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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grant lulu Feb 02. 2024

할아버지의 사랑

feat. 도넛 카페

할아버지와 손자가 도넛 카페에 앉아 있습니다. 손자가 어린이집의 형님반인지 초등학교 1학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할아버지는 마주 앉은 손자에게 베이컨 샌드위치를 한 입씩 넣어 주십니다. 도넛만 먹기에는 영양이 부족하다 싶으셨나 봅니다. 티슈로 손자의 팔꿈치에 묻은 부스러기를 바지런히 닦아 주십니다. 뽀로로 주스 비스끄므레한 것도 마시게 합니다.


"어우, 잘 먹네."


할아버지는 연거푸 반복하십니다.


할아버지는 벌써 다 드신 걸까요? 도넛이 안 보이네요, 커피나 음료수도요. 중간에 들어와 대각선으로 흘낏 보고는 있습니다만, 아마도 할아버지의 도넛은 애초부터 없던 것 같습니다. 안경 알 너머 할아버지의 비스듬한 눈은 여전히 손자에게로 향합니다. 다른 것은 안 보이시나 봅니다. 카페 안은 조명이 환하게 켜져 있고, 바로 옆 창문 밖은 환한 대낮인데 말이죠.


"배 불러?"


할아버지는 연신 물어보십니다.


할아버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손자가 마냥 예쁩니다. 마지막 한 톨 남은 빵을 마저 손자의 입 안에 살뜰하게 넣어 주시고, 주스를 끝까지 쪼로록 들이켜게 합니다. 냅킨으로 입 주변을 야무지게 닦아 주시고는 트레이를 챙기십니다.


손자는 어린이집 가방을 멥니다. 벌써 덩치가 할아버지 반만 합니다. 조금 있으면 할아버지 키를 훌쩍 뛰어넘겠어요.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가방을 메어 주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주십니다. 가방에는 OO 어린이집이라고 로고가 박혔네요. 손자의 키에는 너무 작게 쓰여 있습니다.  


두 사람은 카페 문을 나섭니다. 할아버지는 손자의 손을 꼭 잡고 곁에 꼭 붙어 가십니다.


겨울은 춥지만 마음은 따뜻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와 손자, 둘 중에 누가 더 행복할까요?





Doughnu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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