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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욱 Jun 28. 2019

토토로와 나의 처음

《이웃집 토토로》재개봉

내가 처음으로 영화관에 가서 본 작품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대표작,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였다. 그때가 2001년이었으니까, 아마 초등학교 6학년 정도였던 것 같다. 그때까지 나는 영화관은 어른들이나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고, 때문에 엄마손을 잡고 가서 조용히 감상하고 나오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는 곳이었다.


아무튼 내 기억 속에 엄마 손을 잡고 영화관을 가서 본 첫 작품이 바로 이 토토로였다. 엄마는 "그럴 리가, 아마 그 전에도 내가 데려갔는데 네가 기억을 못 하는 거겠지"라고 하셨지만, 어쨌든 내 기억 속 최초의 영화관에 대한 기억이 토토로니까, 그럼 그게 최초 아니겠는가. 그렇게 나는 멋대로 이웃집 토토로를 내 영화관 첫 경험을 함께 한 작품으로 정해버렸다. 모든 첫 경험과 연관된 것들이 그러하듯이, 이웃집 토토로》 역시 그렇게 의미 있고 소중한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이웃집 토토로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1988년 작품이다. 개봉 당시 작품 자체는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으나, 작품 속에 등장하는 토토로를 본떠 만든 봉제인형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뒤늦게 대중들의 사랑을 받게 된 작품이다. 그러니까, 요즘 핫한 처갓집 양념치킨의 처돌이 같은 느낌이랄까..?


우리나라에서는 첫 개봉보다 한참이 늦은 2001년에 개봉했는데,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왜색이 짙은 일본 문화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90년대 후반, 일본 대중문화개방 정책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이웃집 토토로역시 개봉한 지 10년도 더 지나서야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개봉할 수 있었다. 당시엔 일본 대중문화개방에 따른 파급효과 및 전망을 예측하는 전문가들의 논문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고, 각종 언론들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앞다투어 보도하던 때였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 당시 신문이나 TV 뉴스에서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따른 부작용들을 다룬 기사들을 봤던 기억이 난다.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이라는 것이 그 기사들의 주된 내용이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시대였다. 이런 시대적 상황 때문에, 뒤늦게 개봉했던 《이웃집 토토로》 대한 기사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https://news.joins.com/article/4092047

*이런 기사가 있었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얘기가 길어졌다.


하여튼 이웃집 토토로》는 내게는 영화관에서 본 첫 영화라는(엄밀히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의미에서 무척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그런 토토로가 중국 개봉을 앞두고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을 한다니, 지브리와 토토로 팬의 입장에서도 이건 안 가볼 수 없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지금까지 못해도 10번은 봤을 작품이지만 큰 화면 속 토토로와 메이, 사츠키의 모습은 더 사랑스럽게만 느껴졌다. 토토로 위에 엎드려서 소리를 지르는 메이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고, 어린 나이의 사츠키가 느꼈을 맏이로서의 무게가 새롭게 다가오기도 했다. 물론 18년 전 이 작품을 처음 보던 열세 살의 나를 떠올리게 되는 시간들이기도 했다.


이처럼 어릴 적 봤던 작품들을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보는 경우 그때와는 또 다른 감상을 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 나는 보통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도 새롭게 느껴지는 작품들을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게는 대표적으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가 그렇다.


어린 시절 나의 처음을 함께했던 토토로를 다시 한번 큰 스크린에서 감상하고 나오면서, 나는 아마도 영원히 토로로를 비롯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을 사랑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귓가에 울리던 토토로의 주제가들이 아직도 머릿속에 맴돈다.


*작품에 대한 해석을 남기려던 글은 아니었으니 여기서 그런 이야기들을 하지는 않았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은 그 안에 담긴 주제의식과 비유가 훌륭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그런 걸 모르고 그저 작품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아 참, 토토로 괴담을 아직도 믿는 분들이 있다면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공식적으로 아니라고 했으니 믿으시는 분이 없기를.

영화관에 토토로 포스터는 없고 마녀 배달부 키키만 있었다. 이것도 곧  가서 봐야지.

https://www.instagram.com/jw_yoon_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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