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여행자의 발자취
회사에서 연락올 일 없고.
누가 날 찾거나 기다리는 일도 없어 맘은 편한 퇴사자의 하루.
치앙마이는 2015년에 빠이를 가기 위해 잠시 들른 적은 있지만 나에게 큰 어떠한 이미지로 남아 있진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겨우 4박5일 중 고작 하루를 묵었으려나. 오래되기도 했으니 기억이 거의 없을 밖에.
강렬한 인상이 없었기에 왜 그토록 많은 이들이 치앙마이를 극찬하는지 조금은 궁금해졌다.
정말 피곤한 이동의 여정 후 늦잠을 잘 거라 생각했는데 7시쯤 잠에서 일찍 깼다.
일어나자마자 허기가 졌다.
오늘은 어딜 가볼까나 하며 그간 찾아둔 맛집이나 카페 등 갈만한 곳을 서치했다.
오전엔 우선 올드타운을 돌아볼까 해서 거의 걸어갈 수 있는 거리길래 가볍게 숙소를 나섰다.
내 숙소인 올드타운에 위치한 난야 치앙마이 호텔은 프라싱 사원과 가깝다.
길~게 이어진 올드타운 길을 몇번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이곳 저곳을 횡단한 후 대충 어디가 어딘지 감이 오기 시작했다.
우선 아침으로는 한국인의 입맛에 딱이라는 블루누들이란 곳에서 소고기+어묵 국수를 먹었다.
양이 작은 나는 스몰을 시켰는데, 스몰이 하도 작다고 해서 걱정이 좀 되긴 했는데
나란 여자. 스몰도 조금 남기는 여자....
살짝 노천가게 느낌의 뚫린 전경이 이색적인 느낌이 확 와닿았다.
후식으로 커피를 마셔볼까해서 숙소에서 블루누들 가는 방향에서 본 아카아마 커피에 들렀다.
더티 라떼 아이스를 시켰다. 작은 컵에 아인슈페너처럼 진하게 나오는데 굉장히 고소하면서 씁슬한 커피맛이 잘 느껴져 맛있게 먹었다. 연속해서 들이켜면 살짝 느끼할 수도..^^
그 후로 계속 이곳 저곳을 걸어다니며 식물이나 눈에 닿는 것들을 연신 촬영했다.
난 그 장소만이 지닌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낡은 것들을 정말 좋아한다.
예를 들면, 나이가 얼마 인지 모를 나무라던지, 고유의 장식이 잘 드러난 낡은 의자 같은 것들..
사물의 스토리를 상상해보는 일도 꽤나 재밌는 일이거든.
너무 예쁜 건물이 있어 표지판을 보니 00 뮤지엄이라길래 한번 들어가봤는데 알고보니 조폐 관련된 박물관이었다. 앞에서 한참을 서성거리며 망설이다 소심하게 가드에게 들어가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무료관람이라 해서 냉큼 들어가 구경했다.
태국의 가장 최초의 화폐는 조개였다.. 신기방기.. 안에 들어가서 구경한 것만으로도 뭔가 특별한 경험을 한 느낌이었다. 내부는 굉장히 근사하고 고풍스러운 태국 전통 방식의 2층 건물이었다.
길을 걷다 내 눈을 사로잡은 치앙마이 풍경들.
자주 등장하는 것은 주로 초록이, 꽃, 건물, 귀여운 소품 등이다.
무의식 중에 좋아하는 것들만 찍는 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
치앙마이의 거리는
아기자기하고 푸르르고 모든 것이 무해하다.
또 Calm massage and Spa Chiangmai 에서 오일 마사지 1시간을 받았다.
어제 하루종일 한자세로 거의 앉아 있다시피 했기 때문에 하지동맥류가 올것 같았기 때문에 다리를 집중적으로 요청했다.
완전히 시원하진 않았지만 좀 세게 해달라고 하니까 막판엔 시원하게 잘 받고 온듯.. 전반적으로 분위기도 조용하고 웰컴티와 마지막 나갈때도 차를 줘서 좋았다.
쏘쏘한 마사지 샵!
그후 nun's rstaurant에서 북부지방 대표 요리인 카오쏘이와 모닝글로리 볶음을 먹었다.
싱하 비어와 함께!
내가 드디어 태국에 왔구나..
힘든 이동으로 지쳐 미쳐 깨닫지 못한 여행이 주는 자유로운 느낌..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한적함, 유유자적함, 홀로 하는 산책, 맛있는 음식과 커피
걷기 딱 좋은 날씨까지.
점점 치앙마이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태국 현지에서 쓴 글도 있고
현재 시점에서 내가 기억을 더듬어 덧붙인 것도 있고..
뒤죽박죽이다.
하지만 기억이 희미해져 가기 전에 기록해두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