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욱 Apr 02. 2018

어른의 맛

아메리카노를 처음 마시던 날

스타벅스 커피가 과소비의 대명사로 불리며 악명을 떨치던 때가 있었다. 우리나라에 프랜차이즈 카페라는 개념이 생소했을 때의 일이다. 그러나 이화여대 앞에 우리나라 최초의 스타벅스가 생긴 1999년 이래로, 우리나라에는 스타벅스를 비롯한 프랜차이즈 카페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커피라면 다방이나 커피믹스, 자판기 커피를 떠올리던 시절에서 이제는 아메리카노를 떠올리는 세상이 된 것이다. 커피 한 잔에 몇천 원씩 돈을 쓰는 일도 이제는 당연하게 생각하게 됐음은 물론이다.


처음으로 아메리카노라는 낯선 음료를 마셨던 건 스무 살 무렵이었다. 친했던 학교 선배를 따라 스타벅스에 갔고, 내겐 너무 어렵고 낯선 곳이었던 그곳에서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선배를 따라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이윽고 나온 검은색 음료를 한 입 들이키자마자 나는 오만상을 찌푸렸다. 믹스커피, 자판기 커피, 캔 커피나 마셔 본 내게 그 커피는 너무 썼다. 어른의 맛이었다. 설탕을 들이붓고 싶었으나 아메리카노는 무조건 시럽을 빼고 먹어야 한다는 선배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 채 나는 꾸역꾸역 아메리카노를 들이켰다. 아메리카노는 내겐 그저 맛없고 쓰디쓴 한약 같았지만 나는 그것이 단지 내가 촌스럽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커피의 쓴맛, 그건 세련됨이자 어른의 맛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황혼의 그림자를 남기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