 피드백만 날카로운 대표 이야기

by 감정 쓰는 직장인

오후 늦은 시간,

우리 팀 인원 셋(팀장은 부재)과 대표, 거래처 담당자들, 다른 팀 두 명이 한 회의실에 모였다.

제품 패키지 개선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발표는 내가 맡았는데 그 이유는 단순했다.

“네 아이디어가 제일 괜찮았으니까 네가 해.”


솔직히 팀이 만든 자료에는 문제가 있었다.

내가 만든 페이지 말고는, 수준이 낮았다.

기획 의도나 메시지, 방향성도 흐려져 있었다.

그건 팀원들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케어라는 메시지가 전달되게 패키지를 개선하라”

대표가 던진 지시 자체가 너무 모호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 해석한 내용으로 자료를 만들었고,

팀장은 지적이나 수정 없이 취합만 해주었다.


대표는 발표를 듣는 듯하다가 후반부에서 말을 끊었다.

“첫 장 말고는 볼 내용이 없네.”

“90년대로 회귀하자는 아이디어냐?”

“생각을 하고 만든 거니? 늬들이 그러고도 마케팅이야? “

“우리 회사 제품은 너네 팀만 안 사 먹고 있는 것 같네?”

순간 회의실 공기가 얼어붙었다.

거래처 사람들과 타 팀 앞에서, 우리 팀의 자료는

‘생각도 없이 만든 쓰레기’가 되어버렸다.


팀을 싸잡은 평가였지만

발표하고 있던 나에게 모든 질타가 쏟아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왜 이런 욕을 같이 먹어야 하지?'

'팀장 책임이 제일 큰 거 아닌가? 나는 할 수 있는 선에서 할 만큼 했는데.'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깨달았다.

이 팀이 이렇게 된 건 팀장이 무능하거나, 팀원이 부족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대표가 가장 큰 원인 제공자였다.

대표는 왜 모호하게 지시하고, 나중에 화를 낼까?

돌이켜보면 이 패턴은 일관적이었다.


✔ “어디까지 생각해 오는지 보려고 일부러 구체적으로 말 안 했다.”는 대표의 발언

이건 리더십이 아니라 통제욕이다.

모호한 지시는 직원에게 ‘정답 없는 시험지’를 내는 것과 같다.

틀리면 직원 탓, 맞으면 리더의 공.


✔ 실패의 책임은 직원에게만 남는다

그날 회의처럼, 방향을 정해주지 않고서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든다고 팀을 혼낸다.

이런 형태에서는 누가 와도 ‘생각하는 직원’이 될 수 없다.

생각을 해 가도 본인이 이미 정해둔 방향이 있었기에

그게 아니라며 화내는 타입이어서, 차라리 침묵이 안전하다.

[팀 전체가 무능해져 가는 과정]

리더는 모호하게 말하고

→ 직원은 정답을 맞히려고 눈치만 보게 되고

→ 팀장은 권한 없이 중간에서 전달자 역할만 하고

→ 팀원들은 점점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하고

=> 결국엔 아무도 성장할 수 없게 된다.


대표는 성장의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사람을 성장시키지 않는 구조를 고착시키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는 건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다.

잘못된 지시, 잘못된 책임구조가 반복될 때

팀 전체가 한순간에 무기력해진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이런 질문을 계속하게 된다.

좋은 리더는 어떤 사람일까?

이런 시스템 안에서 어떤 기준을 잡고 일하는 게 현명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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