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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D Apr 04. 2023

퇴사하고 태국 여행 다녀왔습니다.-Day-1 이동편

완벽히 잘못 꿰어진 첫 단추

3년 만의 해외 여행.

그런데 완벽히 망쳐버린 첫 여정을 어찌 잊어 버릴 수 있을까.






문제는 항공권 가격에만 집중한 탓에 한번도 타보지 않았던 비엣젯을 탄 것.

저가 항공은 메이저 항공사들이 떠나는 시간대를 피해 대개 새벽 일찍 출발하는 일정이 많다고 한다.

오랜만의 해외 여행이기도 하고 6:45분 새벽 비행기는 거의 타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좀더 긴장하고 일찍 집을 나섰다.

새벽에는 택시 외엔 교통편이 없기에 승용차를 이용했고 장기 주차장 P4구역에 주차하는 방식을 택했다.


설상가상 가기 전날부터 눈이 내리고 영하로 급격히 떨어지는 혹한의 추위가 닥쳤는데, 셔틀을 타러 가던 순간은 어찌나 춥던지.. 더 오래 있다간 순식간에 얼어버릴 것 같은 매서운 강추위였다.

일부러 짐을 줄이고자 입고 간 패딩은 차에 두고 출발했기 때문이다.


셔틀을 기다리는 그 25분의 시간마저 사실은 지옥이었다. 오들오들 몸이 떨리며 너무 추웠기 때문이다.


드디어 셔틀을 타고 출발층에 도착한 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6:45분 호치민행 비행기가 출발 전광표에 보이질 않았기 때문.

내가 잘못 예약한 줄 알고 비행기 e-티켓을 다시 확인했는데 날짜는 제대로 되어 있었다.

반신반의하며 비엣젯 카운터에 도착해서야 내 비행기가 4시간 연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오마갓!


나는 무리해서라도 치앙마이를 가고 싶어서 일부러 인천-호치민-방콕-치앙마이 이렇게 세 도시를 하루에 종단하는 (무려 자가 환승 콜라보) 무모한 시도를 한 것인데 첫 단추부터 내 계획은 하나씩 엇나가기 시작했다.

호치민에 도착하면 현지 시각 2시. 내가 호치민에서 방콕까지 가는 녹에어 일정이 바로 2시였다.


원래는 내 예상에 6시 45분에 출발해 4시간 넘게 환승을 하며 대기하는 시간이 생기는 것이였는데 완벽히 엇나갔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해외 여행 사이트 ‘키위’라는 곳에서 예매를 해서 즉각적인 피드백은 기대할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스카이스캐너로 16:00 호치민을 출발해 방콕을 거쳐 치앙마이까지 가는 여정을 예매했다.

일부러 기다리기 싫어서 가장 빠르게 환승할 수 있을 것 같은 시간을 골랐는데 그것 또한 낭패였다.


2시간 가량은 환승하기에 충분하다고 여겼는데, 내가 자가환승해야 한다는 사실은 크게 신경쓰지 않은 것.

호치민 공항의 보안검색대를 기다리는 줄은 어마무시 했고 거의 45분 여를 기다리고 짐을 챙겨 부랴부랴 나가니 출발 30분 전이었다.

이미 카운터는 마감했으니 여정을 바꿔주겠다는 비엣젯 직원의 말. 오랜만의 영어라 입도 트이지 않아 답답함은 더했지. 물론 한국 돈으로 약 3만 원 정도의 티켓 변경 수수료를 물어야 했다.


방콕에서 치앙마이 가는 일정 또한 빠듯했고 2만6천원 정도의 수수료를 내고 일정을 바꿔 겨우겨우 오후 10시에 치앙마이에 입성했다.

가끔 스스로 미련할 만큼 강하게 밀어부치는 독한 성격이 있어 놀라곤 하는데 이런 상황도 그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머릿 속으로 방콕에서 자고 다음날 갈까 등등 여러가지 대안을 생각해봤지만 차라리 좀 늦더라도 치앙마이에 예정대로 도착하는게 가장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치앙마이에 딱 도착하자마자 긴장이 풀리면서 정말 몸이 너무 힘들어서

숙소 가자마자 '그냥 뻗어야지' 하다가, '그래도 씻고는 자야지' 하다가,

숙소 근처 ‘밥이랑 맥주나 마시고 자야지’ 하는 아쉬운 마음에 잠깐 나갔다 왔다.

비행 스케쥴에 신경쓰느라 여태껏 아침쯤 먹은 빵 한조각, 편의점에서 대충 떼운 오뎅 몇개 말고는 난 공복이었고(비엣젯은 당연히 기내식 음슴) 긴장이 풀리며 그제서야 배가 고프단걸 느꼈기 때문이다.


다행히 숙소 근처 술집 같은 분위기에 레스토랑이 연 데가 있었다.

고생한 나를 위해 건배! 까오캅무쌉과 창 비어와 함께.

레스토랑에서는 동네에 사는 듯한 현지인들이 도란도란 술한잔 기울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생경한 눈초리, 그리고 메뉴를 주문하려고 할 때 말이 통하지 않지만 손짓 눈짓으로 주문하고 허둥되던 그 순간이 혼자 조금은 좋았다. 이 얼마 만에 느껴보는 여행의 기분인가 싶어서.


아니 그런데 서울의 강추위를 피해 온건데 여기도 저녁엔 서늘하니 몸이 으슬으슬하다.

난 원래 추위를 많이 타는 약자이긴 하지만.. 태국이라도 마냥 따뜻하지는 않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숙소인 난야 호텔 치앙마이에 왔는데 이렇다할 큰 창문이 없어서 답답하고 낯설어 잠이 올까 싶다.

(라고 말하며 뻗어서 아침까지 쿨쿨 잘게 뻔하지만..)

와우.. 이렇게 몸을 움직이고 피곤한 것도 일을 그만둔 이후로 오랜만이군.

역시 사람은 움직여야 하나봐?



tip. 비엣젯은 절대 비추입니다. 예상치 못한 비행 딜레이와 취소가 빈번하고 이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습니다.

1월 여행을 마치고 메일로 현재 보험회사에 여행 차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하려고 바뀐 티켓에 대한 내용을(필요 서류였음) 요청했지만 답메일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키위 라는 해외 티켓 사이트에서 구매했는데 여기서 절대 구매하지 마세요 ㅠㅠ  호치민으로 가는 여정에 대한 항공권 환불 요청을 했더니 귀국편까지 맘대로 취소해놓고 3개월 뒤 피드백온건 우린 아무런 책임을 질수 없다 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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